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붓 대신 주사기를 들고 선을 그어 면을 만들어가는 작가가 있습니다. 캔버스 위에 가느다랗게 이어지는 존재의 증명을 남기는 겁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그리는 동안 / 31일까지 / 모마K 갤러리]
따뜻하고 희망에 찬 노란색과 안정적이고 생동감 있는 녹색의 전면 단색화입니다.
자세히 보면 무수히 많은 가느다란 선들이 가로와 세로로 교차합니다.
땅 위에 우뚝 선 삼각형의 산.
겹쳐진 선들이 면이 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산은 각자 자신만의 빛을 뿜어냅니다.
[조미화/작가 : 선을 긋다 보니까 하나에 몰입하고 싶었고, 그래서 선은 선 안에서 색을 그냥 찾아서 그어가고 있고, 그 색 안에서 또 선이 찾아지더라고요.]
선은 직선에서 동심원으로 확장합니다.
하나의 동심원은 또 다른 동심원에 자리를 내어주기도 하며 조화를 이뤄 화면을 채웁니다.
[조미화/작가 : 살아온 시간과 그 공간적인 개념을 작품에 넣고 싶어가지고 원을 그리고, 원 안에서 다시 축적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작가는 붓 대신 주사기를 들고 선을 쌓아갑니다.
일정한 속도와 힘을 요구하는 반복의 과정입니다.
그러진 선 하나하나에 숨의 길이와 손의 떨림, 그리고 마음의 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조미화/작가 : 선 하나하나가 제가 평온을 찾고, 평온하고자 하는 동굴이자, 섬으로 가는 발자국으로 저는 느껴요.]
캔버스 위에 선으로 남겨진 자취는 작가가 이 세상에 머물렀다는 존재의 증명입니다.
선과 면의 기하학적인 구성으로 시간과 공간 속에 놓인 인간 내면의 사유를 드러냅니다.
(영상편집 : 채철호,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