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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8 SPECIAL] 3억 명품이 2천만 원? "딱 봐도 사기잖아"…20억 뜯겨도 "감사합니다",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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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수십 배 싼 한정판 명품, 불붙은 경쟁

01:47 온라인 후기만 바라보며 '희망 고문'

02:59 미모의 명품 판매자, 알고 보니

04:09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 보냈다, 이유는?

06:01 SBS 보도 후 반응은?

1. 수십 배 싼 한정판 명품, 불붙은 경쟁

50대 여성 A 씨가 박 모 씨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명품 가방을 저렴하게 판다는 글을 보고 판매자인 박 씨에게 말을 건 겁니다. 정가보다 수십 배 싸게 내놓는 한정판 명품에, 매번 구매 경쟁에 불이 붙었다고 합니다.

[A 씨/명품 사기 피해자 : 3억 짜리거든요. 근데 그거를 2천만 원에 준다고. 너무 싸니까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몇 분만 드린다, 올라오자마자 막 사람들이 엄청 몰리고 끝나더라고요. 콘서트 (예매마냥) 막 되게 유명한 것처럼.]

터무니없는 헐값을 보면서 사기 의심부터 들었다는 A 씨, 하지만 얼마 못 가서 이런 의구심은 사라졌습니다. 돈 많고 젊으며 감각 있는 여성 사업가이자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라는 박 씨 면모에 빠져든 겁니다.

[A 씨/ 명품 사기 피해자 : 자기 되게 유명하다고. 검색을 해보니까 뭐 14만 팔로워 막 이러더라고요. 차도 뭐 15대 막 이렇게 있고. (박 씨가 보내준 사진을 보고) '예쁘시네요' 이랬거든요. '하도 스토커가 많아서 사진 내렸어요'라고…]

처음 구매를 시도했다가 단념했는데, 오히려 이 경험이 신뢰를 키웠고,

[A 씨/ 명품 사기 피해자 : (배송까지) 좀 걸린다는 거예요. 그럼 저 환불해 달라고 그랬더니 (바로) 환불해 주시더라고요. 왜 이렇게 싸게 파시냐고 그랬더니 자기가 재단 법인이 있는데 그거를 비용 처리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별로 손해가 없다, 아 이분 사기 아닌가 보다 이랬죠.]

더 싸게 명품을 넘겨주겠다는 말에 19차례에 걸쳐 보낸 돈만 어느새 6천6백만 원, 이중 2천8백만 원만 되돌려 받았습니다,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2. 온라인 후기만 바라보며 '희망 고문'

약속한 날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택배가 오질 않습니다. 박 씨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틈날 때마다 배송 일정을 물었지만 기다리라는 답뿐이었고, 환불 요구도 점점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능한 사업가 면모를 과시한 박 씨의 소셜미디어 등을 보면서 믿음을 지켰습니다.

[A 씨/ 명품 사기 피해자 : 환불해 달라 했더니 못 해준다고. 재촉했더니 막 화를 내는 거예요. 다들 기다리는데 왜 본인만 그렇게 유별나게 그러냐. 가스라이팅 되게 심하게 했어요. 갑과 을이 바뀌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아 죄송하다고.]

온라인에 올라온 후기들만 바라보면서 매일 '희망 고문'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A 씨/ 명품 사기 피해자 : 사진도 되게 많이 올리고요.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싸게 준 거', '가만히 있다가 (받았다), 기다렸다' 그거 보고 막 이제 아 내 건 언제 오지 내 건 언제 오지. 최면에 걸린 것처럼.]

'사기 범죄 피해를 당한 거구나', A 씨가 현실을 받아들인 건, 내가 산 가방을 2년이 지나도록 구경 한 번 못했단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박 씨에게 돈을 보냈는데 물건은 못 받았단 고소장이 잇따라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3. 미모의 명품 판매자,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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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14만 팔로워를 지닌 여성 인플루언서' 박 씨가 사실 2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박 씨는 최근 환불 요구가 몰리면서 배송에 차질이 생겼을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걸로 전해졌지만, 경찰은 박 씨가 가짜 여성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사기 행각을 이어온 정황을 포착하고 실제 자산 규모 등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피해자는 최소 17명, 피해 액수는 20억 원에 달합니다. 박 씨는 여러 차례 경찰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았는데, 이런 와중에도 구매자를 끌어모으다가 최근 또 다른 범죄 혐의 덜미가 잡히면서 결국 구속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최고급 오피스텔에 화려한 외제 차량들까지, 성별 속여가며 재벌가 사칭하다가 옥살이를 하고 있는 전청조 사건이 떠오른다는 말이 피해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A 씨 / 명품 사기 피해자 : 말투도 되게 여성스럽거든요. 다 믿었는데, 다들 지금 멘탈이 많이 나가 있는 상태이고. 전청조 시즌 2로 보시면 돼요. 모든 게 허언증이더라고요.]

4.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 보냈다, 이유는?

아무리 명품을 헐값으로 판다고 해도 거액이긴 한데, 사람들은 왜 오지도 않는 명품 가방과 시계를 위해서 계속 돈을 보낸 걸까요. 이게 '손해볼 거 없는 투자'라며 유혹했단 게 피해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몇 억짜리 한정판 가방을 단돈 삼사백만 주고 사서 되팔면 어마어마한 이윤이 남는단 겁니다.

[A 씨/ 명품 사기 피해자 : 이거 사시면 나중에 파시면 이득이다, 투자 목적이라고 생각을 하시라고. 처음에는 하나씩 사다가 계속 이렇게 몇 개씩. 대출받는 분들 되게 많아요. 6억짜리를 1천에 사면 재테크다, 이건 주식보다 더 많은 거라고.]

박 씨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최고급 오피스텔에서 음성 없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화려한 외제차 같은 것들 계속 과시를 하면서 의구심을 갖지 않게끔 유도했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합니다.

[최대건/변호사 (A 씨 측 대리인) : (후기 등) 모든 게 다 허위였고요. 의심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의심할 수 없게 완벽한 환경을 설계한 것 같아요. 주부나 명품을 구매하고 싶은 여성을 상대로…]

일부 피해자들은 지난달 박 씨를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에도 나섰는데요. 박 씨의 사기 범행 피해자 다수가 일반 주부라고 합니다. 괜히 명품 하나 구해보려다가 당했단 생각에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만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단 뜻입니다.

[A 씨/ 명품 사기 피해자 : 신고를 못하신 분이 많아요. 허영심이잖아요. 자책을 되게 많이 하세요.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이러고 아 정말 죽고 싶다 이런 분들도 되게 많고, 다 주부니까 남편들이 모르니까.]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 너무나 저렴하면 이상하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되는데, '이렇게 버젓이 있고 하는데 뭐가 문제겠어' (생각하는 거죠.) 비공식적인 방법을 통해서 구매하는 거 이런 거는 절대로 안 하시는 게 좋겠다…]

5. SBS 보도 후 반응은?

보도가 나가고 속인 사람이나 속은 사람이나 다 문제다 같은 반응들 많이 보입니다. 저 역시 취재 과정에서 석연찮으면 사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 싶으면서도 누구나 의심을 품어도 정교한 설계 앞에선 결국 무력화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 중 새삼 눈에 띈 건 "세상에 공짜 없다"라는 말인데요. 제값 주고사는 게 아니라면 그 차액만큼 혹은 그 이상의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상식이 떠올랐습니다. 화면 너머의 화려함을 보며 상식이라는 안전장치를 잊지 않는다면 속고 속이는 이런 일,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가져봅니다.

(취재 : 안희재,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서병욱, 디자인 : 양혜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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