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출고 : 2016.11.12 17:12 | 수정 : 2017.02.06 13:57
뉴스에는 위아래가 없다 - 스브스뉴스

"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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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안녕하세요. 제게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아빠의 마음은 다 비슷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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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그래도 제겐 딸은 좀 더 특별한 거 같아요. 미안한 게 정말 많거든요. 뭐가 그렇게 미안하냐고요? 전부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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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진행성 근이양증 환자에요. 군대 가서 처음 병을 알게 됐어요. 그게 93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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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세는 점점 악화됐어요. 97년에는 걷는 게 어려워지더니 99년에는 휠체어를 타야만 했어요. 2007년에는 손도 쓸 수 없게 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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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를 딸이 항상 옆에서 돌봤어요. 제가 딸을 키운 게 아니라, 딸이 저를 키운 거죠. 학교가 끝나고 오면 저를 돌보는 게 딸의 일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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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이 오죽했겠어요. 제 딸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나이에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가족들의 관심이 모두 제게 쏠려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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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딸에게 정말 미안했던 일이 있었어요. 2010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제가 딸에게 얘기도 안 하고 망막을 기증하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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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시력을 잃고 있는 아빠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를 봤어요. 딸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아빠가 보지 못하니까 손을 잡고 하나하나 설명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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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제 딸의 모습 같았어요. 제 딸 같은 그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눈을 기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연락을 했거든요. 그 아빠는 틴틴파이브 이동우 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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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5%를 주면 100%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임재신 님 사실 제게 남은 건 눈 하나밖에 없어요. 모든 근육이 마비됐지만, 눈은 깜박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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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 기증은 결국 안 했어요. 아니 못했어요. 동우 형의 병이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건데 망막 기증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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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아, 세상이 지금 같다면.” “어.” “너랑 나랑 어디든 간다.” 대신 우리는 그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구가 됐죠. 볼 수 없는 형에게 저는 눈이 돼주고, 움직일 수 없는 제게 동우 형이 손발이 돼주니 세상에 불가능한 게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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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아, 정말 기적처럼 발을 딛고 일어났어. 그럼 어디를 가고 싶어?” - 이동우 님 형이 저에게 물어보더라고요. 다시 움직일 수 있으면 어디를 가고 싶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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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 임재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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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데는 없고 내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

정말 가고 싶은 곳은 없어요. 다만 꼭 하나 하고 싶은 건 있어요. 제 딸 볼을 만져주고 싶어요. 제 딸이어서가 아니라 그 아이는 정말 예쁘거든요. 사랑한다, 내 딸. *이 기사는 임재신 씨와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한 1인칭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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