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 2017.02.15 21:46
| 수정 : 2017.02.20 11:27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조폭과 싸운 마누라
조폭과 싸운 마누라
조폭과 싸운 마누라
92년 어느 날, 집 앞에 소포가 놓여있었습니다. 웬 택배일까 하며 열어봤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조폭과 싸운 마누라
소포 안에는 잘린 고양이 머리가 들어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수사하던 조직폭력배가 보낸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죠.
조폭과 싸운 마누라
고양이 머리뿐 아니라 회칼도 간혹 배달됐어요. 저야 형사니까 담담히 받아들였지만 가족들은 기겁을 했죠. 그래서 제 앞으로 온 소포는 열어보지 못하게 했어요.
조폭과 싸운 마누라
“다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수사 그만두라고 전해.” 폭력배들은 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하기 일쑤였어요. 아내는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조폭과 싸운 마누라
“너 김복준 딸 맞지? 내가 너네 아빠 때문에 학교(감옥) 갔다 온 사람인데…” 하나뿐인 제 딸을 찾아가 협박한 폭력배도 있었어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지러진 딸을 보고 저도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조폭과 싸운 마누라
“미안하다…” 저는 이 말밖에 해줄 수 없었어요. 밤샘 수사를 하느라 집에 자주 못 들어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컸죠.
조폭과 싸운 마누라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늘 벌벌 떨기만 하던 아내가 달라졌어요. 자긴 괜찮다며 오히려 저를 다독여줬죠.
조폭과 싸운 마누라
“왜 또 전화했어? 남편 바꿔줄까?” 아내는 협박 전화가 오면 당당하게 대응했어요. 저는 열심히 수사를 해 그 전화한 폭력배를 찾아내 협박죄로 구속시켰죠.
조폭과 싸운 마누라
덕분에 형사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정년퇴직했고 우리 가족은 너무나 잘 지내고 있습니다.
조폭과 싸운 마누라
우리 딸도 잘 자라줘서 얼마 전 든든한 사위에게 시집을 보냈어요. 동료들 3명 중 1명은 가정이 파탄 나곤 한다는데, 버텨준 가족이 그저 고맙죠.
조폭과 싸운 마누라
형사 생활 32년 동안 3000명이 넘는 범죄자를 구속시켰어요. 아내와 딸이 나와 함께 폭력배를 상대해준 덕분이죠.
조폭과 싸운 마누라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이젠 항상 곁에서 끝까지 당신을 지킬 거예요. <이 이야기는 김복준 전 형사님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 기획 하대석, 우탁우 인턴 / 그래픽 조상인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