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새벽 3시 반, 방송국을 나섰다. 두 시간을 달려 5시 반, 경기 여주의 곰 사육 농장 앞에 닿았다. 농장주가 6시쯤 집을 나선다는 걸 알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비롯한 동물단체들이 시간을 맞춰 모인 참이었다.
사유지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먼저 도착한 경찰이 농장주를 만나 설득에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시민단체와 농장주가 마주 앉았다. 취재 허가가 떨어진 건 그다음이었다.
축사를 개조한 공간에 철창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바닥에는 오래된 배설물이 쌓여 있고, 천장에는 거미줄이 가득하다. 여러 차례 곰 사육 농가를 취재했지만, 곰의 생존이 위태로워 보일 만큼 최악의 환경이었다.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곰은 모두 63마리. 한 철창 안에서 어미 곰과 함께 새끼 곰이 발견됐다. 새끼는 지난 2월 태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시점이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웅담 채취용 곰의 사육과 소유는 금지됐다. 허가 없는 증식도 불법이다. 새끼는 그 이후 태어났다.
농장주는 불법 증식이 아니라고 했다.
내가 생산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번식 시키고 싶어서 시킨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는데 그냥 죽일 수가 없어서 그냥 놔 둔 거죠.
앞선 점검 때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농장주는 "곰이 겨울잠을 자고 있어 새끼가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이 먼저 신고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생후 두세 달 된 새끼 곰은, 6개월 계도기간의 의미를 다시 묻게 했다. 이 사건은 두 갈래로 나눠 봐야 한다. 하나는 곰 '사육'에 대한 규제이고, 또 하나는 '증식'에 대한 규제다.
사육 문제는 곰 사육 산업을 끝내는 절차와 관련돼 있다.
1981년 정부가 농가 소득을 위해 곰 수입을 장려한 지 45년, 지난 1월 1일부터 웅담 채취용 곰 사육과 소유는 전면 금지됐다.
다만 정부는 곰을 옮길 보호시설이 부족하다는 현실을 감안해 6월 30일까지 6개월의 계도기간을 뒀다. 이 기간에는 이미 있는 곰을 계속 데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하지 않는다.
증식 규제는 결이 다르다. 계도기간은 이미 있는 곰을 당장 옮기지 못한 상황에 대한 유예일 뿐, 새끼가 새로 태어나는 것까지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 CITES 부속서 Ⅰ에 올라 있다. 1981년 동남아 등에서 들여온 사육곰도 여기에 해당한다. 야생에서 잡힌 곰이 아니더라도, 반달가슴곰이라는 종 자체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관리된다.
그래서 야생생물법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증식하려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상업적 이용과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야생생물법 제68조
허가 없이 국제적 멸종위기종 증식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3천만 원 벌금
결국 이 사건은 두 규제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농장주는 자신이 기른 곰은 멸종위기종이 아니라고 했다. 동남아에서 인공 사육하던 곰을 들여온 것이지 산에서 잡은 야생 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입 경위와 무관하게 반달가슴곰은 멸종위기종이다.
기후부는 농장주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허가 증식은 사육과 달리 계도기간과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6개월 계도기간과 무관하게, 이건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 즉각 처벌이 가능합니다.'어쩌다 보니'가 가능했던 구조
새끼가 '어쩌다' 태어났다는 말에 시민단체는 동의하지 않는다. 곰은 철창으로 칸칸이 나뉘어 사는데, 암수를 일부러 한 칸에 넣지 않으면 새끼가 생기기 어렵다. 칸이 나뉜 농장에서 새끼가 나왔다는 건, 누군가 암수 곰이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이 농장에서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농장주 본인의 설명에도 합사 정황은 드러난다. 그는 곰들이 칸과 칸 사이를 서로 오갈 수 있게 우리를 터놨다고 했다. 암수가 같은 칸에서 만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 농장이 유독 문제가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4년 정부와 농가가 증식을 멈추기로 하고 곰 중성화에 들어가면서,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더 이상 새끼가 태어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이 농장의 곰들은 그 조치에서 빠졌다. 최 대표에 따르면 동물원 전시용으로 분류된 곰들이 중성화되지 않은 채 남으면서, 이 농장만 암수를 합치면 새끼가 생기는 상태로 유지됐다.
이 농장의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잇따른 곰 탈출 사고와 불법 도축·허위 신고 혐의로 처벌 받은 전례도 있는 곳이다.
금지하고도 30년곰 사육을 끝내겠다는 결심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베트남은 1992년 웅담·담즙 채취용 곰 사육을 불법화했다. 한국보다 34년 앞섰다.
그러나 금지가 곧 종식은 아니었다. 베트남의 사육곰은 2005년 4천여 마리에서 2017년 1천여 마리로 줄었지만, 국제동물보호단체 애니멀아시아 조사에서는 300여 마리가 농장에 남아 담즙 채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으로 막은 뒤에도 곰을 농장에서 빼내는 데 30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구조된 곰들은 하노이 북쪽 땀다오 국립공원의 보호센터로 옮겨져 여생을 보낸다.
물론 한국과 베트남의 제도와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베트남의 사례가 보여주는 점은 분명하다. 금지를 선언하는 일과 곰을 실제로 농장 밖으로 꺼내는 일은, 같은 일이 아니다.
6월 30일, 그 후...새끼와 어미 곰은 강원 화천의 민간 시설로 옮겨졌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임시 보호다. 기후부는 처벌과 몰수 절차가 끝나야 곰의 소유 문제가 매듭지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 대표는 이 새끼에게서 더 큰 의미를 읽었다.
저 태어난 새끼가 마지막이어야 하지 않을까. 농장에서 사는 마지막 곰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마지막'은 쉽게 오지 않는다. 6월 30일 계도기간이 끝나도, 갈 곳을 찾지 못한 곰이 100마리 안팎 남을 전망이다. 구례 보호시설과 공사가 중단된 서천 시설을 합쳐도 수용 가능한 규모를 넘어선다.
최 대표는 기후부가 더 이상 움직일 여력이 없다고 봤다. 그는 청와대 관계자들을 만나 계도기간이 끝나기 전 갈 곳 없는 100마리를 어떻게 할지 논의했고, 결국 청와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예산 없이 기후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농장주는 이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했다. 정부가 권해서 시작한 일을 어느 날 불법으로 돌려 세웠다는 것이다. 1981년 곰 수입이 허용되던 때, 자신도 정부 장려를 따라 곰을 들인 농가의 한 사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81년에 수입이 허용돼 들어온 곰을, 그때 뉴스에 나오면서 농가 소득 올리라고 정부가 장려를 했잖아요. 그때 산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접니다.
최 대표는 책임을 조금 다르게 봤다. 정부냐 농가냐를 따지기보다, 곰 사육을 용인해온 사회 전체가 뒷감당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단독으로 책임을 져야 될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웅담을 채취하던 사회에서 그렇지 않은 사회로 가려면, 남은 곰들에 대한 책임은 우리 사회가 져야 합니다.
책임을 나눠 묻는 것과 불법 증식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다만 45년 전 정부가 장려해 시작된 산업이라는 사실은, 지금의 사태와 떼어 놓고 보기 어렵다.
곰 사육에 대한 단속 유예기간은 6월 30일에 끝난다. 법은 그날 사육의 시대를 닫는다. 그러나 그날 이후에도 갈 곳 없는 곰 100마리는 농장에 그대로 남는다. 두세 달 된 새끼 곰은 그 100마리 가운데 하나가 될까. 아니면 정말 농장에서 태어난 마지막 곰이 될까.
끝을 선언하는 일과 끝을 마무리하는 일은, 여전히 다른 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