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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컨트리뷰터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뇌신경과학 박사
신경약물임상시험학회 회장
<착한 염증 나쁜 염증> 저자
당뇨, 돌이킬 수 없는 병? 분기점 넘기 전 골든타임 사수해야
Q. 최근 몇 년 동안 당뇨 환자가 급증하고 당뇨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당뇨 환자가 명백하게 급증합니다. 젊은 나이에서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고요.
두 번째, 진단 방법이 편해지고 예민해졌다. 과거에는 환자가 당뇨 환자라면 일단 의사가 '치료에 반응이 떨어지겠구나. 예후가 나쁘겠구나. 기본적인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나쁠 거야' 이렇게 생각해요. 다른 환자에 비해서 불량한 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료를 봅니다.
그 당시에 당뇨 환자는 정말 심각한 환자들이었어요. 당뇨 환자는 기본적으로 세 군데가 망가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이 멀고 신장이 망가지고 신경이 망가진다고 해서, 팔다리 감각이 떨어지고 신장 기능이 망가져서 나중에 투석을 해야 되고 눈이 멀어요. 이 세 가지가 기본적인 당뇨 합병증이고 큰 신경이 망가지면 뇌졸중, 심근경색이 생기는데, 이런 거 생기기 전에 이미 말초 장기들의 문제들이 생기는 환자로 당뇨 환자를 인식했어요.
그 정도 돼야 당뇨 환자라고 했는데 그 진단이 예민해졌다. 과거에는 진단 방법이 좀 복잡했습니다. 공복 혈당이나 식후 2시간 혈당, 밥이 아니라 고농도의 포도당을 먹인 후에 재는 방법이 정확한데, 지금은 식사와 무관하게 혈액 검사로 당화혈색소(HbA1c)로 간단하게 검사하는 걸로 전 세계가 합의했어요. 이후에 당뇨 환자가 조금 더 늘어났습니다. 이 방법이 타당하다고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 이후로는 당뇨가 심각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의 당뇨를 많이 진단하게 됐습니다. 보건학적으로는 좋은 소식입니다. '당뇨 환자들을 많이 진단해서 약을 많이 쓰기 위한 음모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당뇨가 초기일 때 잘 진료해서 적은 약으로 큰 병이 되지 않게 막는 게 좋은 거거든요.
당뇨는 무조건 비만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른 상태에서는 거의 안 생겨요. 당뇨가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소아 당뇨는 우리 몸의 췌장이라는 소화기관 중에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을 만드는데, 그 인슐린의 역할은 혈액에서 포도당이 오면 세포에 초인종을 누르는 역할이에요. '포도당 가지고 들어가세요 띵동' 하고 들어가게 해야 하는데, 소아 당뇨는 베타세포가 파괴됐어요. 인슐린이 아예 안 나와요. 띵동 누르러 갈 사람이 없어요. 포도당이 자기를 소개해야 되는데 소개할 사람이 없으니까 혈액 안에서 혈당이 높아서 당뇨가 되는 상태고, 선천적으로. 진단하자마자 인슐린을 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일반적인 성인 당뇨는 인슐린이 나오는데 초인종이 잘 안 먹혀요. 띵동 소리가 너무 작거나 못 들어요. 살이 찌게 되면 지방이 많아지고 지방산이 나오는데, 그 지방산이 초인종에 껴서 띵동 소리를 잘 못 듣게 된다. 그래서 포도당이 들어가려고 했는데 못 들어가고 혈당에서 많아지게 되는 상태가 되고, 췌장은 무리하게 되죠. '내가 인슐린을 적게 보냈나? 그럼 더 많이 보내야지' 췌장이 무리하게 되고 더 쥐어짜고 인슐린 더 많이 나오게 되는 거죠. 살이 쪄서 지방산이 많이 나온 것이 시작이었기 때문에, 그 문제가 해결되면 당뇨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죠.
우리나라에서 특히 왜 많아졌냐. 살이 쪄서, 고열량의 식사를 많이 해서.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구화된 식단, 햄버거나 피자 같은 게 프랜차이즈 음식으로 거의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그 이후에 엄청난 고열량 식단들이 마구 들어오게 되니까 그때부터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젊은 20~30대에서도 당뇨 환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죠.
모든 병이 분기점이 있어요. 몸이 당뇨 상태로 접어들었다는 피검사가 나오는데, 당화혈색소를 봤더니 8.5가 나오는 명백한 당뇨여서 옛날 같으면 인슐린이나 당뇨 약을 써야 되는데, 체중 5kg 빼면 정상으로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한 6개월 안에, 순식간에.
체중이 빠졌을 때를 직관적으로 해석하면, 초인종에 꼈던 지방산들이 내부 청소 시스템에 의해서 빠져나갔다고 이해해도 됩니다. 사실 이 안에 들어갔던 것들이 비가역적으로 망가뜨린 손상이 아니라 초인종 소리를 좀 줄이는 정도의 변성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합병증이 생긴 상태, 눈이 멀거나 신장이 망가지거나 신경이 망가지는 상태는 장기들이 지속적으로 망가지는 궤도에 들어가요. 그때부터는 아무리 잘해도 망가진 상태에서 그대로 가든지 좋아질 수는 없고 계속 나빠지는 상태로 가게 되거든요. 이미 한 분기점을 넘어선 당뇨는 되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그 분기점을 넘기 전에 당뇨를 되돌이키는 게 중요하다.
한국인, 당뇨 더 잘 걸리는 체질이다?
Q. 한국인들이 췌장의 길이가 짧아서 당뇨에 더 많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한국인들이 당뇨에 더 많이 걸리는 체질인가요?
한국인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작기 때문에 몸 안에 포도당을 처리하는 공장 같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이 클 필요가 없죠. 그런데 1980년대 이후로 갑자기 서구 식단을 먹기 시작해요. 큰 체형은 몸도 크고 근육도 많고 피하지방도 많고 인슐린도 많이 나와요. 그러니까 살이 찌면 피하지방으로 커져요. 몸 자체가 커져요.
그런데 우리는 피하지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부피가 별로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 몸에서 가장 탄력성이 높은 지방이 내장지방이라고 생각해서, 배가 볼록 나오게 됩니다. 그게 (지방을 저장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내장지방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거의 호르몬 기관이에요. 피하지방은 쿠션 같아서 아름다운 몸의 곡선을 만들고 부딪혔을 때 몸을 다치지 않게 하는 방어막 같은 역할과 단열을 하는 게 주된 기능이고 에너지원은 거의 아닌데, 내장지방은 에너지원으로서 기본적으로 일단 저장하고 쉬지 않고 계속 아디포카인*이라는 호르몬을 내요.
*아디포카인 :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세포 신호전달 단백질. 염증, 면역 및 기타 생리적 과정 조절에 영향
아디포라는 말이 뭐냐 하면, 지방은 지방 덩어리가 아니라 지방세포 안에 들어 있거든요. 모든 사람의 지방세포는 태어날 때 정해져 있고 살이 찌는 건 지방세포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 커지는 것입니다. 이만한 세포가 1천 배쯤 커집니다. 뚱뚱해지면 어마어마하게 커져요. 나중에 지방세포 보면 세포핵이 밀려 있어요. 지방만 잔뜩 들어 있고 엄청 커집니다. 커져 있는 상태에서 가지고 있는 지방이 삐질삐질 나오게 돼요. 지방도 나오고 지방세포에서 만든 펩타이드 성분의 호르몬*들이 막 나오게 되는데, 그 호르몬들이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영향을 주는데 한 가지를 빼놓고는 부정적인 영향을 줘요.
*펩타이드 호르몬 : 아미노산 사슬로 구성된 호르몬
이 호르몬들의 이름을 다 합쳐서 아디포사이트*(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카인(호르몬)이라고 해서 아디포카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아디포넥틴*이라고 하는 동맥 경화를 덜 일으키게 하는 호르몬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 염증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러니까 지방세포가 많아지면 염증이 강화된다. 그래서 살이 찌면 내장지방을 통해서 염증이 강화되고, 그뿐 아니라 삐질삐질 나온 지방산이 모든 세포에 끼어들어 가면서 인슐린의 신호를 방해하고 그 신호를 증폭하는 아디포카인이 계속 나오게 되면서 염증이 강화되죠.
*아디포사이트 : 우리 몸의 지방 조직을 구성하는 지방세포
*아디포넥틴 : 지방을 태우고 혈관을 회복시키며 인슐린 민감성을 향상시키는 '착한 호르몬'
한국인이 왜 나쁘냐. 피하지방은 그렇게 활성도가 높은 지방이 아닌데 내장지방이 활성도가 높은데 많이 먹었으니까, 우리는 먹은 것을 그대로 배설하는 쯔양님 같은 체질이 아니니까 다 가지고 있다. 너무 효율이 좋아서 다 써야 된단 말이에요. 먹은 다음에 이 생화학 공장은 남는 걸 지방으로 변환시킨 뒤, 열심히 내장지방으로 보내버립니다. 결국 배만 나오게 돼요. 그래서 한국인들이 서구권에서 보기 드문, 팔다리는 가는데 배만 많이 나오는 'E.T. 체형'이 많죠. 비만인 체형 이상으로 나쁜 체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염증은 나쁜 의도가 없다" 우리 몸을 지키는 생존 본능일 뿐
Q. 당뇨 위험이 높은 사람은 염증이 더 잘 발생한다? 배가 나오고 살이 찐 사람은 염증이 더 잘 발생한다? 맞나요?
그렇습니다. 사실은 당뇨도 염증 반응이에요. '염증' 불꽃 염(炎) 증세 증(症), 불난 증상. 불이 왜 생겼냐. 기본적으로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고, 외부 병원균이 들어오거나 안 들어온 것으로 나눌 수 있죠. 이 네 가지가 다 염증이 일어납니다.
급성으로 균이 들어왔다. 감기 생각하면 돼요. 감기균은 조용히 들어오고 싶었어요. 코로나 때도 조용히 들어오고 싶었잖아요. 그런데 우린 막 죽어 나가잖아요. 그 죽어 나가는 건 균이 일으킨 게 아니라 우리 몸이 염증을 일으키는 거예요. 나가라고 난리를 치는 거예요. 균을 죽이려고 우리 몸에서 난리를 치는 게 염증 반응이에요.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서 모든 면역세포는 다 와서 병원균을 다 죽인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게
급성 염증반응이에요.
균들이 열나는 걸 싫어하거든요. 열나면 백혈구가 활동하기 좋은 온도가 되거든요. 지금부터 내 공간이다라고 생각하는 거고 기침하는 건 나가라고 하는 거고 가래도 얘네들을 뱉기 위해서 우리 몸에서 하는 반응들이고. 재채기, 기침, 열나는 것 전부 다 우리 몸에서 면역세포와 염증이라는 반응이에요. 우리 몸에서 나가라고 사이렌 울리고 소방관, 경찰 다 와서 난리치고 있는 거예요. 그게 급성 염증의 일반적인 반응.
근데
급성 염증인데 균이 안 들어왔다?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가다가 꽈당 넘어졌는데 멍이 들었는데 찢어지진 않았어요. 근데 이 안에 멍이 커다랗게 들었어요. 엄청 뻐근하죠. 뻐근한 것의 원인은 여기서부터 또 염증이 생긴 거예요. 혈관이 터졌는데 혈액이 혈관 안에 있어야 돼요. 근데 혈액이 근육으로 들어갔잖아요. 근육은 혈액을 만난 적이 없어서 얘네들은 근육이 활동하는 데 방해가 돼요. 그럼 각 조직을 지키는 면역세포가 대식세포*라고 있어요. '얘들 청소하자'라고 그때부터 급성 염증 반응이 병원균처럼 비슷하게 작동을 해요. 그래서 얘네들을 청소하기 위한 반응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또 열나요. 병원균 때만큼 심하게 나지는 않고 신호 체계가 조금 다르긴 한데, 그때도 염증이 생깁니다.
*대식세포 : 병원균을 삼켜서 파괴하는 면역 시스템의 핵심 청소부
만성인데 균이 들어왔다, 그런 게 있나요? 있습니다. 많아요. 결핵, 나병, 에이즈 등 오랫동안 지속되는 감염증들은 다 만성 감염성 염증들이에요. 왜 만성으로 가냐? 와서 안 나가니까. 굉장히 치밀한 놈들이라 우리가 가진 시스템으로 내보내기 힘들어서 우리 몸이 고생하고 있는 거예요. 내보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 상태.
마지막으로
만성인데 균이 안 들어온 상태, 이게 오늘의 주제입니다. 만성인데 우리 몸의 내적인 부분에 의해서 염증이 지속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 이걸 얘기하기 전에 지금 얘기한 게, 염증이 나쁜 짓을 한 의도가 없는데 우리는 되게 힘들잖아요. 감기 걸려서 힘들면 균이 그런 줄 알고, 우리 몸에서 나가기 위해서 그런 거니까 협조해야 되는데, 해열제를 쓰면 사실 방해하는 거잖아요. 원리적으로 보면 감기가 더 오래갈 수밖에 없어요.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서 (해열제를) 주는 거죠.
만약 감기가 아니라 폐렴인데 그 폐렴을 죽이는 항생제가 있다면 그게 치료의 핵심이 돼요. A형 독감에 걸렸을 때 타미플루라는 기가 막힌 항생제가 나왔기 때문에, 타미플루는 해열제가 아니고 항생제예요. 균을 죽여버려요. 이 약을 먹자마자 거의 반나절이면 바이러스들이 아작이 나기 시작을 해요.
Q. 대신 염증 역할을 해 주는 거군요.
그렇죠.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의 부담을 확 줄여주는 거죠. '내가 대신 이 균을 다 없애줄 테니까 그렇게 과민 반응할 필요 없어'라고 얘기해 주는 거죠.
제가 염증은 좋다고 말씀드렸지만, 염증이 좋든 나쁘든 염증을 '신호 증폭'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신호 증폭의 중요한 원동력이 지방세포에 있다고 생각해야 돼요. 지방세포가 많을수록 어떤 염증이건 일단 신호를 크게 올려줄게라고 하는 부분이 내장지방에서 유래된다. 그런데 당뇨를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게 만성 염증 때문에 시작됐다면, 배 안에 있는 내장지방이 그 신호를 크게 증폭시킨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염증이 질환으로 발전하는 순간? 만성 염증을 눈치채는 신호
Q. 단순히 염증 수준을 넘어서 당뇨나 암 같은 질환으로 발전하는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인가요?
염증이라는 기전이 관여하지 않는 병은 없어요. 염증이라는 기전이 아주 중요한 기전이거나 전체 과정 중에 상당한 기전인 게 60~70% 정도 됩니다. '그럼 염증만 막으면 상당 부분 병들을 막을 수 있겠네' 그게 어떤 뜻이냐면 의도는 좋았으나 과잉 반응이 꽤 심각하구나. 그러니까 이들은 열혈 청년들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내 역할은 어떻게든 이걸 하라고 했잖아. 내가 이 정도를 해야 전체 개체가 산다'는 철학만 가지고 있다 보니 너무 열심히 해요. 염증이 계속 누적돼서 어느 분기점을 넘어서 병이 생기는 게 아니고, 염증이 계속 누적되다 보면 장기의 손상이 누적됩니다. 그걸 회복시키고 누적되고 회복시키고 그러다가 장기 손상이 어느 분기점을 넘어갔을 때 병이 돼 버려요.
예를 들어서 두 가지만 얘기할게요. ①
뇌졸중, 심근경색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혈관의 동맥경화입니다. 동맥경화가 생기는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과정은 명백하게 만성 염증이에요. 근데 이걸 어떻게든 없애겠다고 '어디서 콜레스테롤이 감히 혈관 안에 들어와' 하면서 싸우는 과정 때문에 혈관 벽이 약해지다가 혈관 안에서 뻥 터지면 이 안에 콜레스테롤 죽종(동맥벽의 세포 부스러기)이 막 돌아다니면서 여기 돌아다니던 혈소판들이 이걸 출혈이라고 착각하고 혈관을 막아버립니다. 한 30분 만에 이 큰 혈관을 막아버리면서 혈액이 못 들어가는 게 뇌경색, 심근경색이거든요.
근본 원인은 콜레스테롤이 거기 들어가게 된 원인, 그에 대한 반응으로 만성 염증으로 동맥경화증을 일으킨 것, 그다음에 얘네들이 뻥 터졌을 때 혈소판이 마지막에 종지부를 찍어버리는 거죠. 그러니까 분기점이 언제 되느냐. 만성 염증은 계속 그런 일을 하면서 조직 손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는 거죠. 조직 손상이 어느 한 분기점을 넘어갈 때.
②
암을 얘기한다면, 간단히 얘기하면 갑자기 세포를 증식하는 급발진이 벌어지면 얘는 다른 세포의 다른 기능은 다 무시하고 세포를 증식하는 데에만 탐욕스러운 세포로 변하는데 그걸 암세포라고 해요. 세포 증식 유전자를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걔를 '틱' 치는 게 급발진이죠. 급발진이 왜 되나? 세포를 증식하다가 실수로 엔진을 잘못 건드릴 수 있어요. 증식을 왜 했나? 자꾸 죽으니까. 왜 죽었나? 만성 염증 때문에. 만성 염증으로 인해 어떤 조직이 계속 죽는 일이 자꾸 벌어지면, 회복시키려고 또 세포를 증식하다가 그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진다. 그러다 보면 암세포가 생길 수 있고 생긴 암세포를 죽이는 것도 면역세포가 하는 일인데,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돼서 그 암세포를 못 알아보거나 알아봤는데도 죽일 힘이 없어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많아집니다.
Q. 당뇨든 고혈압이든 병 자체는 치료할 수 있는데 이게 만성 염증화되는 게 위험하다는 거예요?
둘 다 해당됩니다. 예를 들어서 수면 부족이나 병이 되지 않은 비만 등의 상태에서 우리 몸에서는 다양한 염증 물질이 나오기 시작하거든요. 그러면 염증 물질을 해결하기 위한 면역 반응으로 염증이 시작돼요. 그 염증에 의해서 정상 혈관 벽을 해치기 시작해요. 세포막의 신호 전달 체계를 망가뜨린 결과로 당뇨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반대로 이미 당뇨가 된 사람이 오히려 염증 반응 신호를 증폭시켜서 만성 염증을 더 나쁘게 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만성 염증은 애초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자극원에 의해서 만성 염증이 될 수도 있고, 만성 염증이 된 다음에는 질병을 더 증폭시키는 요인도 될 수가 있습니다.
Q. 결국 만성 염증으로 가냐 안 가냐가 중요한 것 같은데, 이게 만성 염증으로 넘어가는 신호라는 걸 캐치할 만한 포인트가 있을까요?
제일 어려운 부분이고요. 실제로 만성 염증이라고 명확하게 인정된 지표는 hs-CRP* 밖에 없습니다. 그 검사를 보고 '내가 왜 만성 염증이지? 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뭐지?' 본인 생활을 돌이켜 보면 돼요. 어떤 심리적·신체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 당뇨 치료를 잘 못하고 있나? 살쪘나? 규칙적인 생활을 잘 못하고 있나? 너무 안 좋은 것을 먹고 있나? 그러니까 이런 걸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hs-CRP : 혈액 내 미세한 염증 수치를 정밀하게 측정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검사
Q. 그 지표는 종합병원에 가면 검사를 할까요?
모두 다 하는데 활용하는 의사는 흔하지 않아요. 이 검사는 굉장히 유명한 검사인데 보통 감염성 염증의 지표로만 활용해요. 수치가 8~9 정도로 올라가면 '이 사람 지금 폐렴인가 보다' 이렇게 활용하기 위해 쓰지, 만성 염증을 가려내기 위한 지표로 쓰지 않는데, 실제로 만성 염증을 위한 지표로 임상시험은 광범위하게 많이 활용돼 왔습니다. 만약 피검사를 해서 활용해 봐야겠다면 몸이 좋을 때 해야 됩니다. 조금만 안 좋을 때 검사해도 높게 나와요. 감기 걸렸다면 절대 검사하면 안 되고.
두 번째,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천해요. 당뇨 환자 지표인데 6.5%를 넘어가면 당뇨고 7.0%를 넘어가면 약을 써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6.0%~6.5%인 사람은 당뇨 위험. 당뇨 위험이 왜 왔을까? '비만 가능성이 있고, 비만이 없다 하더라도 염증에 관련된 부담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라고 해석하는 게 좋다. 염증이라는 직접적인 지표는 아니지만 그렇게 해석을 하자.
세 번째, 체중과 체질량 지수가 아니라 허리둘레*를 봐야 합니다. 정확한 합의는 없는데 일반적으로 남자는 90cm, 여자는 85cm를 넘어가면 '내장지방 꽤 많은가 보다'.
*한국 성인 평균 허리둘레 : 남성 82.9cm 여성 78.6cm
네 번째, 혈압. 우리나라에서는 140/90이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편안히 쟀을 때 130/80 내지는 130/85를 넘어가면 보통 고혈압 위험 수준 또는 그걸 고혈압이라고 하는 나라들도 많이 있어요. 그 수치가 넘어가면 만성 염증의 지표로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이 네 가지를 중요하고 객관적인 지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건강 검진할 때 돈 얼마 안 하니까 hs-CRP 검사를 몸이 좋을 때 한번 해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성 염증의 시대..만성 염증에도 단계가 있다?
Q. 만성 염증에도 단계가 있다면 각 단계는 어떻게 나뉘고, 단계별 대처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만성 염증의 단계가 전 세계에 의학적으로 합의된 건 없습니다. 그래서 이건 제가 만든 거고. 0단계는 hs-CRP 0.2 이하, 혈압 130/85 이하, 당화혈색소 6.0% 이하, 허리둘레 남자 90, 여자 85 이하. 그러면 적어도 만성 염증은 없을 것 같다. 건강하다고 생각하자.
1단계는 네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자꾸 넘어서는 사람. 1단계가 너무 안 좋다는 게 아니라, 1단계를 인식하면서 2단계로 가지 말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0단계인 사람은 1단계 검사를 해야 되고, 1단계인 사람은 2단계 검사를 해야 돼요.
2단계는 물리적인 변화가 생긴 사람. 혈관 검사, 암 검사를 해야 됩니다. 나이가 드신 분은 인지기능 검사를 해봐야 돼요. 치매 전 단계로 들어갔나, 동맥경화증이 생기나. 암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더니 전암 병변 같은 것들이 생겼나, 종양성 폴립 등이 생겼나. 그런 것들이 생겼다면 만성 염증에 있어서는 2단계로 들어왔구나.
3단계는 치매가 생겼다, 뇌졸중이 생겼다, 염증성 질환이 생겼다, 암이 생겼다. 일단 이 정도 큰 단계를 나눠 놓고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그다음 단계를 가지 말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그 방향을 추구하는 행동 방식이 중요할 거다.
사실 염증이라고 하는 이 면역 시스템은 신경과 관련된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독립적인 시스템이고요. 면역은 어떤 의미냐. 우리가 밥을 먹고 숨만 쉬고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의 80% 정도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고스란히 다 써버립니다. 근데 밥을 그 이상 더 먹으면, 남는 에너지원으로 운동을 합니다. 머리에 쓰는 에너지원은 그렇게 많지 않고, 피지컬한 운동을 할 수 있어요. 그래도 남았을 때 면역 에너지를 써요.
순서대로 정해져 있어요. 살아야 하기 때문에 체온, 없으면 죽으니까. 체온이 유지되면 먹을 거 찾는 활동을 해라. 그다음에 몸을 지키는 활동을 해라.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면 역순으로 없어져요. 면역부터 망가지고 그다음에 몸을 못 움직이게 되고 마지막에 체온도 떨어지게 돼요. 더 떨어지면 죽는 거죠. 사실 면역 시스템은 마지막에 우리가 열량이 남을 때 생기는 어떤 럭셔리 시스템이에요.
왜 인류가 1900년대 이후로 급격하게 수명이 늘어났나? 농업혁명 때문이다. 질소 비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열량이 들어와서 면역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을 지킬 에너지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지금은 너무 많이 들어와서 면역이 넘쳐서 만성 염증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Q. 만성 염증은 풍요로워서 생기는 현대병?
맞습니다. 이전에는 영양실조죠. 아일랜드에서 감자 농사 안 돼서 300만 명인가 다 아사를 하던 당시에는 먹는 게 문제지 남아서 염증은 문제가 아니었죠. 염증성 질환은 일부 자가면역성 질환을 가진 사람들만 문제가 됐었죠.
염증에 대해서 일반인들은 부정적인 시각인데, 기본적으로 염증은 우리 몸을 지키는 메커니즘이다. 의도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기특한 직원이다. 다만 얘가 에너지가 넘치고 직진만 하는 애니까 얘를 붙잡아두고 '네가 지금 회사를 죽일 수도 있어. 정신 차려' 해야 되는 거죠. 잘 다뤄야 되는 거죠. 잘 다루게 할 방법은 자극을 하면 안 돼요.
염증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대나 생물학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면역학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 학문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걸 한꺼번에 이해하면 인생사를 관통하는 많은 질환이 염증과 관련된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고요. '착하다, 나쁘다'라는 표현을 한 이유는, 염증의 의도는 나쁜 적이 없다. 의도와 결과가 다르게 되는 건 우리가 인생을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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