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방의 선물' 실제 인물…억울했던 지난날 인터뷰

출고 : 2016.12.01 09:21 | 수정 : 2017.02.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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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방의 선물' 실제 인물…억울했던 지난날 인터뷰

“저는 그렇게 범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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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한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영화는 ‘7번방의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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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83살 정원섭이라고 해요. 많은 사람들은 저를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이라고 말합니다. 저도 예승이 아빠처럼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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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안에 범인을 잡아오시오. 그렇지 않으면 관계자 전원 인사 조치하겠소.” - 박정희 前 대통령 1972년 9월 27일, 강원도 춘천 파출소장 딸 강간 살인 사건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놨습니다. 온 나라가 시끄러운 사건이라 대통령도 명령을 내릴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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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체포 마감일이 다가오자, 경찰이 동네 만화가게 주인이었던 저를 범인으로 지목해 몰아가기 시작했어요. 피해자가 만화가게에 자주 들렀다는 게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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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경찰들에게 끌려가 며칠을 맞기만 했습니다. 자백하라는 말도 없이 그냥 계속 때렸습니다. 경찰이 때리는데 어떡해요. 그냥 맞았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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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뒤, 저를 풀어줬어요. 부검 결과 성인 남성의 음모가 발견됐는데 A형으로 밝혀졌대요. 저는 B형이거든요. 그래서 저를 풀어준 거죠. 맞아서 아픈 몸을 이끌고 집에 와 겨우 일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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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3일 뒤, 저는 다시 잡혀갔습니다. 주먹으로, 몽둥이로 또 계속 맞았어요. 그다음부터는 고문이 시작됐어요.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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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고문 끝에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자백하게 됐어요. 그날은 1972년 10월 10일 새벽, 대통령이 명령한 범인 체포 마감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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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네 연필 맞지?” 경찰은 시신 근처에서 목격됐다는 연필이 제 아들의 연필이라는 점을 결정적인 증거라고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목격자가 봤다던 연필은 누런 몽당연필이었고, 아들의 연필은 파란색 15.8cm인 새 연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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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범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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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3월, 재판부는 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억울한 옥살이가 시작된 겁니다. 교도소 운동장에서 작은 유리조각을 모아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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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게 한 목사님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살아 나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제 인생을 바꿔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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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에서도 희망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1987년, 저는 모범수로 가석방됐어요. 억울한 15년 옥살이가 끝났습니다. 저는 출소 후 신학대를 들어가 목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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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 제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 청구서를 법원에 냈습니다. 하지만 매번 기각됐습니다. 또 한 번 법원은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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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5년이 또 지났습니다. 2005년,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경찰의 가혹행위, 증거 조작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39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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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아무리 짓밟고 뭉개도 절대 죽지 않는다.” - 정원섭 님 진실이 밝혀졌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지난 39년 동안 맺힌 한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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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판결 났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은 우리 집사람이죠. 저 같은 사람 만나서 고생해서...” - 정원섭 님 저로 인해 고생한 가족 때문입니다. 평생을 범죄자의 아내, 아들딸로 살았어야 했던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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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최근 법원은 자백을 강요했던 검사와 경찰관들이 제게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전 여전히 슬프고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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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돈은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그 경찰관과 검사의 진심 어린 사과입니다. 저는 아직 단 한마디의 사과도 듣지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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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제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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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도, 그 잃어버린 시간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는 제가 겪은 고통이 되풀이돼서는 안됩니다. * 이 기사는 정원섭 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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