잠재의식 속의 목소리…사실 최면은 과학이다?

최면?! 전생 여행 돼요?

배산 여대생 피살 사건. 16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는 미제 사건입니다.

남자친구와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 평소에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점. 살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의심받던 용의자는 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여성일 수도 있다는 단서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제시됐습니다.

바로 최면 수사를 통해서였습니다. 피해자 故 김선희 씨의 남동생 김영진 씨는 최면을 통해 잠재의식에 있는 기억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 기억은 바로 누나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누나가 사라진 이른 아침,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누나는 따라 나갔습니다. 그리고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문을 두드린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여성이라는 게 잠재의식에 있는 기억이었습니다.

최면으로 꺼낸 잠재의식 속 기억이 단서가 될 수 있을까요.

박주호 경위 - 법 최면 전문가 - 심리학 박사 - 17년간 약 800 건의 최면 수사 진행 그래서 스브스뉴스가 우리나라 최고의 최면 전문가에게 ‘최면’의 모든 것을 물어봤습니다.

“최면이 대체 뭐예요?” “최면은 깨어 있는 의식 상태를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 상태로 맞추는 겁니다. 느린 호흡으로 수면 직전의 뇌파를 유도하면 몸은 잠들었지만 뇌만 활성화된 상태가 되죠.”

Q. 정말 최면이 수사에 활용되나요? “우리나라에서도 국과수에서 최면을 활용합니다. 그만큼 최면이 과학적이라는 증거죠. 이미 1950년대부터 최면심리학은 영국, 미국 의학회와 미국 심리학회에서 정식으로 인정됐어요!”

“실제로 ‘최면 수사’라는 분야도 있어요. 시간이 지나 잊어버린 기억도 최면으로 되살릴 수 있어요. 되살린 기억이 증거나 단서가 될 수 있는 거죠.”

정말 최면 수사로 사건이 해결된 적도 있어요?! ‘군산 비응도 살인사건’이 최면 수사로 범인을 잡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용의자에게 최면을 걸어 그가 쓴 범행 도구를 찾아냈죠.

Q. 최면을 또 활용하는 분야가 있나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을 당한 분들의 상처도 최면으로 치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성폭력 피해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최면치료를 실시했어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뒀던 상처를 의식 위로 끌어올려 제거하거나 좋은 기억으로 덮어줍니다.”

Q. 좋은 기억으로 덮는다고요? “네. 무의식으로부터 상처를 꺼낸 뒤, 가족들이랑 여행을 갔던 것 같은 행복한 기억 암시를 계속 줘요. 나쁜 기억이 떠오르려고 하면 좋은 기억이 더 많이 생각날 수 있게요.”

“아, 그리고 최면에 대한 오해가 있어요!!! 우리가 방송으로 봐왔던 최면은 사실 ‘보여주기식 쇼’에 가깝습니다. 시계, 라이터 같은 소품이 없어도 ‘최면유도문’으로 충분히 상대방을 최면 상태로 이끌 수 있거든요.”

또, 최면으로는 자기의 전생에 가보거나 동물에 빙의할 수 없어요. 그건 ‘가짜 최면’입니다. 잘못된 묘사로 사람들이 최면을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게 안타까워요.

뭔가 신비롭고 마술 같게만 느껴졌던 최면. 제대로 알고 보니,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과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