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이후 달러당 1,500원 위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환율.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더욱 거세졌습니다. 6월 6~8일 한때 달러당 1,560원마저 돌파한 뒤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개입이 나오면서 다소 진정되긴 했지만, 1,520원 언저리를 맴돌 뿐 더 내려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란전쟁의 끝이 임박했다는 희망섞인 얘기가 도는 시장에서도 1,520원 주변을 맴돕니다.
정부와 외환 당국은 심상찮은 환율 움직임의 원인 중 하나로 'NDF 투기적 거래' 문제를 지목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은행들을 불러 1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환공동검사도 시작했습니다. "너희 뭐 미심쩍은 짓 하는 것 없어? 지켜보고 있다~" 단속하는 겁니다. 우리 돈의 가치가 좀 더 떨어진다는 데 베팅한 '투기 세력' 때문에 환율이 이렇게까지 출렁이는 거라고 외환당국이 사실상 '지목'했다고 봐야 합니다. 무섭게 치솟은 환율, 정말 '투기' 탓이 클까? '투기' 때문이라면, 이걸 못 하게 할 수도 있는 걸까? 이렇게 환율이 오르고 우리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외국인들이 자꾸만 원화를 팔아서 달러를 들고 떠나는데, 우리 증시는 어쩌면 이렇게 (대체로) 상승세를 유지해 왔을까?
일단, 'NDF'란? 우리 외환당국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뉴욕, 런던, 싱가폴 같은 국제 금융도시들에서 거래되는 역외선물환입니다. 원화 없이 달러로 원화를 거래하는 파생상품이죠. 우리 국경 밖에서 일어나는 이 NDF 거래에서 자꾸 원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하락하는 쪽에 거는 베팅이 나오고 있고, 그 분위기가 우리 외환시장으로까지 번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겁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의 말대로 "꼬리(NDF)가 몸통(한국 내 외환시장)을 흔드는" 상황이란 거죠.
그런데, 어제오늘 생긴 것도 아닌 이 NDF 시장이 왜 하필 지금 "몸통을 흔든다"는 걸까요? 한국에 들어와있는 외국계 은행들을 단속하고 관련 자료 제출하라고 하고... 이런 점검을 통해서 지금 환율을 낮출 수 있는 걸까요? 이게 지금 우리 환율이 잡히지 않는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똑소리E]는 5월말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지금 시장의 구조적 문제들을 짚어봤습니다. 요즘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리긴 쉬운데,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려니 너무 비싼 이유가 뭘까 살펴봤죠. 역대 최대 수출로 외화를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만큼 해외 투자가 늘었습니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가 빠르게 늘었지만 그만큼 또 빠르게 팔아서 달러로 바꿔 나가고 있고요. 이란 전쟁 종전 소식도 시원하게 들려오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역시 잠재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젭니다. 무엇보다도 5월 중순 이후로 가장 부각된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걱정입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도대체 한국 증시를 언제까지 팔고 나가려는 걸까? 역설적인 얘기지만, 코스피가 너무 빨리 오르니까 '팔고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외국인들이 많았던 점도 있습니다. 이들이 따르는 매매 기준에서 한국에 넣어놓은 돈이 한국주식을 담기로 한 비중을 초과해 버리면, '삼전닉스'가 더 오를 걸 알아도 팔고 나가는 겁니다. 외국인들이 '익절'하며 빠르게 떠났는데도, 코스피는 엄청난 속도의 상승세를 지속해 왔습니다. 외국인들의 빈자리를 계속 채우며 밀어올린 건? 개인들과 국민연금이었죠.
국민연금에도 '한국 주식은 포트폴리오에서 이만큼만 갖고 있기로 한다'는 목표비중이 당연히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올해 1월에 이 기준을 따르는 걸 잠시 미뤄두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 시장을 국민연금이 출렁이게 할 때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4개월간 한국 증시는 외국인들의 매도 물결 속에서도 엄청난 속도의 성장을 거듭합니다. "국민연금이 지금까지의 기준대로 한국 주식을 처분하면 못해도 170조 원 어치는 팔아야겠는데?" 시장의 술렁임 속에 유예기간의 만료가 다가온 지난 5월말, 국민연금은 '한국 주식 목표비중' 자체를 큰 폭으로 늘립니다.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속성장한 우리 증시에 맞게 목표비중을 '현실화'하자는 겁니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한국증시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데 왜 국민연금이 한국 증시를 떠나야 하냐는 얘기가 나올 만 합니다. 외국인들의 '한국증시 목표비중'도 늘 고정돼 있는 건 아닙니다. 이들이 한국증시 목표비중 자체를 늘리고, 우리 시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곧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한국증시 목표비중'을 엄격하게 지켜왔던 이유 중에는 "한국 증시에 연금이 너무 큰 부담이 되면 안 된다, 연금의 운용이 시장을 너무 흔들어선 안 된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5월에 국민연금이 내린 선택이 우리 시장과 우리의 노후 모두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건강한 변화였을까요?
그 어느 때보다도 요동치고 있는 자산시장과 환율, 연금의 선택에 대해 따져봐야 할 점들까지, [똑소리E]에서 권애리 기자가 똑!소리 나게 짚어드립니다.
1. "외환 투기·시장교란 의심 행위 검사"한다는데…
2. '범인'이 국경 밖 투기 거래일까?
3.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군기 잡기' 나섰는데…
4. 일본, 100조 써도 못 막았다.. "환율 '그쪽 탓' 멈춰!"
5. "코스피 달달했는데.." 'K-증시 익절'에 레드카펫 깔아준 건?
6. 국민연금의 결정 …괜찮을까?
(취재 : 권애리, 촬영 : 박우진, 구성 : 김은지, 편집 : 채지원, 디자인 : 채지우, 제작 : 지식콘텐츠IP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