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기세가 거침없다. 코스피가 장중 8900선까지 찍은 상황에서 6월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단기 급등한 주가에 차익실현 심리가 고조됐다는 '일반적' 분석이 나오지만, 조정이 와도 폭이 크지 않고 상승기조는 하반기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거품이 있어도 자연스럽고 두께가 두껍지 않다는 식이다. AI산업 확장과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한 계속된 의심에도 시장의 신뢰는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 1만 돌파 여부를 가름할 하반기 금융시장의 최대 변수는 아마도 글로벌 금리인상일 것이다.
먼저 짚고 가야할 지표는 수출이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코스피 랠리에 다소 묻혀 있지만 무역국가인 한국의 수출 호조는 기록적이다. 5월 수출은 또 역대 최고치인 877억5천만 달러로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다시 기록했다. 석 달 연속 수출 800억 달러 돌파는 예상하기 힘든 성과였다. 반도체 수출은 371억6천만 달러로 42.3%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DDR5 16Gb 가격이 전년보다 682%나 오른 효과가 반영됐다. AI서버에 필수적인 SSD 수출은 전년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내년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정부는 1∼5월의 호조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연간 수출 '1조 달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 고유가의 지속 여부 등이 변수이다.
무역수지도 5월에 이미 연간 최대치를 돌파했다. 자동차 수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화장품과 농수산식품 수출이 양호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석유 및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전쟁 악재 속에서도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되는 배경이다.
신현송의 전격 '매파'선언..시장은 왜 담담했나?지난 달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번에는 물가를 보나 성장을 보나 환율을 보나 부동산을 보나 갈 길이 비교적 명확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여러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첫 회의에서, 모호하지 않은 표현으로 분명하게 방향성을 밝힌 셈이다. 사실상 이번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었는데, 다만 확신을 위한 근원물가 통계가 더 필요했다는 설명도 시장에는 큰 뉴스였다.
금융통화위원 7명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에선 전체 21개 점(전망) 중 19개가 '인상'으로 쏠렸다. 2회 인상 전망이 10개로 가장 많았고, 1회 인상은 7개, 3회 인상은 2개였다. 지난 2월엔 인상 전망이 단 1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위원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2.75%로 높여야 한다며 동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소수의견을 표시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총재 취임 후 첫 금통위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온 경우는 처음이다.
하지만 신 총재의 발언에 시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7월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올해 안에 2∼3회 인상도 가능해 보인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코스피는 약보합 마감했지만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재고조가 영향을 줬고, 국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는 커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엔 악재가 틀림없지만, 앞으로 나타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은 악재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에 따라선 '좋은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화정책에서 금리인상은 수요 변수와 공급 변수를 고려한다. 경기가 활성화하면서 재화에 대한 수요가 강해지면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는다. 반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를 경우에도 물가가 상승한다.
먼저, 한국은행이 '매파 본색'을 전격적으로 드러낸 것은 물가 상승 요인이 가장 크다.
오늘(2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1% 올랐다. 이는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던 2024년 3월(3.1%) 이후 최대 폭 상승으로 3%대에 도달한 것도 2024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이 결정적이었다. 석유류 물가가 24.2%나 올랐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가장 높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가 요인이다. 신현송 총재는 생활물가 상승이 앞으로 물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다시 물가상승을 낳는 악순환을 경계하고 있는데, 이런 기대인플레 심리가 고착화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금통위가 열릴 때는 4월 물가지표를 참고로 했고, 이후 5월 물가지표가 예상대로 높게 나온 만큼 7월의 기준금리 인상은 더 확실해진 셈이다.
하지만, 한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방침은 수요 변수의 영향도 받고 있다는 점이 미국이나 유럽과 다르다. 예상 밖의 강한 경제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수출 호조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상향조정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2분기에도 고공 행진하자, 한은은 이를 반영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2월 전망치(1천700억 달러)보다 대폭 높인 2천5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종전 사상 최대치인 지난해의 1천231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무엇보다 올해 연간 실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올려 잡았다.
이런 과정은, 통화당국이나 정부나 시장이 모두 우려했던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속의 경기 둔화) 우려를 걷어내는 것이다. 오히려 경제적 수요에 뒷받침된 긴축 요인이 함께 생겨난 것이다. 명목 소득과 자본 소득이 함께 늘어나고 있는데, 초과세수를 거두는 정부의 재정확장 정책과 반도체 기업의 임금 상승도 수요 면에서의 인플레 자극 요소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소득과 자산의 증가가 물가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화하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준비는 물가 상승 탓도 있지만 반도체 수출효과에 따른 경기 활성화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 억제 효과?..주식시장에도 영향 주나신임 통화정책 수장의 데뷔 무대가 '매파 선언'으로 시작됐다면 시장엔 적지 않은 충격일 수 있었다. 하지만 28일 이후 주식시장은 한은 이슈에 상당히 덤덤했다. 채권시장이 들썩였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앞으로 한 달 안에 연 8%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시 말해 7월 금리인상이 부동산 매수세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고물가에 직면한 미국이 좀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미 간 금리격차가 축소되는 상황은 외국인 자금유출을 제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또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예상되면서 오히려 충격을 줄이는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미국에서 현지시간 오는 16일 첫 FOMC 회의를 주재하는 '케빈 워시' 신임 미 연준 의장이 그랬다면 뉴욕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압력은 수요보다 공급(유가)의 변수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의 수식어가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은행 내부 실무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긴축의 타이밍을 수차례 놓친 것이, 지난 연말부터의 환율 불안을 불렀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여건이 허락할 때 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려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위하는 길이라는 원칙론이 오랜 기간 묻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어의 기술'과 같은 모호한 메시지가 아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 신현송 신임 총재의 데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확장재정 정책 성향이 강한 현 정부와의 소통과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통위가 오는 7월 16일 다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지난 2023년 1월 13일(연 3.25→3.50%) 이후 3년 6개월 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