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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의 해외 사례는?…"일본 방위대와 쌍둥이"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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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7일, 안규백 국방장관은 서울 노원구 육사를 방문해 생도들로부터 사관학교 통합 등의 의견을 들었다.

국방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합쳐 국군사관대학교(가칭)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에 이어 해군과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도 "졸속 통합"이라며 반대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고, 안규백 국방장관 탄핵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참여 인원은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포착됩니다.

사관학교 통합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밀어붙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총동창회들이 주장하는 졸속 추진의 냄새가 제법 풍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처럼 안보적으로 취약하고 규모 있는 국가 중에 통합 사관학교 학제로 장교를 키우는 데는 일본과 독일 정도입니다. 하필 국내외적으로 군사적 제약이 심한 패전국들입니다. 패전국의 장교 양성 방식을 한국이 굳이 흉내내야 하느냐는 지적이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국방부 장관 직속 기구였던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가 내놓은 권고안은 1~2학년 통합 교육, 3~4학년 군종별 분리 교육입니다. 민족 정서상 절대로 따라할 수 없는 일본 방위대학교의 학제와 참 비슷합니다. 사관학교 통합 같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는 사례 연구, 선행 연구를 했을 텐데 민관군 자문위나 국방부는 그런 절차를 건너뛴 채 졸속으로 일을 꾸미는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2학년부터 군종 분리" 일본과 "군종별 훈련 후 일반 학위 교육" 독일

태평양전쟁 전의 일본은 육군사관학교와 해군병학교를 운영해 육군과 해군의 장교를 따로 양성했습니다. 종전 이후 미국의 연합군 최고사령부가 일본의 비군사화를 추진하면서 일본의 육군과 해군을 각각 경찰예비대와 해상경비대로 격하시켰다가 자위대로 묶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교 양성 기관도 1952년 방위대학교(설립 당시 명칭은 보안대학교)로 축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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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9년 일본 방위대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모자를 날리는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방위대학교의 1학년 교육은 일반적인 교양 위주입니다. 교양 교과목, 외국어, 체육, 그리고 군종과 무관한 범위의 방위학 등을 교육합니다. 학생들은 2학년으로 진급하면서 육상·해상·항공의 군종과 전공을 선택합니다.

일본 방위대학교에서 유학한 적 있는 한 육군 예비역 장교는 "방위대는 전수방위(專守防衛)와 미일 동맹 체제에서의 연합 운용, 위기 관리 등을 뒷받침하기 위해 설치된 교육기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보 주도권을 미국에 넘긴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위력을 담보하기 위한 교육제도라는 것입니다. 즉, 북한과 대치한 상태에서 안보를 주도하는 한국과는 아주 다른 상황에서 탄생했습니다.

독일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장교 양성 제도를 개편했습니다. 전쟁 전에는 각 군이 장정들을 모아서 2~3년 간 집중적인 훈련과 교육을 시킨 뒤 장교를 배출했었습니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뒤, '군사 교육 및 훈련 후 일반 교육'의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사관 후보생들은 군종 선택 후 각 군 교육기관에서 1년 이상 군사 교육과 훈련을 받아 군사 전문가로 성장합니다. 이후 연방군 대학에서 순수 민간 학문의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합니다.

이른바 독사파(독일 육사 유학파)로 통하는 한 육군 예비역 장성은 "독일의 장교 양성 제도는 패전 이후 장교에 대한 인식 악화와 장교 희망자 급감이라는 독일 특유의 환경에서 생겨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전쟁 이전과 달리, 장교가 되면 민간과 다름없는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을 수 있다는 연방군 대학의 당근을 제시한 것이 독일 장교 양성 제도의 핵심"이라고 꼽았습니다. 군사 교육 및 훈련, 민간 학위 수여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현재 사관학교와 본질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통합 사관학교 방안은 일본 방위대와 이란성 쌍둥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가 내놓은 권고안은 2+2 네트워크형 통합입니다. 1~2학년은 국군사관대학교에서 군종 구분 없이 기초 소양 교육 및 전공 기초 교육을 하고, 3~4학년은 군종을 선택한 뒤 각 사관학교에서 전공 심화 교육과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입니다. 국방부 확정안은 아니지만 민관군 자문위의 권고안은 사관학교 통합의 유력한 기준입니다.

아무리 봐도 일본 방위대학교와 비슷합니다. 군종 구분 없는 교육이 1학년이냐, 1~2학년이냐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민관군 자문위는 "일본 방위대를 참고한 적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렇다면 민관군 자문위는 정책 개발을 위한 사전 선행 연구를 충실히 안 했다는 뜻이 됩니다. 통합 사관학교의 해외 사례를 대충이라도 검토했다면 일본 방위대학교와 이란성 쌍둥이 같은 2+2 네트워크형 통합안은 당연히 피했을 터.

국방부가 일본식 통합을 기각한다면 다른 방안은 군종별 훈련과 교육을 먼저 하고, 이어서 통합 교육을 하는 학제입니다. 역시 패전국 독일식이어서 따라하기 부담스럽습니다. 민간 학위 수여의 독일식 당근은 한국 사관학교에 이미 있는 제도여서 차별성도 없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통합 사관학교는 어느 쪽으로 가든 패전국의 장교 양성 교육을 모방하는 양상이고, 특히 민관군 자문위 권고안은 일본식과 아주 비슷하다", "역사적 배경에서 자유롭고 안보를 중시하는 정상 국가들의 학제에서 참고할 만한 통합 사관학교의 모델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방부가 어떤 모습의 사관학교 통합안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큰 틀에서 일본과 독일의 학제를 피해갈 수 없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독일식이면 실익 없이 패전국의 길을 답습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테고, 일본식이면 패전국 추종에 더해 '국방부의 친일' 논란을 자초할지도 모릅니다. 안규백 장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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