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찾아온 '초엔저'가 일본 경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과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잇달아 꺼냈지만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샙니다.
'바닥 없는 추락'이란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어제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달러당 161.98엔까지 내려갔다고 전하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2024년 7월의 저점인 달러당 161.96엔을 깼다고 보도했습니다.
플라자 합의 직후인 1986년 1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건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고용 회복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미국 중앙은행이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해 달러 가치가 높아질 거라 예상하는 시장 전망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엔화 가치 하락의 큰 흐름은 2022년부터 시작돼 4년 반 동안 달러화 대비 30%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다카이치 총리가 시중에 돈을 풀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금융 완화를 지향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예고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더 강해졌습니다.
올해 3월 이후엔 이란 전쟁으로 안전 자산인 달러화로 자금이 더 옮겨갔고,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로 일본에 대한 경제적 압박도 가중됐습니다.
엔저 국면이 본격 시작되자 일본은행은 약 10년간 이어 온 완화 정책에서 기조를 전격 선회하는 중입니다.
마이너스였던 정책금리는 플러스로 돌아섰고, 지난 16일에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1%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물가 영향을 뺀 실질금리는 여전히 낮아 금리 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해 뿌리 깊은 엔화 매도 압력으로 남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일본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달러화로 결제하는 원유·천연가스 등 수입 비용이 불어나면서 식료품부터 전기료까지 물가가 전방위로 폭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엔화 약세가 일본 정부의 사상 최대 규모 시장 개입에도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NHK는 "엔화 가치가 1986년 12월 당시의 수준까지 내려가면 차트상 참고 자료가 없으며, 어디까지 내려갈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상태'가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취재 : 김민정, 영상편집 : 류지수,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