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가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AI 산업의 급성장과 잠재적 신용 위험'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적어도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현재 반도체 등 일부 기술 업종에 집중돼 있다고 짚었습니다.
S&P는 오늘(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AI 산업의 급성장과 잠재적 신용 위험'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번 간담회에는 루이 커쉬 S&P글로벌레이팅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 킴엥 탄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전무, 이창윤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상무, 김대현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 상무, 김제열 아태지역 기업 신용평가 이사 등이 참석했습니다.
김제열 이사는 올해 한국 기업 섹터의 핵심 키워드로 '불균형한 성장'을 꼽았습니다.
그는 "올해 들어 한국 기업 섹터 전체의 이익은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섹터별 양상은 전혀 다르다"며 "성장은 반도체라는 한 축에 집중돼 있고 그 외 산업은 완만한 흐름을 보이거나 외부 압박을 여전히 받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올해 1분기 국내 100대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140조원에 육박해 전년 동기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성장의 대부분은 테크 섹터에서 나왔다"며 "한국 기업의 강력한 성장이 특정 섹터에 기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성장을 주도하는 '아웃퍼폼' 섹터로 국내 반도체와 방산 산업을 분류했습니다.
그는 "AI 슈퍼사이클이 적어도 2028년 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메모리 기업들의 이익은 2026∼2027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2028년부터는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가 의미 있게 이뤄질 수 있다며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이사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투자 계획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신규 부지와 대규모 투자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타임라인의 가시성이 높지 않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투자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과거의 경기순환적 경험에 비춰볼 때 재무적 규율을 지켜가며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AI 기술 수출 호황은 한국 경제의 주요 버팀목으로 제시됐습니다.
루이 커쉬 전무는 "지난 수개월간 중동 갈등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과 인플레이션, 수입 가격 상승 우려가 있었지만, 아시아 경제 전반의 심리지표는 예상보다 크게 악화하지 않았다"며 "에너지 충격의 파급력이 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AI 관련 기술 수출 호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6개월 전만 해도 한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았지만, 현재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상향했다"며 "이는 시장 전망치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S&P가 작년까지만해도 한국의 2026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지만, 이를 대폭 상향한 것입니다.
국가신용도 측면에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아시아 국가들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AI 수출 호황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원화 약세에 대해서는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주요 배경이라고 봤습니다.
킴엥 탄 전무는 "AI가 경상수지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많은 자본이 미국으로 투자되고 있다"며 "미국이 AI 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3년여 동안 한국의 외국 주식 투자의 증가 규모는 4천억 달러 수준이라며 이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어 "이들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지지하지 못하고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가치 하락과 환율 변동으로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S&P는 금융권과 관련해서 글로벌 사모신용 시장의 스트레스가 국내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창윤 상무는 "사모대출의 성장은 경기 사이클의 산물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물러난 자리를 사모대출이 메워왔고 팬데믹과 금리 인상, 미국 은행 위기 이후에도 확장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재로서는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스트레스가 한국 금융권이나 보험사에 시스템적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며 "국내 보험사의 사모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는 총자산 대비 약 2% 수준으로 미국 및 유럽 보험사와 비교해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대현 상무도 "미국의 사모신용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국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은행과 증권사의 익스포저는 전체 자산 대비 미미하고, 주요 투자 주체는 연기금과 공제회 같은 전문 기관투자자"라고 말했습니다.
김 상무는 국내 금융권의 단기 리스크로 가계신용대출 증가와 증시 변동성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 전망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리스크 측면에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5월부터 가계신용대출이 크게 확대됐고, 이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향후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주식시장 조정이 일어날 경우 가계신용대출 부실이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 매도와 맞물릴 경우 환율이 단기적으로 크게 상승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