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 구축된 거대 컴퓨팅 시스템 '라인샤인'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017년 이후 9년 만에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왕좌를 탈환한 겁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슈퍼컴퓨터 순위를 매기는 'Top500' 프로젝트 주관 연구진이 현지 센터를 방문해 검증한 결과, 라인샤인은 그동안 1위를 지켜온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보다 연산 속도가 20%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0개의 하드웨어 캐비닛에 무려 1,400만 개의 코어가 탑재된 규모입니다.
주목할 만한 건 기술적 설계입니다.
최근 최첨단 슈퍼컴퓨터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 GPU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반면, 라인샤인은 GPU 없이 오직 표준 마이크로프로세서인 CPU만으로 구동됩니다.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암'의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 설계한 칩을 사용했습니다.
검증을 주도한 잭 동가라 박사는 "GPU에 의존하지 않는 설계로 미국을 앞질렀다"며 "AI와 전통 과학 연구를 결합하는 인상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간 미국은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기 위해 고성능 AI 칩과 GPU 수출을 엄격히 통제해 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제재 대상이 아닌 일반 CPU를 활용해 세계 최고속 슈퍼컴퓨터를 완성해 내면서, 미국 내부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CPU 수출과 제조에 대해서도 더 강력한 통제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라인샤인은 현재 대기와 해양, 빙하를 아우르는 정교한 지구 기후와 인간 뇌 시뮬레이션 등 고정밀 수학 연산이 필요한 최첨단 과학 연구에 본격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 슈퍼컴퓨터 성능 테스트 결과를 공식 제출하지 않아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민간 주도 개발 형식을 빌려 다시 공식적인 기술력을 과시하기 시작한 만큼, 미·중 간 디지털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취재 : 이현영, 영상편집 : 서병욱,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