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맛에 자신 없는 집

출고 : 2016.12.17 11:36 | 수정 : 2017.02.03 16:27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3대째 맛에 자신 없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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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집을 운영하는 변준기 씨는 새벽 2시면 어김없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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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통에 물과 양지, 양파, 고추씨 등 각종 채소를 듬뿍 넣고 4시간에 걸쳐 육수를 우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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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가 완성되면 동치미 국물을 섞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 열기를 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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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통에는 메밀가루와 전분을 함께 섞어 반죽을 만듭니다. 면은 주문 즉시 뽑아내 찬물로 헹궈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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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야 한 그릇의 ‘평양냉면’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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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번거로운 방식은 사실 할아버지부터 3대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고수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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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식당 외벽엔 낯선 문구 하나가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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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구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믿을 수 있는 식당’이란 반응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떤 사연이 담겨 있는 걸까요? 스브스뉴스가 찾아가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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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진에 왜 ‘이 맛이 안나!’ 라고 붙여 놓으셨나요? 아 그거요. 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에요. - 오류동 평양면옥 변준기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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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에 남편의 막냇동생이 있어요.” - 故 전정숙 할머니 6.25 때 월남하셨던 사장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 생각 때문에 항상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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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자리 깔린 따뜻한 방에서 얼음이 소복소복 깔린 냉면 먹으면 막 덜덜덜 떨리고... 아주 맛있었어요.” - 故 전정숙 할머니 그래서 1972년, 동네에 작은 평양냉면집을 차렸습니다. 고향에서 먹던 그 냉면 맛을 요리하며 허전함을 달래려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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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묻고 맛이 안 나면 가서 또 묻고 물어서 냉면 맛을 유지하셨대요. 맛에 있어서는 고집스러운 분이셨죠.” - 변준기 사장 그런데 아무리 연구해도 고향에서 먹던 그 맛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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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되면 가서 네 삼촌 만나 마주 앉아서 그 냉면 한 번 먹어 봤으면 좋겠다.” - 故 전정숙 할머니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결국 고향의 맛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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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곳을 마치 고향처럼 찾는 오래된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냉면집을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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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어르신들이 식당이 썰렁해 보이셨나 봐요. 뭐라도 걸라고 하시더라고요.” - 변준기 사장 외벽의 문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단골손님들의 말을 적극 반영해 적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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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분들이 찾아오시면 반도 안 먹고 남기시는 분들이 많아요. 다른 음식에 비해 밍밍하게 느껴지시겠죠.” - 변준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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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손님도 많이 줄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원하시던 평양냉면의 맛을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고 털어놓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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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일생이 담긴 맛이지만 고향에서 먹던 그 맛은 안 났겠죠.” - 변준기 사장 그래도 사장님은 할아버지의 손맛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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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이 고소하고 맛있었습니다.” - 스브스 인턴 S씨 “오? 저는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는데 맛있는데요?” - 스브스 에디터 N씨 “대중적인 맛은 아니지만 생각날 것 같아요.” - 스브스 인턴 K씨 다른 곳에 비해 명성도, 외관도 화려하진 않지만 허름한 오류동 시장 골목에서 맛본 할아버지 고향의 맛은 진하고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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