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네타냐후가 패닉에 빠졌다!"
02:58 이스라엘은 왜 빠졌을까?
04:06 레바논 안전지대, 네타냐후가 포기 못하는 이유
05:23 협상 최대 변수가 된 이스라엘, 과연?
1. "네타냐후가 패닉에 빠졌다!"
여기는 스위스입니다. 스위스인데,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네타냐후 총리가 패닉에 빠졌다", "큰 충격을 받았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7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는데도 크게 놀라지도 않았을 것 같은 네타냐후가 패닉에 빠졌다, 좀 의아하긴 합니다만 그 이유는 미국과 이란 때문입니다. 종전 양해각서를 합의하고 그 세부 사항을 협상하고 있는 두 나라가 지난 주말 여기 스위스에서 만났습니다. 처음 만난 1차 회담에서 양측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갈등 완화 기구, 영어로 'de confliction cell'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란은 미국이 원하는 핵 폐기 협상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여러 개를 촘촘히 박았습니다 경제 제재 해제, 이란 석유 수출 허용, 이란 영토 공격 영구 중단 등등 여러 개가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 넣은 게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입니다. 그냥 중단도 아니고 영구적 중단입니다. 그게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제1조입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1조에 넣어놨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한 다음에도 이스라엘은 전혀 개의치 않고 레바논을 또 공격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헤즈볼라를 공격한 건데 인명피해가 수십 명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이 이 문제를 걸고 나섰습니다. 이 1조도 못 지키는데 무슨 협상이냐면서 지난주 예정됐던 회담을 연기했습니다. 이 전쟁 뭣하러 했냐고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얼른 핵 폐기 하나라도 건져서 가을 중간선거 전에 최대한 마무리를 짓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지난주에는 밴스 부통령이 말을 안 듣는 이스라엘에게 "정신 차리라"는 말까지 하면서 경고를 했습니다.
[JD 밴스/미국 부통령 :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신 차리고 이스라엘이 처한 현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
트럼프야 워낙 입이 거칠다고 하지만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어깨를 걸고 나란히 이란 앞으로 돌격하던 이스라엘한테 부통령이 "야! 정신 차려 인마!"라는 말을 한다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고 어색합니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꿋꿋하게 계속 레바논에 주둔할 것이고 공격도 필요하면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이란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핵 문제를 본격 협상하기도 전에 이스라엘부터 해결하자는 공감대가 생긴 겁니다. 갈등 완화 이유가 뭐냐면 이스라엘과 레바논 충돌을 막기 위해서 당사자들이 모여서 협의하는 자리입니다. 이 기구에 누가 들어가 있냐 하면 미국 들어가 있고요, 이란 있고 그리고 중재 역할을 했던 파키스탄, 카타르, 그리고 당사자인 레바논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스라엘이 빠져 있습니다.
2. 이스라엘은 왜 빠졌을까?
정작 교전 당사자인 이 이스라엘을 갈등 완화 기구에서 빼버린 겁니다. 왜 그랬을까요? 간단히 보면 이 이스라엘을 '갈등 조장 국가', '평화 훼방 국가'로 규정한 겁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공격하는 이유를 자위권 차원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헤즈볼라 공격을 받아서 피해가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군인들이 사망하기도 합니다. 드론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양국의 휴전 상태를 위반하는 주범을 이스라엘로 규정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보면 됩니다. 레바논에서 군사 충돌이 생겼습니다. 이때 이스라엘을 뺀 갈등 완화 기구에서 레바논 대표를 불러다가 "야, 이거 어떻게 된 거냐", "이스라엘이 뭘 한 거냐"라고 물어보고 결론을 내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물론 이스라엘 의견도 듣긴 하겠지만, 이란, 파키스탄, 카타르, 레바논, 심지어 미국까지도 이스라엘 말을 잘 들어주지는 않을 겁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그러니 "네타냐후가 패닉에 빠졌다", "큰 충격을 받았다"라는 말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3. 레바논 안전지대, 네타냐후가 포기 못하는 이유
트럼프를 부추겨서 전쟁까지 하게 만들었던 네타냐후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도 급하지만 네타냐후도 11월 총선이 있습니다. 부패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네타냐후는 총선에 지기라도 하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스라엘 내부에 전쟁 피로감이 크게 쌓인 상태이긴 하지만 레바논 문제만큼 또 여론이 강경합니다. 헤즈볼라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레바논 남부가 이스라엘과 맞닿아 있는데요. 원래 이 땅은 2000년까지만 해도 비무장지대와 같은 안전지대가 있던 곳입니다. 이번에 이란 전쟁을 핑계로 그 안전지대를 복구하려는 게 네타냐후의 생각인데 그걸 또 국민 절반 이상이 지지하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여론조사에선 이란 전쟁을 이스라엘이 승리했다고 답한 이스라엘 국민이 10% 조금 넘을까 말까입니다. 그래서 어쨌든 지지를 받고 있는 레바논 안전지대 확보를 더더욱 네타냐후는 포기할 수 없는 겁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트럼프가 자신이 아니었으면 네타냐후 당신은 감옥에 갔을 거라고 말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강하게 협박을 해도 절대로 군사를 못 뺀다고 네타냐후가 버티고 있는 겁니다.
4. 협상 최대 변수가 된 이스라엘, 과연?
미국과 이란의 협상 국면에서 이스라엘이 최대 변수가 돼버린 건데 갈등 완화 기구에 이스라엘이 추가로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이스라엘과 같이 경기하는 대진표가 나오면 무조건 기권하는 게 이란입니다. 대화 상대로 보지를 않습니다. 만약 갈등 완화 기구에 이스라엘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이란은 빠질 겁니다. 결국 패싱당한 상태로 고립되고 있는 이스라엘이 어떤 몽니를 부릴지 모르는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보면 또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란 협상을 방해할 수 있는 레버리지도 갖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걸 또 앞세워서 미국에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내부 여론을 달래고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얻어내야만 네타냐후도 물러날 텐데 지금으로선 해법이 뾰족하지는 않습니다. 이스라엘도 헤즈볼라도 아닌 레바논 정부군이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네타냐후가 그걸 만족할는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네타냐후가 지금으로선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이 돼버렸는데 그래서 미국과 이란의 협상 60일이 더더욱 위태위태롭게 느껴집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김시내,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