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교권이 무너지고, 교사 홀로 갖은 민원과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교육 현장 실태에 대한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이번엔 학생에게 쓰레기를 줍게 했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 학대범으로 몰린 한 교사의 얘기입니다.
정반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의 한 초등학교.
지난해 5월, 한 4학년 학생의 부모가 자녀를 괴롭히는 친구와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자녀가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교사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난 사안이었는데, 메시지에는 '사과도 없이 지금 학부모 가르치는 거냐', '애 키운다면서 감수성도 없고 공감도 없고 뭘 잘했다고 도리어 큰소리냐'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 이걸 받기가 무섭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서 차단을 했어요. 그랬더니 교무실로 전화해서 '미친 거 아니냐', '학교를 다 뒤집어버릴 거다'.]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는 학부모의 행동을 '교육활동 침해'로 판단했지만, 학부모로부터 돌아온 건 아동 학대 고소장이었습니다.
자신의 아이한테만 쓰레기를 줍게 해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더해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사 :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가 스스로 줍게 하는 교육을 일상에서 늘상 하고 있었던 거거든요. 그 아이한테만 불이익을 주었다는 건 저는 정말 억울하죠.]
아이에게 단체 사진 찍을 만한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뒤, 아이가 사진을 찍어 보내니 무시했다는 것도 아동 학대 근거로 들었는데, 경찰 조사 결과 교사가 학생에게 보낸 메시지는 '고마워'였습니다.
수사 기관에서 아동 학대 혐의를 벗는 데 걸린 기간은 두 달.
학부모는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추가 고소했고, 무혐의 처분까지 다시 넉 달이 걸렸습니다.
아이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는 이유로 제기된 민사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 사실 아동 학대는 '기분상해죄'라고 불린 지 오래예요. 이런 고소를 진짜 1년 넘게 시달려야 되는 건 너무 가혹한 벌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교육'을 하기는 진짜 어렵죠.]
해당 학부모는 수사 기관의 무혐의 판단에도 죄가 없어진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학부모 : 무혐의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요. 어쨌든 학교에서 (아이에 대한) 보호 실패를 한 건 맞아요. 그래서 재정 신청도 한 거고요. 법적 절차를 밟아 간 것뿐인데 그걸 왜 문제 삼으시는지 모르겠어요.]
교육부에 따르면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된 교사의 95%는 불기소 또는 불입건됐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윤태호, 디자인 : 박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