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국제결혼중개사를 결혼중개업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때 그 직원들을 형법상 공범으로 묶을 순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결혼중개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국제결혼중개사 대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직원 B 씨, C 씨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한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A 씨 등은 베트남 현지 협력사로부터 베트남 여성들의 얼굴 사진과 키, 몸무게 등 정보를 받아 이를 자사 홈페이지 회원 가입자에게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결혼중개업법 제12조와 제26조는 국가·인종·성별·연령·직업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표시·광고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합니다.
다만 처벌 대상은 당국에 등록·신고한 '결혼중개업자'로 제한합니다.
사건의 쟁점은 A 씨를 결혼중개업법상 처벌 대상인 결혼중개업자로 볼 수 있는지, 나아가 결혼중개업자가 아닌 B 씨와 C 씨에게 형법상 공동정범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1심은 A 씨를 결혼중개업자로, B 씨와 C 씨를 공범으로 판단하고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은 이 사건에서 결혼중개업자는 A 씨가 아닌 A 씨가 운영한 회사로 한다며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B 씨, C 씨에 대해선 형법상 공동정범 규정을 적용해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들 역시 결혼중개업자 신분은 아니지만, 결혼중개업자인 회사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2심의 이러한 법 적용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혼중개업자가 아닌 B 씨와 C 씨를 결혼중개업자인 법인의 공범으로 묶는 것은 기존 판례에 반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오히려 이들의 경우 결혼중개업법의 양벌규정인 제27조를 적용했을 때 비로소 처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조항은 법인 대표나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한 위법행위를 했을 때 행위자뿐 아니라 법인도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결혼중개업자 신분은 아니지만 관련 업무를 실제로 하는 이들을 처벌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는 게 현행 판례상 해석입니다.
대법원은 2심이 B 씨와 C 씨에 대해 잘못 판단했을 뿐 아니라 검찰 측에 기소 취지를 명료하게 하라는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오류도 범했다며 사건 전체를 파기했습니다.
검찰의 주장이 A 씨를 결혼중개업자로, B 씨와 C 씨를 공범으로 보고 처벌해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A 씨를 결혼중개업자로 보지 않고 3명을 모두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형사소송규칙에 따라 석명권을 행사하고 그에 따라 심리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지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