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단독보도

[취재파일] 마크 내퍼 전 대사 "한국은 충분한 역할 하고 있어…타이완 유사시에도 한국 목소리 존중돼야"

마크 내퍼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 단독 인터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은 한국을 모범적인 동맹 부담 분담 사례로 평가하면서도, 더 많은 국방비 지출과 한반도 방위에서의 주도적 책임을 강조해왔습니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이른바 '동맹 현대화'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한국의 역내 안보 역할 확대 문제도 한미 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마크 내퍼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 (전 주베트남 미국 대사)는 최근 SBS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미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는 훌륭한 동맹이라며, 대만 유사시 등 민감한 역내 현안에서도 한국의 입장과 목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내퍼 전 대사는 "저는 한국이 역내 안보 제공자로서 자신의 방위 필요에 대해 공정한 몫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한국은 주한미군 지원에도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워싱턴에서 가끔 한국이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저는 한국이 충분히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크 내퍼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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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9일 마크 내퍼 당시 주한 미국 대리대사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마크 내퍼 전 대사는 미국 국무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직업 외교관입니다. 민주·공화 양당 행정부를 거치며 한국과 일본, 베트남을 두루 경험한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 외교 전문가로 꼽힙니다.

내퍼 전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5년부터 2017년 1월 20일까지 주한미국대사관 공관차석, DCM으로 근무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시점인 2017년 1월 20일부터 2018년 7월까지 주한 미국대사대리로 대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2018년 8월부터 2021년 7월까지는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에서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로 일했습니다. 이 직책은 한미관계뿐 아니라 한미일 협력, 대북정책 및 안보 협력 문제까지 다뤘던 자리입니다. 

그는 2026년 1월까지 주베트남 미국대사로 재임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재임 기간, 미국과 베트남 관계는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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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대사대리로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직접 경험했고, 주베트남 대사로 중국과 가까운 비동맹 국가가 미국과 전략 협력을 확대하는 과정을 지켜본 만큼, 이번 인터뷰에서는 한미동맹과 타이완 유사시, 대북 정보 공유, 북한 비핵화, 핵추진잠수함, 차기 주한미국대사 문제까지 폭넓게 짚었습니다. 

마크 내퍼 "한국은 공정한 몫 이상 부담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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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5일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국전쟁 발발 67주년을 맞아 경기 의정부 미군 2사단·한미연합사단을 방문한 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토머스 밴달 미8군 사령관 등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마크 전 대사는 인터뷰 초반부터 먼저 한국이 미국의 조약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서로의 방위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갖고 있다며, 이는 한국전쟁 이후 이어져 온 "매우 신성한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베트남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해온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그것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최근 동맹 기여에 대해서는 평가가 더 분명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는 "저는 한국이 역내 안보 제공자로서 자신의 방위 필요에 대해 공정한 몫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은 주한미군 지원에도 훌륭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 일각에서 한국의 방위 기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워싱턴에서 가끔 한국이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저는 한국이 충분히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한국이 더 이상 아무 역할도 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는 아니었습니다. 내퍼 전 대사는 "우리 모두는 분명 더 할 수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매우 훌륭하고 책임 있는 동맹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 관계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과 역내 안보 역할 확대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내퍼 전 대사의 발언은 한국의 기존 동맹 기여가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타이완 유사시 질문에 "한반도 관련 모든 일, 한국 정부의 입장이 존중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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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일 당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타이완 유사시 주한미군 역할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역내 분쟁 대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질문에, 내퍼 전 대사는 "가정적 상황을 생각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한반도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한국의 입장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우리는 한국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해야 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이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미연합사령부가 '한미연합' 사령부인 데는 이유가 있다"며 "미국과 한국 양측의 목소리와 의사결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타이완 유사시 주한미군 역할이나 전력 운용이 한반도 안보와 연결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과 한미 간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뜻으로 읽힙니다. 

내퍼 전 대사는 이라크전 당시 논의됐던 '전략적 유연성'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라크전 당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을 아프간이나 이라크로 이동하는 문제를 자주 얘기했던 걸로 알고 있다"며 "그것을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불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 그것이 이곳, 한국에서 인기가 없던 걸로 알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병력 이동을 고려하는 게 인기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기술과 개선된 무기 체계가 어떤 공백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메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물론 우리가 그런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타이완 충돌 자체에 대해서는 "타이완을 둘러싼 충돌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타이완에도 중국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또한 우리 두 나라가 가진 신뢰, 우리 군 당국들이 가진 신뢰가 그런 위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매우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의 답변은 주한미군의 역외 투입 가능성을 인정하거나 반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민감한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의 입장과 목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논란에..."한미 대북 정보 공유는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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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7일 당시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의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 내 미8군 사령부 상황실에서 기념촬영했을 당시 모습

미국이 한국과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다는 보도와 관련한 질문엔, 내퍼 전 대사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 언급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한미 간 정보 공유의 중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답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주한 미국대사대리로 재임하던 시기, 실제 위기관리에서 한미 간 정보 공유와 신뢰가 "필수적"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대리는 "제가 재임했던 시기에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두 차례의 ICBM 발사, 더 짧은 사거리의 미사일 발사도 여러 차례 겪었다"며, "당시 제 목표 중 하나는 한미일 간의 정보 공유가 매우 탄탄하고 시의적절하며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우리 모두가 공통된 이해를 갖는 것이 우리 모두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대리는 실제 충돌 상황을 가정하면 정보 공유와 협력 메커니즘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실제 충돌 상황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보라"며 "우리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빠르게 생각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메커니즘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우린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시 제가 한국에 있었을 때, 우리에게 그런 협력이 있는 건 매우 중요했다"며 "주한미군이 한미연합사령부 아래에서 한국 측 카운터파트들과 매우 긴밀히 협력한 건 환상적 파트너십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질문엔 "여러 해의 교훈들이 비핵화 매우 어렵게 만들어"

최근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양측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원칙적으로 재확인한 것이 실제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선 내퍼 전 대사는 과거 비핵화 대화를 추진해왔던 시절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환경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이 문제를 얼마나 오래 시도해왔는가? 20년, 30년 아닌가?"라며, "우리가 북한에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단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세계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합리적 지도자라고 가정하고, 지난 20, 30년을 돌아본다면 상황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을 거론하며, 김정은의 입장에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 국가들이 이후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이들 국가의 사례를 통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는 김정은이 "내가 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하지?", "포기하면 이란에 일어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나는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지난 여러 해의 교훈들이 비핵화로 가는 길을 보기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비핵화를 위한 안전보장 문제도 난제가 되었음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안전보장이라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우리가 그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라며 "그건 신뢰, 확신을 필요로 하지만 저는 지금 그런 것이 서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라도 김정은을 만나 일종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물론 저는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에게 더 밝은 미래가 오는 걸 보고 싶지만, 지금 평양이나 워싱턴에 대화에 대한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그 이유로, 북한이 이미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내퍼 전 대사는 "북한은 지금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돈을 얻고, 식량을 얻고, 기술을 얻고, 국제적 위신을 얻고 있다"며 "그들이 미국으로부터 무엇이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양측 모두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길 바라지만, 현재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건조 "비용이 편익 넘어서지 않길"

한국의 핵추진잠수함과 한미 원자력 협정 논의가 트럼프 행정부 기간 의미 있는 속도로 진전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내퍼 전 대사대리는 해당 논의가 동맹과 억제에 긍정적인 방향이어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비용과 시간, 인력 양성, 기술적 난도를 현실적으로 짚었습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노력이) 억제를 증진하고 동맹의 방어 능력을 증진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너무 큰 비용을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과 핵추진 함정이 "수십 년이 걸리는 프로젝트"라며 "막대한 돈과 훈련 인력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핵추진잠수함은 "단지 선박에 원자력 발전소를 올려놓고 '됐어'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한국 해군 안에 완전히 새로운 원자력 인력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도 수십 년이 걸렸던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동맹으로서 우리는 한국을 지원하고 싶다"면서도 "비용이 편익을 넘어서지 않길 바란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통상 현안 둘러싼 한미 간 이견 질문에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가 목표여야"

디지털 통상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 입장차와 관련한 질문에, 내퍼 전 대사는 "최근 분명히 여러 이슈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답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기술이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활용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목표가 항상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각국이 이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보장하고 생산자들도 공정한 가격과 공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내퍼 전 대사가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 "생산자의 공정한 판매 방식"을 강조한 대목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측의 기존 통상 우려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각국의 규제 접근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선택권과 공정한 시장 경쟁이라는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미국의 초당적 통상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셸 스틸 지명자, 매우 사려 깊고, 지역사회를 훌륭하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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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 전 의원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퍼 전 대사는 "그녀가 남부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일부와 리틀 사이공이라는 곳을 지역구로 하고 있었을 때, 한 번 방문해서 만난 적이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당시 미셸 스틸 의원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녀가 "매우 사려 깊고, 자신의 지역사회를 훌륭하게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는 미셸 스틸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거쳐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할 경우 맞닥뜨릴 도전 과제에 대한 질문에는 워싱턴의 통제와 빠른 의사소통 환경을 꼽았습니다. 그는 "사실 모든 (주한 미국)대사들이 직면하는 도전으로, 제가 대사대리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워싱턴이 항상 어깨너머로 지켜보며 '무엇을 하라', '무엇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주도권을 잡거나 창의적이 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때로는 (주한 미국대사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공간이 있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를 두고) 우리는 '8천 마일짜리 드라이버'라는 표현을 쓴다"고 소개했습니다.

 '8천 마일짜리 드라이버'의 의미에 대해 그는 "저 멀리 워싱턴에서 드라이버를 돌리면, 여기 서울에서 당신이 (주한 미국대사가)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며 "혁신하거나 창의적이 되거나 과감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워싱턴은 항상 지켜보고 있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한국처럼 미국의 중요한 이해관계가 걸린 곳에서는 워싱턴이 매일 면밀히 들여다보기 때문에, 주한미국대사의 재량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인데,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미셸 스틸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거쳐 부임한다면, "그녀의 배경을 고려할 때, 그녀가 미국을 훌륭하게 대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스틸 지명자의 강점에 대한 질문에는 "그녀의 강점 중 하나는 한국에 대한 개인적 지식과 이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인 스틸 지명자가 한국어를 하고, 가족이 북한 관련 갈등을 피해온 사연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북한 위협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도 강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스틸 지명자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한미관계, 가족과 같다는 점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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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의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방한한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을 비롯한 대표단과 만찬을 함께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스틸 지명자에게 조언을 한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내퍼 전 대사는 "한미관계가 거의 가족과 같은 관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우리 두 국민 사이에는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매우 오래되고 깊은 유대가 있다"며 "정치, 정부, 국방, 국가안보, 보건, 교육,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무엇이든 한국과 미국은 그러한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모든 분야의 저명한 인물들을 보면 그들은 모두 미국과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며, 미국에서 공부했거나, 자녀가 미국에서 공부했거나, 미국에 사는 친척이 있는 경우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한미관계의 본질에 대해 "이 관계는 단지 거래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가족에 관한 것이며, 신뢰에 관한 것"이라며 "그것에 의지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 제 조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물론 마찰을 겪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거래일 필요는 없다"며 "순간적인 마찰이나 갈등이 전체적으로 더 큰 관계를 가리게 해서는 안 된다", "(한미관계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며 함께 구축해나가야 하는 매우 특별한 관계"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베트남 관계 격상 경험…"아버지는 베트남에서 싸웠고, 나는 주베트남 미국 대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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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29일 마크 내퍼 당시 주한 미국 대리대사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내퍼 전 대사는 자신의 재임 기간 미국과 베트남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핵심 배경에 대한 질문에 "전쟁의 유산"을 함께 다뤄온 과정을 꼽았습니다. 그는 "불발탄 제거, 다이옥신 정화, 양측 실종 군인 찾기, 피해자 지원, 이런 모든 것들을 통해 우리는 신뢰를 쌓아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베 관계 발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제게 매우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다", "저희 아버지가 그 전쟁에 참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희 아버지는 1966년과 67년에 해병대로서 베트남에서 싸우셨다"며 "그래서 제게는 한 세대 만에, 아버지는 베트남에서 싸웠고, 저는 주베트남 미국대사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개인적이자 꽤 특별하다", "그것은 우리가 한 가족으로서뿐 아니라 두 나라로서도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내퍼 전 대사가, 한때 전쟁 당사국으로서 최악으로 치달았던 미국·베트남 관계의 개선, 발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강조한 단어는 결국 '신뢰'였습니다. 전쟁의 상처를 그저 덮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유산을 함께 다루면서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양국간 전략적 협력의 토대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한미관계를 말할 때도 그는 거듭해서 같은 단어를 꺼냈습니다.

 '거래'가 아닌 '신뢰', '마찰'이 아닌 '더 큰 관계', '순간적 갈등'이 아니라 '함께 오래 쌓아온 특별한 관계'.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 동맹의 비용과 역할을 둘러싼 계산이 더 복잡해지는 시점에, 내퍼 전 대사의 메시지는 오히려 간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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