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지인 : 김훈이 저한테 USB를 하나 남겨놓은 게 있어요. 면회를 갔는데 '형, 집에 가서 무슨 잠바에 내 안쪽 주머니를 보면 거기에 USB가 2개가 있을 거야' 그러더라고요.]
경기 남양주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4일 오전, 27세 여성이 자신의 차량에서 전 연인 김훈에게 흉기로 14차례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김훈은 범행 직후 도주했으나 1시간 10분 만에 검거됐습니다.
조사 결과, 김훈은 피해자와 헤어진 뒤에도 지속적으로 폭력과 스토킹을 반복해 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 차량에도 GPS를 부착해 위치를 추적했고, 공범까지 동원해 감시를 이어갔습니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두 차례에 걸쳐 스토킹 및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접근 금지 등 소극적인 조치에 그쳤습니다.
[김OO/김훈 변호사 : 칼과 갈비뼈 부분은 술에 취하고 경황이 없어서 착각한 것 같다고 경찰에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훈의 뜻밖의 조력자도 확인됐는데, 조력자는 다름 아닌 바로 김훈의 변호사였습니다.
김훈의 변호사는 피해자 스토킹 신고 이후 끊임없이 피해자에게 연락해 김훈과의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수사기관 진술을 바꿔주면 안전하게 이별하게 해주겠다며 회유했습니다.
[이정도/변호사 : 실제 사실관계가 특수상해의 범인이었던 거죠. 가해자가. 피해자의 진술이란 건 일종의 증거인데 그 증거를 어떻게 보면 조작을 한 거죠. 범인도피교사죄.]
김훈의 지인은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증거가 있다며 김훈이 남긴 USB를 언급했습니다.
김훈은 피해자가 동료들과 모의해 자신의 사업체를 가로챌 생각을 해서 스토킹으로 허위 신고를 했다고 주장했고, 이것에 대한 증거가 USB에 담겨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여전히 김훈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USB 속 자료를 가지고 이른바 '사이버 렉카'들과 흥정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미흡한 피해자 보호 조치가 비극을 초래했다고 지적합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 문제는 뭐냐면 감시하는 체제가 없어요. 감시 안 하고 접근 금지 명령을 주는 건 뭐냐면 피해자한테 나다니지 말라는 거예요. 피해자한테 '가해자의 눈에 띄지 마'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무슨 수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요? 나를 저렇게 집요하게 추적하는데.]
반복된 스토킹과 폭력, 미흡한 법적·제도적 대응이 피해자의 죽음으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습니다.
(기획 : 이세영, 영상편집 : 이다인, 영상출처 : 그것이 알고싶다 1487회,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