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 : 2016.11.14 14:21
| 수정 : 2017.02.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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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너네가 자랑스럽다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원주 북원여고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맹순도입니다.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북원여고는 매년 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행사를 해요. 그날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며 계란도 나눠주죠.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빨리 나가 아이들을 맞이하려고 평소보다 서둘러 출근했는데 교문에 대자보가 붙어있더라고요. 깜짝 놀라 대자보를 읽어 나갔어요.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대자보에 쓰인 한 글자 한 글자에 아이들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절대 즉흥적으로 쓴 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글을 다 읽고 아이들이 너무 대견했습니다.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수업에 들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 글을 썼냐고 물었더니 제 수업시간에 ‘학생독립기념일’에 대해 배우고 우리도 한 번 해보자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뿌듯했습니다.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하루 종일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어른으로서, 교사로서 부끄럽지 않고 싶어 아이들의 고민에 답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그날 밤, 큰 종이에 조심스럽게 글을 써 나갔고, 학생들이 쓴 대자보 옆에 제 글을 붙였습니다.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어떤 선생님이 붙이신걸까?” “선생님이 쓰셨어요?” 그리고 다음 날, 일부러 대자보 근처에는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고 가며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가 쓴 대자보에 쪽지가 계속해서 붙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아이들이 제 글을 보면서 큰 힘이 됐다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의 대자보를 봤을 때 처럼요.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학생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왜곡되지 않고, 학생들의 목소리도 존중 받기를 바랍니다. 이런 소통이 배움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고 교문에 붙은 대자보…너네가 자랑스럽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당당히 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 학생들을 인정해 주는 선생님. 북원여고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살아있는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 이 기사는 맹순도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