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브리핑

삼성전자 파업 위기 간신히 넘겼지만 숙제 산더미 [이브닝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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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의 노사 협상과 파업 돌입 여부에 이렇게 온 국민이 마음을 졸인 적이 있나 싶습니다. 파업 돌입이 예정된 시간 직전 잠정합의 속보가 뜨자 쾌재를 외친 분도 많았을 것입니다. 삼성전자 주주라면 더더욱이요.

1. 억대 성과급 현실화

삼성전자 노사가 사업성과의 10%대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는 보상안에 합의했습니다. 반도체(DS) 부문 임직원은 올해 최대 6억 원쯤(세전, 연봉 1억 기준)의 성과급을 확보한 것입니다. 적자가 유력한 비메모리 부문도 1억 넘는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① 기존 초과이익성과급에 억대 특별경영성과급 추가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면서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 합의로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되 지급률 상한은 따로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 재원을 부문에 40%, 사업부에 60% 배분합니다.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입니다. 그럼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가 영업이익일 경우를 가정해 성과급을 추산해보죠.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망치대로 300조 원이라면 반도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31조 5천억 원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중 40%인 약 12조 6천억 원이 DS 부문 전체인 7만 8천 명에 돌아갑니다. 메모리사업부와 비메모리 사업부, 공통 조직 모두 1인당 약 1억 6천만 원의 성과급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각 사업부에 분배되는 나머지 60%, 약 18조 9천억 원은 메모리 사업부 약 2만 8천 명과 DS 부문 내 공통 조직 3만 명이 1:0.7 비율로 받습니다. 그래서 메모리 사업부에는 1인당 약 3억 8천만 원, 공통 조직에는 약 2억 7천만 원이 추가됩니다. 메모리 사업부는 기존 OPI로 받는 5천만 원(연봉 1억 원 기준)까지 1인당 약 6억 원의 성과급을 지급받는 셈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세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상정한 것으로 노사가 정하는 사업성과 산식에 따라 줄어들 수 있습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회사가 정한 조건에 따라 세후 전액을 자사주로 지급됩니다. 이중 3분의 1은 즉시 팔 수 있고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 2년간 매각이 제한됩니다. 아울러 적자를 낸 사업부는 부문 재원을 활용해 산출된 공통 지급률의 60%를 지급률로 하되, 적용 시점은 1년을 유예해 2027년분부터로 정했습니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적용됩니다. 다만, DS부문의 영업이익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는 해마다 200조 원, 29년부터 2035년까지는 100조 원을 달성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② 연봉인상, 복지혜택, 상생 협력도 합의

올해 삼성전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6.2%(기본 인상률 4.1%, 성과 인상률 2.1%)로 결정됐습니다. 아울러 사내주택 대부 제도, 자녀출산 경조금 상향(첫째 100만 원·둘째 200만 원·셋째 이상 500만 원) 등도 합의됐습니다. 또, 상생 협력 차원에서 DX(완제품)부문과 CSS사업팀에 대해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하고, 협력업체 동반 성장 등을 위한 재원 조성, 운영 계획도 곧 발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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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축배만 들 수 없어…예상되는 거센 후폭풍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간의 전례 없는 대립과 벼랑 끝 줄다리기는 단순히 한 글로벌 기업의 임금 협상 차원을 넘어 노동 가치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 받게 됐습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와 숙제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① 글로벌 경쟁국 및 외국 정부의 견제 빌미 제공

가장 우려되는 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초과이익' 규모가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공개됐다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노리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이 우리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수조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일 여력이 있다면, 우리 국가에 내는 기여금을 늘리거나 보조금을 환수하겠다"며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또 독과점 규제, 초과이익 환수 등을 발동할 명분을 삼성전자 스스로 제공한 셈이 됐습니다.

②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 및 투자 위축

반도체 분야는 매년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증설에 쏟아부어야 생존할 수 있는 '타임 투 마켓' 산업입니다.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의 재원 분배가 고정화되면, 경기 침체기나 기술 전환기에 필요한 '미래 가치 투자 재원'이 고갈돼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③ 노동시장 양극화와 사회적 박탈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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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기업 노동자들이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성과급을 챙기는 모습은 대다수 중소기업 노동자, 사내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줬습니다. 이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삼성전자 내에서도 DX(전자 완성품) 부문 직원들 사이에서 큰 불만이 터져 나오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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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산더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모호하게 운영되어 온 대기업 성과급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과 사회적 컨센서스 마련이 시급해졌습니다.

① 성과급 산정 기준의 합리성

노조 측에서 세금도 떼지 않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에 대해 정부와 학계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선을 넘는 요구'라며 노조 측에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기업의 영업이익에는 법인세, 미래 투자를 위한 유보금, 주주 배당금 등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하고 세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하려는 것은 기업 존립 기반을 흔들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세후 순이익"이나 "자본비용을 제외한 경제적 부가가치" 등 기준에 대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② 적자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 문제

이번 노사 협상에서 가장 첨예했던 쟁점은 "회사는 전체적으로 흑자를 냈지만 내가 속한 사업부는 적자를 냈을 때 성과급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었습니다. 대기업의 특성상 사업부 간 인사이동이 잦고, 개인의 노력보다는 세계 전반적 산업의 시황, 사이클에 따라 적자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연대 책임과 보상 차원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찬성 논리가 존재합니다. 반면 성과가 없는 곳에 보상이 주어진다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성과주의'가 무너지고, 흑자를 낸 사업부 노동자들의 의욕을 꺾는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반대론도 작지 않습니다. 결국 사업부별 실적과 전사 실적을 유기적으로 연동하되, 성과급 본연의 취지를 살리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③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상생 및 기여도 평가

삼성전자가 막대한 초과이익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밤낮없이 부품을 공급하고 위험을 감수한 수많은 협력업체와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와 땀도 분명히 있습니다. 따라서 원청 기업 노동자만의 '독식'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올바르지도 않습니다. 원청 이익 중 일정 부분을 협력사 상생 기금으로 적립하거나, 협력사의 기술 개발이나 생산성 향상 투자에 환원하는 '초과이익 공유제'의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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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삼성전자의 파업 위기는 한국 노동계가 직면한 고임금 대기업 중심 노동시장의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제는 많이 버는 만큼 무조건 더 나눠 가져야 한다는 '직관적 분배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글로벌 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미래 투자 재원 확보', 하청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상생 분배', 그리고 국가 경제의 격을 높이는 '투명한 경영'이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래서 이번 진통이 단순히 돈 몇 푼을 더 주고받는 타협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정표'를 마련할 수 있어야 우리 국민, 나아가 세계의 애간장을 졸인 최소한의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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