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 2017.02.22 11:07
| 수정 : 2017.02.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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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구제역, AI 2010년 145일간 대한민국은 동물들의 전염병에 휩싸였습니다. 병에 걸린 동물들은 살처분 되어 땅에 파묻혔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일렬로 다닥다닥 줄지어 구덩이에 떨어지는 동물들. 마치 살려달라며 울부짖는 것 같았어요.” - 문선희 사진작가 이 장면을 목격한 문선희 씨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그곳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선희 씨는 무작정 오리를 묻은 한 농가를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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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뒤 3년이 지났건만 차에 내리자마자 썩은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오리떼가 파묻힌 땅은 평생 처음 본 기괴한 색을 뿜으며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자정 능력을 잃은 나머지 새하얀 눈처럼 곰팡이가 핀 곳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땅 전체가 죽은 듯 보였지만 간혹 힘겹게 생명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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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땅을 보며저도 공범이라 생각했어요. 당장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죠.” - 문선희 사진작가 충격을 받은 선희 씨는 다른 매몰지를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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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때부터 매몰지 100곳을 목표로 약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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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기도했어요. 부디 (그 땅에) 아무 일도 없어서, 사진 찍을 게 없게 해달라고…” - 문선희 사진작가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제가 목격한 모습과 땅의 울부짖음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도록 무릎 꿇고 정면으로 최대한 다가가 찍었어요.” - 문선희 사진작가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사람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땅이 엄청나게 애쓰는 것 같았어요. 우리가 묻은 게 동물인지 인간성인지..” -문선희 사진작가 죄책감 든 선희 씨는 이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유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그녀는 제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한 사찰 옆 미술관에서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전시회의 이름은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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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옆엔 사진이 찍힌 지점에 파묻힌 동물의 숫자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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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럽다고 비난받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사람들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너무 충격적이에요.” “인간이란게 부끄러울 정도예요.” - <묻다> 전시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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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오리 농장을 하셨는데 살처분의 충격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이야기를 대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묻다> 전시 관람객 살처분의 고통을 직접 겪은 가족이 찾아와 감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묻어버린 이야기
동물 비명 소리가 잦아들지 않던 그날의 아픔과 슬픔. 수년이 지나 우리에겐 잊혀졌지만, 땅은 여전히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날 묻은 것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