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어선 (자료사진)
"(중국어선이) NLL(북방한계선) 선을 넘어와 있다 이 말이에요? 그냥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지난 24일 인천 연평도 평화전망대, 6·25 76주년을 하루 앞두고 해병대 연평부대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연평도 인근 NLL 해역에서 중국어선 30여 척이 불법 조업하는 장면을 직접 확인하고는 대책 마련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어선은 남북 대치 상황을 교묘히 악용해 NLL 남북을 넘나들며 조업하고 있어 이들 어선의 불법조업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28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NLL 인근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10년 전인 2016년에는 하루 평균 200여 척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해양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100척 미만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불법 중국어선의 NLL 해역 분포 현황은 하루 평균 기준으로 2023년 94척, 2024년 90척, 2025년 97척을 기록했고 올해에는 65척으로 줄었습니다.
이들 중국어선은 백령·대청·연평도 해역에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4∼6월, 9∼11월 더욱 기승을 부리며 NLL 해역의 꽃게, 까나리, 조개류 등을 싹쓸이합니다.
바다의 휴전선이나 다름없는 NLL 해역은 남북 어선 모두 조업할 수 없는 금단의 해역입니다.
중국어선은 '물 반 고기 반'인 황금어장이 형성돼 있는 NLL 해역에서 어부지리 격으로 이득을 챙기고 있습니다.
불법조업 횡포를 지켜봐야만 하는 어민들은 2016년 6월에는 참다못해 어선 5척을 이끌고 중국어선 2척을 직접 나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국어선을 나포한 한 선장은 "새벽에 연평도 남쪽 어장으로 조업을 나갔다가 연평도 북쪽 바다를 새까맣게 메운 100여 척의 중국어선을 보고 순간적으로 화가 나 어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어민은 수산업법 위반 등으로 해기사 면허정지 또는 어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었지만 당국은 어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김정희 연평도 선주협회장은 "이달 하순 들어서야 꽃게가 좀 잡히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못 가는 바다에서 중국어선들이 꽃게를 남획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어선이 NLL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지만 이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단속은 남북 군사적 충돌 위험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1999년과 2002년 1·2차 연평해전도 모두 꽃게잡이 조업과 관련해 교전이 촉발됐을 정도로 NLL 해역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중국어선은 이런 남북 대치 상황을 교묘히 악용하며 불법조업을 벌입니다.
연평도는 NLL까지 거리가 1.4∼2.5㎞에 불과해 중국어선은 해경의 나포작전이 시작되고 나서 3분에서 30분이면 NLL을 넘어 북한 해역으로 도주하고는 합니다.
해경이 나포를 위해 어선에 올라타도 조타실 방향키만 뺏기지 않으면 북한 해역으로 금세 도주할 수 있기 때문에 조타실 철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해역으로 신속한 도주를 위해 자(子)선에는 엔진을 3∼4개씩 달아 속력을 높이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NLL 해역에서 해경의 중국어선 나포 실적도 2023년 12척, 2024년 1척, 2025년 4척, 올해 2척 등 서해의 다른 지역 나포 실적보다는 확연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해경청 관계자는 "2017년에 서해5도특별경비단을 창설해 중국어선의 NLL 해역 불법조업에 강력 대응하고 있지만, 어선들이 남북을 오가며 조업을 일삼고 있어 단속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그래도 군과 협조하며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강력하게 단속해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어선에 대한 제재는 현 정부 들어 대폭 강화되고 있습니다.
불법 중국어선에 부과하는 벌금은 지난달 관련법 개정을 통해 최대 3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작년 12월 해경청 업무보고에서 "10척이 넘어와서 1척 잡혔을 때 10척이 같이 돈 내서 물어주면 사실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매우 어렵다"며 "10척이 모아서 내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벌금을 올려버려서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대책 마련을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제재 강화 조치는 불법 중국어선이 나포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서 NLL 해역에서 검거망을 피해 다니는 중국어선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민들은 중국어선이 자주 출몰하는 NLL 남측 우리 해역에 인공어초를 대량 설치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민들은 예리한 갈고리를 장착한 철재·석재 구조물을 해저에 투하해 장애물을 만들면 바다 바닥에 그물을 내려 어족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어선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김정희 연평도 선주협회장은 "해양수산부와 인천시가 서해5도에 인공어초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중국어선들이 자주 출몰하는 해역에 조금 더 가까이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며 "중국어선은 쌍끌이 조업 형태가 대부분이어서 인공어초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30일 국가안전보장(NSC)에서 NLL 해역의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다소 주춤했다가 최근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NLL 해역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해경의 중국어선 나포 실적을 보면 2019년 115척, 2020년 18척, 2021년 66척, 2022년 42척, 2023년 54척, 2024년 46척에 이어 작년에는 57척으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