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 2017.01.09 22:01
| 수정 : 2017.02.01 15:03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이 빌어먹을 집구석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버지는 매일 술에 찌들어 들어왔고, 어머니는 도망간 지 오래였어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막노동, 구두닦이, 호두과자 장사, 신문팔이...’ 집안에 돈 벌 사람은 저뿐이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무단결석하고 일터로 나갔어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어느 날, 우산 장사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운 거예요. 오들오들 떨다가 서점이 보이길래 들어갔죠.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아무 생각 없이 잡지 한 권을 집었는데 그걸 보면서 제가 펑펑 울었어요. 암 투병 환자가 쓴 글이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거예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그때 깨달았죠. 가장 나쁜 게 희망을 버리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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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일하다 짬 나면 어김없이 서점으로 달려갔어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형편이 어렵지만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들, 평생 노점상하며 4남매를 길러낸 홀어머니... 그때마다 세상엔 참 대단한 사람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결혼하고 나서도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으로 향했죠.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고료와 사은품을 드리며, 원고를 보내주신 다섯 분을 추첨해 00사에서 출간한 단행본 한 권씩을 선물로 드립니다.” - 월간‘샘터’ 잡지 중 도서관에 읽던 잡지에 독자 투고란이 있었거든요. 어느 날은 ‘적극적인 투고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꼭 저한테 하는 말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아내를 데리고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가 오늘로서 며칠째다. (중략) 하루빨리 아내가 쾌유돼야 멀쩡한 메리야스를 입고 출근할 텐데... 여보 얼른 나으시오.” -홀아비표 메리야스, 홍경석(월간 샘터 1999년 7월호) 그래서 원고지를 사다가 글을 써서 내봤죠. 글은 잘난 사람만 쓰는 건 줄 알았는데 막상 써보니까 별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그리고 얼마 뒤에 전화가 왔어요. 당선됐다고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누가 내 글을 인정해주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나도 글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구나!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전 그때부터 하루에 2∼3편씩 글을 썼어요. 벌써 14년째예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공모전에서도 100개 넘게 수상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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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서도 코너를 만들어 십년이 넘도록 꾸준히 연재했답니다.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얼마 전에는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책도 냈어요!
내가 야간 경비를 서는 이유
전 지금도 한 통신회사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고 희망을 찾을 때까지 저는 계속해서 글을 쓸 거예요. <이 기사는 홍경석 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시점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