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좀 해주세요" 줄줄이 퇴짜…피부과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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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피부에 문제가 생겨서 피부과 병원을 찾았는데, 진료과목에 없다며 발걸음 돌렸던 분들 적지 않으실텐데요. 우리가 흔히 보는 '피부과' 간판 뒤에는 일반인이 구별하기 힘든 차이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기자>

현행 의료법상 피부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땡땡(00) 피부과 의원.

이렇게 전문의 진료과목 자체를 이름에 바로 넣을 수 있지만,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간판에 이렇게 진료과목을 따로 적는 게 가능합니다.

의대졸업 후 의사국가시험을 통과해 의료 면허를 취득하면 '일반의'가 되고요.

여기에 특정 진료과목에 대해 1년의 인턴, 4년의 전공의 수련 과정을 거치고 시험까지 통과하면 '전문의'가 됩니다.

이 일반의가 피부과를 개원한 경우 또는 다른 전공 전문의가 피부과를 개원할 경우, 진료과목을 따로 적어야 하는 거죠.

하지만 환자들은 '피부과' 이 세 글자가 적혀 있으면 당연히 피부과 전문의에게 치료받는 병원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에서 이 차이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의료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 진료과목 '피부과'라는 문구를 상호의 1/2 정도의 크기로만 표시하면 되는 데다 밤에 간판, 조명을 켤 때 '피부과' 글자만 강조하는 등 이 제도의 틀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편법도 판을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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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진이나 아토피 치료받으러 갔다가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사람들도 비일비재하고, 더 황당한 것은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피부 관련 진료를 표방하는 곳은 약 1만 5천 개.

하지만 그중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의원은 고작 1천517곳으로, 우리가 흔히 보는 피부과 상당수는 비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이죠.

왜 유독 피부과에만 이런 일이 많은 걸까요?

[조항래/대한피부과의사회 전 회장 :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는 좀 낮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보험진료만으로는 인건비, 임대료, 의약품비 등 급격히 상승한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부담감으로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를 떠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비급여 시술로 수익성이 높은 피부 미용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항래/대한피부과의사회 전 회장 : 전문 지식이 좀 바탕이 되어야 흑색종, 광선 각화증, 기저 세포암 같은 피부암을 단순 미용 문제로 오인하는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고요. 미용 시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합병증도 미리 안전하게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건강보험 진료를 단 1건도 청구하지 않은 의원이 2천304곳이었는데요.

의료계에서는 이들 상당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피부 미용과 성형 시술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의 본질보다는 돈이 되는 비급여 미용 시술, 상업적 시술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씁쓸한 방증이죠.

문제를 인지한 정부도 최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의료 기관 명칭 표시판에서 아예 진료과목 표기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다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찬성 측은 '환자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하다.' '전문의 수가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의사 대부분이 전문의다'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인터넷 검색이 익숙하지 않은 중·노년층 환자들은 간판을 보고 진료 과목을 선택한다' '지역 의료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일명 가짜 피부과,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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