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내 스타일 아닌데 자꾸 거슬려…배우 허남준이 마주한 '멋진 신세계'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배우 허남준이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를 통해 안방극장의 대세로 우뚝 섰다. 그동안 '스위트홈', '유어 아너' 등 장르물에서 선 굵은 연기로 주목받았던 그가 첫 로맨틱 코미디 남주인공으로 변신해 글로벌 흥행까지 견인해 냈다.

지난 20일 종영한 '멋진 신세계'(극본 강현주, 연출 한태섭 김현우)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이 씌어 '악질'해진 무명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허남준 분)의 일촉즉발 전쟁 같은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다. 이 작품은 방영 내내 촘촘한 전개와 감각적인 연출로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고, 특히 국내를 넘어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중심에서 허남준은 칼 같은 냉철함을 지닌 사업가이면서도, 사랑 앞에서는 '츤데레' 매력이 폭발하는 입체적 캐릭터 차세계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생애 처음으로 맞이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도 여전히 스스로를 '부족함 많은 신인'이라 칭하는 배우 허남준을 만나 '멋진 신세계'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멋진 신세계'가 국내외에서 큰 흥행을 거두며 종영한 것에 대해 허남준은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며 얼떨떨하면서도 기쁜 소감을 전했다. 현장이나 일상에서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들이 많아져 인기를 어느 정도 체감한다는 그는 주변 지인들과 시청자들의 반응을 언급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친한 친구들은 제 연기를 보면 워낙 오글거려해서 저한테 직접 '멋있다'는 말은 끝까지 안 해요. 대신 '드라마 진짜 재밌다'고 툭 던지는데, 작품 자체가 재밌다는 말이 배우에겐 최고의 칭찬인 것 같아요. 시청자 댓글 중에는 '허남준 진짜 내 스타일 아닌데, 자꾸 거슬리네'라는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연기로 시청자를 설득했다는 뜻 같아서 배우로서 너무 좋은 피드백이었습니다."

광고 영역

강렬한 인상의 허남준은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전형적인 로코 남주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배우다. '멋진 신세계'의 제작진은 허남준의 어떤 매력을 보고 차세계 캐릭터를 제안한 걸까.

"작가님한테 듣기론, 제가 전형적인 로코 남주 이미지가 아니라서 오히려 좋았다고 해요. 차세계가 신서리를 대할 때를 제외하곤 칼 같은 사업가라서 처음에 봤을 때 강하고 냉철한 느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이미지에 그런 게 있는 거 같아 절 눈여겨보셨다고 해요. 거기에 코믹적인 요소와 부드러운 것들을 더 찾아보셨고, 그러다가 제게 역할을 제안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전 로코가 해보지 않은 장르라,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걱정이 좀 됐어요. 다시 자신감을 가졌다가도, 대본을 읽어 보면서 '이 장면을 내가 해야 한다고?' 하며 또 걱정이 앞서고 그랬어요."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처음 도전한 로코 남주 캐릭터. 당연히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허남준은 그런 압박감 앞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임지연 선배는, 그렇게 바쁘고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데도 너무 열심히 하더라고요. 작가님도 감독님도 너무 열정적이었어요. 대화를 나눠보면, 다들 머릿속에 작품에 대한 세계를 확고하게 그리고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제가 움찔했죠. 전 그림을 크게 보지 못하는 신인이니까요. '정말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초반에 진짜 많이 했어요."

차세계는 겉으로는 냉철한 사업가처럼 보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순수하고 찌질해지는 인물이다. 허남준은 대본을 보며 인물이 가진 온도 차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능글맞음과 하남자스러운 면모를 극대화해 꺼내 놓았다고 설명했다.

"작가님이 차세계를 두고 '하남자 중의 상남자'라고 표현하셨어요. 차세계는 신서리에게 질척거리고, 끝까지 자기 문제는 아니라고 우기고 그러거든요. 연기하면서 '내 안에도 저런 모습이 있나?' 싶더라고요. 친구들과 실없는 농담을 하며 시간을 때울 때 나오는 제 안의 찌질한 모습들을 캐릭터에 녹여냈어요. 물론 차세계만큼 찌질하진 않아요.(웃음) 그런 면들을 극대화시켰죠."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첫 메인 타이틀롤이라는 부담감이 상당했던 그에게 현장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인물은 상대역인 배우 임지연이었다. 임지연이 체력적 한계 속에서도 묵묵히 웃으며 촬영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았다는 그는, 임지연 덕분에 신을 넓게 보는 힘을 배울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지연 선배는 너무 착해요. 자기 것만 하려 할 수도 있는데, 상대방의 장면도 다 챙겨줘요. 반응이 좋은 신들 중에 임지연 배우와 같이 상의해서 더 좋아진 장면들이 많아요. 제가 아직 경험이 없다 보니 전체를 보는 힘이 부족한데, 지연 선배는 큰 그림을 정말 잘 봐요. 화제를 모았던 9부 엔딩신도 선배가 '서리가 조금 더 격렬하게 때리고, 네가 잡을 때 더 거칠었으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줬죠. 제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많이 도와줬어요. 선배한테 많이 배웠죠."

그동안 강렬한 장르물 위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던 그에게 이번 '멋진 신세계'는 첫 로코 도전이었다. 허남준은 로코가 본인의 기준에서는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장르였다고 털어놓았다.

"로코는 특히나 인물들이 섬세하게 감정을 가져가야 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많지 않아요. 제 기준에는 제일 어렵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현장에 가서 질문이 많고 아이디어 공유가 많았던 건 처음이었죠. 같은 글을 보고도 감독님과 생각이 다를 때도 많았는데, 조율이 너무 잘 됐어요. 결국 우리는 같은 걸 원하고 있었으니까요. 로코는 정말 쉽지 않은 장르지만, 그래서 더 재밌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광고 영역

이러한 치열한 고민 끝에 대중으로부터 '새로운 로코 장인'이라는 값진 수식어까지 얻었지만, 허남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드라마의 성공과 캐릭터의 매력, 온전히 자신을 돋보이게 설계해 준 작가와 감독, 그리고 카메라 뒤 스태프들의 완벽한 협업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진심으로 말씀드리는데, 작가님이 글을 너무 잘 쓰세요. 무거워지려 하면 산뜻하게 풀어주시고, 너무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완벽한 라인을 설계해 주셨죠. 조금 답답하다 싶으면 시원하게 터뜨려 주셨고요. 감독님 역시 재기발랄한 연출 장치들로 극을 살려주셨고, 임지연 배우도 정말 훌륭했죠. 나중에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느낀 게, 카메라를 찍는 사람, 조명하는 사람, 편집점, 음악으로 감정을 살려주기 등 그 모든 것들이 전부인 것 같다는 거였어요. 결국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거죠. 방송을 보면서 '저기서 저렇게 편집하셨구나' 감탄하기 바빴습니다. '로코 장인'이라는 말은 저한테 과분해요. 제가 한 게 별로 없어요. 제가 해야 할 만큼의 연기만 했을 뿐이에요."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차세계는 사랑 앞에서 때론 찌질하게 질척거리기도 하고, 때론 강렬하게 다가서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었다. 실제 본인의 사랑 스타일은 어떤지 묻자, 허남준은 계산이나 밀당과는 거리가 아주 먼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마음의 크기나 나이대에 따라 연애 스타일이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밀당이랑은 거리가 굉장히 멀고 그런 계산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입니다. 거의 직진 스타일이거나, 오히려 혼자 마음이 너무 커지면 말을 잘 못 하기도 해요."

작품의 신드롬급 흥행과 더불어 큰 인기를 얻다 보니, 뜻하지 않은 열애설 해프닝도 찾아왔다. 같은 학교 출신으로 '멋진 신세계'에 단역으로도 출연한 배우 홍이설과 근거 없는 열애설에 휩싸인 것. 그는 첫 열애설을 마주했던 당시의 유쾌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처음엔 정말 재밌었어요. 한참을 웃었죠. '아, 이 친구랑 내가?' 하면서요. 진짜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친구와 열애설이 났으니까요. 열애설을 보고 회사 분들과 '와, 저 열애설도 나고. 성공했네요'라고 말했어요. 진짜, 절대, 그럴 일이 없는 친구거든요.(웃음) 전 처음에 떠도는 사진을 보고 합성인 줄 알았어요. 마침 유일하게 본방사수를 놓쳤던 날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친구가 '멋진 신세계' 방송에 나오더라고요. 저희끼리는 정말 재미있는 추억이 됐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밴드 데이식스(DAY6) 영케이의 OST 참여 뒤에는 허남준의 특급 의리가 숨어있었다. 예능을 통해 영케이와 단짝이 된 그는 '멋진 신세계' 감독으로부터 OST 가창자 섭외를 조심스럽게 제안받았던 비화를 털어놨다.

"헬스장에 갔다 오는 길에, 차에서 영케이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부담 주기 싫어서 이것저것 돌려 말했는데, 영케이가 듣자마자 '네꺼면 당연히 해줘야지'라며 흔쾌히 수락해 줬어요. 진짜 고마웠죠. 현장 감독님과 스태프들 앞에서 '해준대요!' 하고 외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제 장면에 친구의 목소리가 탁 흘러나올 때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만약에 언젠가 콘서트에서 영케이가 그 노래를 불러준다면, 전 울지도 몰라요. 반대로 영케이가 뮤비 출연을 부탁한다면요? 제가 더 영광이죠. 제가 돈을 내고서라도 무조건 할 거예요."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주연 배우로서 극을 훌륭히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허남준은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끊임없이 '신인'이라 칭했다.

광고 영역

허남준은 자신이 가진 부족함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통하는 것이 배우로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본질이자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데뷔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신인'의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현장에는 각자 담당하는 전문 기술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잖아요. 전 그저 연기만 할 줄 아는 사람이죠. 앞으로 경험이 쌓이면 더 큰 그림을 보고 연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본질은 제게 주어진 대사의 연기를 잘 해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현장에서 제가 잘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걸 좀 도와주세요' 하고 터놓고 얘기하는 게 모두에게 이로워요. 못한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꽁꽁 숨기고 연기하면 결국 극이 산으로 가버리거든요. 나이를 먹어도 '몸만 컸구나' 생각들 하잖아요. 전 아직도 제가 너무 신인 같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다가도 순간순간 현장에서 다른 신인 배우분이 저한테 연기에 대해 질문을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어? 내가 신인이 아닌가?' 싶어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웃음)"

허남준은 다가올 차기작 '고래별'을 비롯해 앞으로 수많은 작품을 마주하겠지만, 흥행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뚝심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잘되면 들뜨지 않게 행복해하고, 혹여 아쉬운 결과가 나오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야 건강하게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며 성숙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전 주어진 제 연기만 강단 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준비한 걸 보여드리는 게 본질이니까요. 시기, 운, 시청자의 취향 등 많은 이유들로 인해 제가 앞으로 가는 길도 왔다갔다 하겠죠. 하지만 거기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으려고요. 작품이 잘되면 너무 들뜨지 않는 선에서 행복해하고, 혹여 좀 안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럴 수 있지. 난 최선을 다했어'라고 생각해야 제가 건강하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에이치솔리드 제공, '멋진 신세계' 스틸컷]

강선애 기자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