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현지시간) 체코와의 경기를 끝내고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선수 때도, 감독 때도 12년 만에 첫 승을 했네요."
돌고 돌아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첫 승리를 지휘한 홍명보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체코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12년을 기다린 승리입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남자축구 동메달을 지휘해 내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젊은 지도자로 인정받았던 그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의 처참한 성적을 내면서 한순간에 곤두박질쳤습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일부 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갈 길을 갔습니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행정 경험을 쌓았고, 좋은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어 울산 HD(당시 울산 현대) 사령탑에 올라 구단에 17년 만의 K리그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줬습니다.
이어 리그 2연패까지 일궈냈습니다.
홍 감독은 2024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으면서 다시 월드컵 무대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첫판에서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12년 전의 한을 풀어냈습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온 홍 감독은 "감독으로서 첫 승을 거뒀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이 승리 역시 오늘 정말로 고생한 선수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습니다.
그는 이어 "선수 때도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첫 승을 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 처음 나왔다. 결국은 마지막 2002년 한일 대회에서 12년 만에 첫 승을 했다"고 돌아봤습니다.
홍 감독은 브라질 대회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두철미하게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쓰던 선수만 계속 썼던 브라질 대회 때와 다르게, 오현규(베식타시),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 등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했습니다.
브라질 대회 당시 실패 원인 중 하나로 황열병 주사를 늦게 맞은 점이 지적됐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과달라하라의 고지대 적응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가며 대책을 세웠습니다.
과달라하라 입성에 앞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캠프를 차리고 보름 넘게 고지대 적응 훈련을 했습니다.
홍 감독은 "고지대가 결과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체코 선수들이 후반전에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반대로 우리 선수들은 그 시간대에 체력적으로 상대를 더 몰아쳤다. 더 공격적이었다"면서 "우리에게 아주 큰 효과를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승리의 수훈갑은 동점 골을 넣고, 오현규(베식타시)의 결승 골을 도우며 '멀티 공격포인트'를 올린 황인범(페예노르트)이라 할 만합니다.
홍 감독은 황인범에 대해 "60분 정도 생각했는데 본인이 더 뛸 수 있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 결과 극적인 장면까지 만들어 팀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습니다.
교체로 들어가 월드컵 데뷔 무대에서 데뷔골을 폭발한 오현규에 대해선 "준비된 (교체) 카드였다. 본인이 아주 많은 노력을 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음 상대 멕시코에 대해서는 경계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홍 감독은 "홈 팬으로부터 굉장히 성원을 받으면서 경기하는 모습을 봤고, 저희한테도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이 경기장에서 우리가 한번 해봤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조금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늘 두 팀 모두 승점 3점을 챙겼다. 이제 다음 경기가 우리에게도, 상대팀에게도 굉장히 중요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오는 19일 오전 10시 같은 곳에서 멕시코, 25일 오전 10시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을 상대로 조별리그 2∼3차전을 이어갑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