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5월 광주의 한 거리에서 처음 보는 여고생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장윤기는 지금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장 씨의 성범죄 혐의 등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을, 현직 경찰 간부인 장 씨의 아버지가 없앤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아버지의 증거인멸이 가능했던 건, 앞서 경찰이 해당 증거를 눈앞에서 놓쳤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용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5월 5일 새벽, 23살 장윤기는 광주 광산구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던 여고생 이채원 양을 납치해 흉기로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범행 11시간 만에 검거된 장 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고, 경찰은 성범죄는 적용하지 않고 살인 등 혐의로만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들을 초동 수사 과정에서 놓쳤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 씨 거주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일부가 훼손된 리얼돌 여러 개가 있는 걸 파악하고도 확보조차 하지 않은 건데, 그 직후 장 씨 아버지가 리얼돌들을 해체한 뒤 광주시 여러 곳에 나눠 버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아버지 장 씨는 또 장윤기가 과거에 쓰던 휴대전화도 사건 발생 이후 불태운 것으로 조사됐는데, 장 씨는 광주 지역에서 근무하는 현직 경찰 중간 간부인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또 장 씨 차량 블랙박스 내용이 담긴 SD카드를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후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으로 발견한 블랙박스 SD카드엔 장 씨가 "내 앞에 나타난 여자만 불쌍하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검찰은 또 지인 조사를 통해 "장 씨가 인생 망하면 여고생을 봉고차에 납치하겠다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이러한 조사들을 통해 장 씨의 살인에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강간 살인 등으로 혐의를 변경해 지난달 기소했습니다.
장 씨 아버지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친족의 증거인멸은 처벌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최용문/변호사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 경찰 본래의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에 공무집행 방해가 될 수 있을지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고요.]
장 씨 아버지는 검찰 조사에서 "아들의 범행이 성적인 부분으로 연관되는 게 우려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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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 취재한 법조팀 신용일 기자에게 더 자세한 내용 물어보겠습니다.
Q. 경찰 간부 아버지의 증거인멸, 경찰 해명은?
[신용일 기자 : 경찰은 우선 장윤기 주거지에서 리얼돌들을 발견했지만, 범행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봐서 압수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저희 취재진에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가슴과 목 부분이 흉기로 추정되는 도구로 심하게 훼손된 점, 그리고 지인들과의 범행 관련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장윤기가 성적 동기를 가지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가, 아들이 성범죄까지 연관되는 걸 우려해서 문제의 증거들을 모두 없앴다, 이렇게 진술을 한 만큼 이런 경찰 수사팀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경찰이 장윤기 차량에서 발견하지 못한 블랙박스 SD 카드를 검찰은 똑같은 차의 트렁크에서 발견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이 됐거든요. 경찰의 초동 수사가 매우 부실했고, 이 때문에 장윤기 범죄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판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Q. 성범죄 혐의 추가, 처벌 더 엄해졌나?
[신용일 기자 : 같은 살인이지만 살인의 목적에 따라 법정형 하한선이 달라집니다. 경찰이 적용했던 일반 살인 혐의의 경우 최대 사형이나 무기징역도 가능하기는 한데 법정 하한선, 그러니까 혐의가 인정됐을 때 법원에서 선고할 수 있는 가장 낮은 형이 징역 5년입니다. 그런데 이제 검찰이 성범죄 혐의를 추가한 강간 살인 혐의는 최소가 무기징역입니다. 법원이 유죄로 판단하면 장윤기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형, 무기징역 또는 사형밖에 없는 겁니다.]
Q. '증거인멸' 장윤기 아버지, 경찰 조사는?
[신용일 기자 : 저희가 알아봤는데요.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경찰의 별도 조사나 감찰은 없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현행법상 친족이 한 증거인멸은 처벌을 할 수가 없어서, 검찰도 아버지를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고 참고인으로만 조사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현직 경찰 간부가 다름 아닌 경찰 수사의 증거들을 없앴다는 점에서 그 행위가 적절했는지 내부 감찰 등을 통해 따져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김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