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48일 동안 약국문 못 닫는 약사

출고 : 2016.11.23 08:15 | 수정 : 2017.02.0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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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8일 동안 약국문 못 닫는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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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천에서 22년 동안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김유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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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운영하는 약국은 일요일만 빼고 매일 24시간 열려 있어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심야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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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에 정부가 심야약국을 모집했는데 부천에는 지원자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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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야간에 문을 열었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어요. 6개월 동안 시범 운영기간이 끝나고 그만해도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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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오는 분들 때문에 밤에 약국 문을 닫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6년이나 하게 됐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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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밤에 오시는 분들은 참고 참다가 급하게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멀리 일산, 안산, 시흥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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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약국에는 유독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축 늘어진 어깨의 회사원이 밤늦게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던 길에 약국 문을 두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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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을 쉼 없이 달려왔지만, 남은 건 깊게 파인 주름과 불편한 몸만 남은 할머니도 잠 못 이루시고 약국을 찾으시죠. 술 한 잔에 시름을 삼킨 아버지들도 비틀비틀 약국 벨을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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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약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드려요. 그들의 말동무가 돼 드리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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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약사로서 아픈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제 마음도 충만해져요. 그래서 오히려 손님들에게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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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캐릭터 비타민을 달라며 잠 못 자는 아이 때문에 아버지가 찾아왔어요. 캐릭터 비타민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는 아버지의 모습은 모든 피로를 씻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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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약국을 벗어나지 못해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약국에서 다 해결해요. 잠도 쪽잠을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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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하나도 힘들지는 않아요. 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약국에서 놀고 있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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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뭐든지 논다고 생각해요. 일이라고 생각하면 하기 싫지만 논다고 하면 어떤 일이든 즐겁게 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약국 찾아주시는 분들 모두 제 표정이 밝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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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도 영양제, 비타민도 챙겨 먹고 매일 한 시간 운동도 합니다. 제 건강도 잘 챙겨야 약국에서 더 재밌게 놀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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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골 동네에서 만드는 매실차와 유자차를 약국에서 팔기도 해요. 그 수익금으로 그 마을 친구들 장학금을 마련해요. 생활 속에서 작게나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으니 그것도 얼마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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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심야약국을 운영하면 오히려 적자예요. 몸 관리도 더 많이 해야 하고요. 그런데도 왜 하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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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늦은 밤 저를 찾기 때문입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은 약국이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약국이기 때문에 저는 항상 약국에서 문을 열어놓고 손님들을 기다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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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약이 필요 없더라도, 혹시 지나가다 바른손약국이 보이시면 잠시 차 한잔하러 들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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