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 2016.11.16 22:11
| 수정 : 2017.02.0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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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7천 명이 받은 명세서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얼마 전, 저는 파업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귀갓길에 저의 집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그를 만났습니다. 역장이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갑인 내가 을인 파업하는 직원들을 늦은 밤까지 찾아다녀야겠나?" 저의 집까지 찾아온 그가 한 말입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혼자 돌아오는 게 어려우면 다른 직원 2∼3명과 잘 얘기해서 함께 복귀해라." -OO역장 처음엔 그가 부드럽게 회유하는 듯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회사에서 인사 변경이 있을 거다. 거기에 반영되지 않을 거로 생각하나?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거다." -OO역장 그런데 상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불편했습니다. 그건 협박이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상관과의 불편한 만남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13년 넘게 역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집으로 온 적은 없던 급여명세서가 집으로 날라왔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저의 급여명세서에 적혀 있는 10월 급여는 0원이었습니다. 급여명세서는 지난 9월에 파업한 기간을 고려해 미리 준 월급 30만 원 가까운 돈을 내놓으라는 으름장을 놓는 '독촉장'이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가족들도 급여 명세서를 봤습니다. 그리고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현실에 괴로웠습니다. (철도노조 조합원 A씨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1인칭 뉴스입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복귀하지 않으면 잘린다고 가족에게 전화했고, 심지어 시골에 계신 노모에게도 조합원 아들이 회사에서 잘리게 생겼다며 협박 전화를 했다." - 철도노조 관계자 A씨 뿐 아니라 상당수의 조합원이 사 측에게 압력을 넘어선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협박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코레일 관계자 회사는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업무 복귀를 다양한 방법으로 촉구한 것이고, 급여명세서를 가정에 보낸 것도 직원들이 회사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급여 확인을 위해서라고 해명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7천여 명이 파업하는데도 열차가 차질없이 운영되는 것은 철도공사 운영의 비효율성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11.15일) 철도노조가 성과연봉제 폐지를 외치며 파업한 지 51일이 넘었습니다. 정부도 조합원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빨리 돌아오는 게 좋을 것"…'독촉장' 된 명세서
정부와 회사는 말합니다. 빨리 돌아오라고. 노동자는 말합니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하지만, 성과연봉제를 놓고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습니다. 협상은 대화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협박을 하고 있다면 대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