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죄송합니다

출고 : 2017.02.17 16:11 | 수정 : 2017.02.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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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미리 사과부터 하는 책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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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얻어먹을 것 같아서 미움 안 받으려고 ‘죄송합니다’ 한 줄 넣었습니다.” - 문학과 죄송사 대표 박준범(40)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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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름도 정중한 사과입니다. ‘문학과죄송사’ 문학과지성사를 모방한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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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 씨가 이런 시집을 펴낸 건 2013년부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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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집에서 3년 동안 알바를 하다가 모은 돈으로 시집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바로 만들기 시작했죠.” 몰래 끄적이던 시(詩) 여러 편을 모았더니 제법 그럴듯한 책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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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50만원을 들인 이 책은 3쇄까지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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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책을 만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어졌습니다. 신춘문예 낙선자들에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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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안 봤습니다. 오로지 선착순으로만 작품을 받았습니다. “신춘문예에도 고심해 시를 낸 건데 떨어져 슬프잖아요. 그래서 선착순으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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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편이 넘는 작품이 모였습니다. 이 신춘문예 낙선작들은 오는 4월 어엿한 책으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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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인으로서 나름 구색도 갖췄습니다. 시집을 낸 뒤에는 다른 시인들처럼 낭독회를 열었습니다. 초대된 사람은 10명에 불과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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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도 만들었습니다. ‘죄송문학상’ 첫 수상자는 바로 자신, 박준범 씨였습니다. 벌써 3번의 시상식을 거친 이 상도 결정 방식은 선착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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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범 씨는 책만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작곡, 노래, 그림, 영화 등 하고 싶은 건 다 하며 사는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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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엔 자작곡으로 그럴듯한 앨범을 냈고, 현재까지 단편영화는 세 편을 냈습니다. 그림도 꾸준히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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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공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제게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것저것 막 해볼 수 있는 태도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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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계속할 거예요. 이렇게 하다 보면 여든쯤 됐을 땐 다 잘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의 삶은 좀 뻘짓(?)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고 있는 건 현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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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서른 살은 스무 살이에요. 학교에서 떨어지고 애인에게 차여도 제겐 ‘끝’은 아니에요.” 20대의 10년을 온통 아버지 병수발로 보낸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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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대로 살아가는 40살 박준범 씨. 그의 나이는 이제 서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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