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브리핑

7달 만에 2번째 깐부 회동, 한국과 AI 동맹 노리나? [이브닝 브리핑]

젠슨 황 동선의 핵심은 '피지컬AI 주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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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한국을 전격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그 귀하다는 인공지능 칩, GPU를 한국에 5년 동안 26만 장이나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3년 전에 챗GPT가 등장한 이후 AI상용화가 현실이 되면서 세계적인 GPU 품귀 현상이 나타났고, 그 물량 확보가 한국 정부의 국정과제로 등장할 정도였다. GPU의 첫 시작은 컴퓨터 게임이지만 그래픽 장치로서 이미지와 영상 등을 빠르게 인식해 처리하는 특성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빨리 학습해야 하는 AI에는 핵심적 기능을 한다. 엔비디아는 이 AI가속기 시장의 90%를 점유하다 보니 그의 방문과 공급 계약이 큰 화제가 됐다. 젠슨 황은 내일(5일) 전세기 편으로 다시 한국에 온다.

황 CEO의 이동 동선과 예상 방문지를 지도 형태로 표시하고, 엔비디아 관련 한국 상장사의 주가 움직임을 함께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해 수만 명이 접속한다는 뉴스도 나온다. 그의 동선과 언급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가 들썩이기 때문이다. 강화되는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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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전 약속한 GPU 26만 장의 공급 동선이 힌트?

'삼겹살 회동'으로 예고된 2차 깐부 회동의 참석자 중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기업은 네이버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참석자로 나선다는 소식에 네이버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언론의 경쟁적 속보를 보면 젠슨 황은 경기도 성남에 있는 네이버 제2사옥 1784 방문이 유력시되는데, 이곳은 로봇과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5G 특화망 등 네이버의 미래 기술이 집약된 공간으로 꼽힌다. 눈에 띄는 부분은 접촉하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클라우드'를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AI의 중추는 결국 플랫폼이란 점에서 유효한 추측을 낳는다.

지난해 10월의 1차 방한을 돌아보면,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황 CEO가 공급을 약속한 26만 장의 수혜자 중에 네이버가 포함돼 있다. 정부가 약 5만 장, 삼성전자가 5만 장, SK가 5만 장, 현대차가 5만 장, 그리고 네이버가 6만 장 정도를 받게 되는 것으로 발표됐는데, 정부는 국가적인 AI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즉 한국형 소버린AI의 기반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고, 네이버는 기존의 AI인프라에 6만 개의 엔비디아 칩을 확장해 소버린AI와 각 산업에 특화된 '피지컬AI'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었다.

삼성전자는 이 GPU를 활용해 반도체AI 공장을 구축하는데, 복잡한 초정밀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AI를 통해 대폭 효율화하는 개념이다. 현대차는 자사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레벨 업그레이드와 학습 모델 개발은 물론 로봇제어 알고리즘 개발에 활용한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2가지 핵심 키워드를 유추할 수 있다. 바로 '클라우드', 그리고 '피지컬AI'이다. 결국 이번 두 번째 방한의 목적은 1차 방한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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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큰 고민은 '차단된 중국'..더 귀해진 한국

지난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출발 때는 전용기에 타지 않았던 젠슨 황 CEO를 알래스카를 경유하며 막판에 합류시키는 모습이 관심을 끌었다. 미국은 중국이 아쉬워하는 첨단 AI가속기 칩의 대중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카드를 자국이 원하는 중동 전쟁에 대한 중국의 개입, 희토류 등 전략자산 공급 등의 목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했다는 추측이 많았다. 하지만 H200등 AI칩의 수출과 관련해 의외로 중국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 정책의 자존심을 지키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나 황 CEO 모두에겐 아쉬운 결과였을 것이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민은 대중국 비즈니스의 차단이다. AI산업이 확장하면서 미국과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정체되는 주가의 배경이기도 하다. '차단된 중국'이 황 CEO를 고민하게 만드는 또 하나 이유는 '로봇 산업'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중국은 양적인 면에서 이미 세계 1위의 로봇 산업 국가이다. 제조 공장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 수는 200만 대 이상으로 세계 설치량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연간 5천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며 세계 시장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주요 도시에 로봇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실제 행동 데이터를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무상 제공하면서, AI를 로봇의 두뇌로 탑재하는 피지컬AI 구현을 시도하고 있다. 무서운 성장세지만 딥시크 등 중국 AI플랫폼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로봇의 AI융합'이라는 AI의 다음 단계 확장에서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와 저렴한 생산 비용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엔비디아에겐 큰 장벽일 것이다. '황 사장'에게 한국이 왜 절실한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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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 선점 노리는 엔비디아..진정한 깐부 될까?

젠슨 황은 엔비디아 창립 연도인 93번을 달고 프로야구 두산베어즈 경기의 시구도 할 예정이다. 뉴스에 따르면 박정원 두산 회장이 동시에 시타자로 나선다. 지난 2일 두산로보틱스의 주가는 20% 급등했다.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속 깊은 논의를 나누는 비즈니스 미팅의 문법과는 아주 다르다. 일각에선 '엔터테인먼트형 비즈니스'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기업 대 기업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을 일시에 참여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대단한 배포의 마케팅이란 평가도 나온다. 정서적으로 동맹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황 CEO의 1차 방한 당시엔 엔비디아는 ⓵AI칩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고객'과 ⓶자사가 생산하는 GPU에 들어갈 한국산 '반도체의 공급 확보'라는 실익을 얻었다는 보도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2차 방문과 연결지어보면 나름의 큰 그림이 준비되고 있었다는 것을 의심할 만하다. 중국을 뺀다면 피지컬AI와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수인 다양한 제조업 현장의 데이터를 가진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생각과 계산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관성과 물리적 법칙을 이해해야 자율주행이나 로봇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표준화해 AI에 학습시키고, 이를 통해 로봇을 움직이는 과정도 5G 통신 방식처럼 하나의 국제 표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생산해도 애플 기반, 안드로이드 기반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엔비디아는 GPU 기반 AI가속기에 독점적 기술력을 가졌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이 칩에 의존하는 또 하나 이유는 엔비디아 칩에서만 호환되는 AI개발 생태계(플랫폼)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이미 현실 세계를 디지털 공간의 세계로 복제하는 '옴니버스'와 피지컬 AI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같은 자사 플랫폼을 개발해왔는데, 이 플랫폼을 한국 제조업계가 활용하도록 해 앞으로 피지컬AI 플랫폼을 주도하고 나아가 국제 표준화하려는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도 별도의 피지컬AI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관련 산업에 필수적인 AI가속기 칩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차피 협력과 절충이 필수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어떤 방식이든 한국에는 큰 경제효과가 예상되지만, 우선 한국 AI산업의 엔비디아 의존도가 커지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엔비디아 동맹에 참여하더라도 동맹으로서의 자주성과 확장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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