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에 닻을 내리고 멈춰 있는 선박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석 달째를 맞는 가운데 '합의 임박' 분위기까지 연출됐던 종전 협상이 양측의 소규모 무력 충돌로 위태롭게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위협을 이유로 이란 군사시설을 추가 타격하자, 이란도 곧장 미군 공군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강대강' 확전 국면으로 돌아설지, 군사적 압박을 지렛대로 극적 외교 돌파구를 찾을지 중대기로에 직면했습니다.
2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군은 이날 오전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를 겨냥해 추가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이에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도 미 공군기지를 표적 타격했습니다.
이번 제한적 무력 충돌 상황은 이란의 군사적 행동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 4척에 자폭 드론을 날려 보내 '경고 사격'에 나서자 미국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들 드론을 격추한 데 이어 이란 반다르아바스의 드론 통제 시설을 공습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날도 합의 불발 시 전쟁 재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특유의 이중 압박 화법을 구사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이란은 매우 협상을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며 "그렇게(협상 타결)되거나 아니면 우리가 그냥 일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의 공격을 "침략"이라 규정하며 "이러한 일이 반복된다면 더 결정적인 대응이 이어질 것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침략자'에게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자신들이 공격한 미군 기지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쿠웨이트군은 28일 자국 방공망이 "적의 공격"에 대응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쿠웨이트는 미군 주둔 기지인 알리 알살렘 기지가 있는 곳으로,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공격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표적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비록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 원거리 교전은 지난달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충돌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 협상에서 얼마나 큰 이견이 빚어지고 있는지가 더 선명히 부각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과 이란은 일단 휴전을 60일 연장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고 그동안 이란 핵 개발 저지를 핵심 의제로 협상을 벌인다는 양해각서(MOU) 초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초안을 두고 미국 측 당국자들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 측 소식통들은 핵 문제에 대한 이란의 약속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난 2월 28일 개시된 대이란 전쟁은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종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종전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메시지가 쏟아진 이후 잇단 무력 충돌로 협상 향배에는 더 안개가 짙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함께 대이란 전쟁을 주도했던 이스라엘 역시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전역의 주민들에게 자흐라니 강 이북으로 대피하라며 "강 이남의 모든 지역은 전투 구역으로 간주한다"고 경고했는데, 지난달 중순 휴전 발효 이후 레바논 남부 전역에 대피령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전면적인 확전 기류로 비치는 것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장기 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이란으로서도 종전 선언의 틀을 갖추는 게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공격은 계획적이고 순전히 방어적인 조치였으며, 휴전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며 의미를 제한했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행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측이 대체로 준수해 온 불안정한 휴전을 무너뜨릴 정도의 확전은 아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백악관에서 진행된 내각 회의에서 미국 행정부는 여전히 이란과의 협상 타결을 선호한다고 밝히며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협상을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이란 역시 자국 영토 안에서 미군 측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일단 표면적으로는 강경하게 대응하는 모양새지만 자국 내 군사 시설이 공격받은 것에 대한 '비례적 차원의 보복'을 넘어 추가 확전까지는 원치 않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런데도 시장에는 재차 불안감이 확대된 모습입니다.
전날 미국과 이란 간 합의 기대감에 5% 넘게 급락했던 국제유가는 이날 반등하면서 전날 하락분 대부분을 되돌렸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