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까맣지?" 검사 결과 청천벽력…백신 없어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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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수화상병 발생으로 사라져버린 배밭

"6년이나 키운 사과·배나무들을 모두 땅에 묻어버리는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300㎡ 규모의 사과·배·복숭아 과수원을 운영하는 A 씨는 터져 나오는 깊은 한숨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사과나무 가지가 새까맣게 타들어 간 것을 발견하고 농업기술센터에 신고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과수화상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회신이었습니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전염병으로 감염 시 식물의 잎,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붉은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말라 버립니다.

2015년 경기 안성시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꾸준히 발생하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확산까지 빨라 대부분 매몰 처리에 의존해 '과수 괴질'로도 불립니다.

고양시의 경우 그동안 과수화상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이라 A 씨의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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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방제 절차에 따라 애지중지 키워온 나무 40여 그루가 모두 뽑혀 땅에 묻히는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며 당시의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A 씨의 마음이 더욱 괴로운 것은 과수화상병 피해가 당장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과수화상병으로 폐원한 과수원은 18개월이 지나야 과수를 심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묘목을 심고 수확까지 6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8년 가까이 농삿길이 막히는 셈입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에서 16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B 씨 역시 올해 처음 과수화상병 피해를 겪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과수원 13곳 중 1곳(2.640㎡)을 모두 매몰 처리했습니다.

B 씨는 "인접한 괴산군에서 매년 과수화상병이 나와 우리 쪽으로 넘어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실제 겪게 되니 막막하다"며 "주변 과수원에도 세균이 벌써 퍼진 건 아닌지 매일 불안감에 노심초사"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세균이 잠복해 있는 나무가 있다면 내년은 물론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수화상병이 동네의 분위기도 바꿔놓았다는 농민들의 푸념도 나옵니다.

지난 16일 충남 예산군의 한 사과 과수원 주변은 방제 작업 뒤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확진 뒤 굴착기가 들어와 감염 나무를 뽑아내고, 방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과원 곳곳을 오가던 자리는 흙바닥만 드러난 채 휑한 모습이었습니다.

주변 농가들은 혹시 모를 확산을 우려해 가지와 잎 상태를 수시로 살피면서 주변과의 대화를 아꼈습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단순 과수 피해를 넘어 발생 농가라는 낙인이 가져올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는 게 농민들의 전언입니다.

발생 농가로 알려지면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집중되고, 다른 농산물 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군 관계자는 "예산은 사과 주산지라 과수화상병 문제가 농가 생계와 직결된다"며 "농가들이 굉장히 예민해 통화도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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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으로 사라져버린 사과밭

오늘(17일) 농정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충주시 소재 사과 농가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 발생이 확인된 이후 이달 15일까지 전국 106개 농가에서 44.62㏊의 누적 피해가 집계됐습니다.

지역별로는 충북 46곳(18.57㏊), 경기 24곳(11.04㏊), 충남 19곳(9.6㏊), 전북 8곳(2.76㏊), 강원 6곳(2.21㏊), 세종 3곳(0.44㏊)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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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5일 과수화상병 위기 단계를 '경계'(기존 발생 지역 다발생, 신규 시도 발생)로 격상한 뒤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농촌진흥청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예찰·방제 강화와 더불어 사과와 배 수급 동향을 살피고 있습니다.

또, 의심 증상 발견 시 신속한 신고와 정밀 진단, 긴급 방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기관 간 협조 체계를 구축·운영 중입니다.

농정 당국 관계자는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으려면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농가의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다"며 "아울러 농작업 때에도 도구 소독을 철저히 하고, 다른 과수원 출입은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과수화상병 관련 신고는 대표전화(☎ 1833-8572)와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 관계 기관으로 하면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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