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재지(Jazzy)한 음악 축제 '서재페'…그곳에 흥과 멋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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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든 소설이든 가장 기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리듬이다"(무라카미 하루키)

재즈라는 장르를 어떻게 규정하는 가는 리스너의 마음과 자세에 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라인업을 보면서 과연 재즈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생각을 하게 된다. 재즈의 즉흥성과 리듬은 음악의 자유를 극대화한다. 음악을 장르로 규정짓지 않는 것, 재즈라서 좋은게 아니라 좋아서 보니 재즈였더라가 되는 것이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올림픽 공원 88잔디마당 인근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 2026이 열렸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서울재즈페티벌은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재즈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주말 양일간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고, 1일권이라도 구하려는 이들은 취소를 위해 예매 사이트 무한 새로고침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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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약 10년 만에 3일 일정으로 돌아와 서재페 매니아들을 설레게 했다. 그저 일정이 길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3일을 꽉 채우는 화려한 라인업으로 축제의 장을 화려하게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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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거장 허비 행콕, 아투로 산도발부터 MZ와 젠지를 아우르는 최정상급 재즈 뮤지션 존 바티스트, 자넬 모네, FKJ, 레저, 제네비브, 트롬본 쇼티 & 올리언스 애비뉴 등 3일간 총 60팀의 뮤지션이 무대를 채웠다. 뿐만 아니라 혁오, 장범준, 백예린, 한로로, 씨엔블루, 도겸X승관, NCT 태용, 해찬 등 장르를 막론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국내 뮤지션들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축제의 온도를 한껏 높였다.

서울재즈페스티벌은 88 잔디마당, KSPO돔(체조경기장), 88 호수 수변무대,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에 총 4개의 스테이지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자랑하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동시에 열린다. 동시간대에 여러 공연이 펼쳐지는 탓에 관객들은 자신만의 스케줄표를 짜고 전투적으로 공연 관람에 임한다. 약 300여 명이 모인 메신저 오픈 채팅방에는 실시간으로 공연 정보와 영상, 사진 등이 업데이트 돼 소통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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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잔디마당 공연의 포문은 부에나 비스타 오케스트라가 열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핵심 멤버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밴드인 만큼 라틴 재즈의 정수를 보여줬다. 'Guajira', 'Bruca Manigua', 'Cucala', 'Camino por Vereda'를 차례로 부르며 흥을 북돋았고, 공연 막바지 'Chan Chan'을 연주할 때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향수를 한껏 자극했다.

스파클링 돔에서는 케이팝 밴드의 화려한 무대매너를 만끽할 수 있는 공연들이 잇따라 펼쳐졌다. 씨엔블루와 세븐틴의 두 멤버 도겸X승관의 공연이 대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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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엔블루는 'Hey You', 'Love'로 신나게 공연의 포문을 열었고, 시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과거 현재 미래'로 공연장을 감성으로 가득 채웠다. 정용화는 씨엔블루가 데뷔 17년 차가 됐다고 알리면서 "가수 하길 잘했다"고 지나온 길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 곡은 당연하게도 씨엔블루의 '외톨이야'였다. 공연장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고, 관객들은 떼창으로 씨엔블루와 입을 맞췄다.

씨엔블루의 열기를 이어받은 건 세븐틴 도겸X승관의 공연이었다. 두 사람의 미니 1집에 실린 곡들은 물론, 각자 솔로곡과 세븐틴 보컬팀 노래까지 부르며 알찬 셋리스트를 완성했다. 미니 1집 수록곡 'Prelude of love'로 공연을 시작한 두 사람은 'Blue', 'Say Yes' 같은 정통 발라드를 비롯해 재즈 분위기를 더한 'Guilty Pleasure'를 부르며 서재페에 맞는 감성 분위기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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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손님도 있었다. '7시에 들어줘' (Feat. Peder Elias)를 부를때 무대에 페어 엘리아스가 깜짝 등장한 것이었다. 엘리아스는 원래 23일 단독 무대에 오르는 것이 예정돼 있었지만 하루 앞선 도겸X승관의 무대에 '몰래 온 손님'을 자처했다. 이 노래가 발표된지 3년 만에 이뤄진 무대였다.

수변무대에서는 인도네시아 듀오 갈다이브 무대가 돋보였다. 2025년 내한공연을 할 정도로 국내에 마이나층을 확보한 갈다이브는 일렉트로닉, R&B, 재즈를 융합한 특유의 세련된 음악으로 수변 무대의 정취를 고조시켰다. 두 장의 앨범 속 대표곡인 'TEACH ME HOW TO LOVE', 'PUZZLE', 'MAYBE I', 'WINDOW', 'CLOUD'를 관객과 호흡하며 대화하듯 불렀다. 보컬 타니샤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감미로운 보컬과 나비 같은 몸짓은 야외무대에서도 눈과 귀를 무대 중앙으로 모으는 위력을 발휘했다.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의 열기는 장범준이 책임졌다. 청춘을 노래하는 가수 장범준은 데뷔 초기곡부터 드라마 OST까지 무려 17곡을 부르며 청춘과 사랑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들려줬다.

'사랑이란 말이 어울리는 사람'으로 시작해 '첫사랑', '동경소녀', '사랑에 빠졌죠', '고백'으로 이어지는 히트곡 메들리였다. 특히 '꽃송이가'를 부를 때는 "내년에 제 딸이 중학생이 돼요. 여러분들 덕분에 예쁘게 컸어요"라고 말했다. 난데없이 딸의 근황을 언급한 것이 놀라웠지만 가족의 소식을 나누고, 팬들이 오랜 사랑에 감사함을 표하는 그 마음이 따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대표곡 '여수밤바다'를 부를 때는 서정적인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장범준은 마지막곡으로 "흔들리는 꽃들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를 선택했고, 전주가 나오자 객석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모여드는 팬들에게 악수와 덕담을 보내며 노래를 불렀다. 이날 공연한 어떤 아티스트로 하지 않았던 적극적인 소통과 스킨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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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88잔디 마당의 헤드라이너는 쿠바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 아투로 산도발이 장식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서재페를 찾은 77살의 재즈 할아버지는 트럼펫뿐만 아니라 피아노, 퍼커션 등 다양한 악기를 넘나들며 신들린 듯 연주했고 클래식, 재즈, 라틴 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들을 모국 쿠바 하바나로 안내했다.

'Caprichosos De La Habana'로 공연의 포문을 연 아투로 산도발은 'Be Bop Buffet', 'Scatt'로 쿠바 재즈란 이런 것임을 들려줬다.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은 친숙한 멜로디도 나왔다. 찰리 채플린이 작곡하고 냇 킹 콜의 가창으로 유명한 재즈 명곡 'Smile'을 직접 부르며 봄날 밤을 낭만의 정취로 채웠다. 이어 새 앨범의 신곡인 'Sangu'를 선보였다. 'Piano Trio / Solo'에서는 피아노 건반을 가지고 놀며 올라운드 플레이어 다운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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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곡은 2022년 발매한 'Rhythm & Soul' 앨범의 수록곡 'Timba De La Buena'였다. 키보드로 시작해 트럼펫 연주로 마무리 한 이 무대에서 그는 허리 돌리기 춤까지 선보이며 누구보다도 서재페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슬로건은 'Jazz UP Your Soul'이었다. 그야말로 'Jazzy'한 시간이었다. '재지'(Jazzy)란 영단어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리듬으로 사는 태도를 뜻한다. 장르의 격식을 버리고 나만의 리듬으로 자유롭게 즐기는 음악 축제 그게 바로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제시하는 '재즈'의 정의가 아닐까.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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