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 캐스팅을 둘러싼 저격을 재개했다.
놀란 감독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루피타 뇽오가 영화 '오디세이'에서 스파르타 왕비 헬렌 역을 맡았다고 공식화했다. 뇽오는 헬렌뿐만 아니라 자매인 크리타임네스트까지 1인 2역을 맡았다.
헬렌은 호메로스의 원작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됐다. 인종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지만 "흰 피부와 금발을 가진, 수많은 남성이 전쟁을 불사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서술로 인해 헬렌은 금발머리의 백인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루피타 뇽오는 마블 영화 '블랙 팬서'와 '스타워즈' 시리즈 등으로 잘 알려진 흑인 배우다. 2013년 영화 '노예 12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연기파기도 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트로이'(2004)에서는 이 역할을 독일 출신의 백인 배우 다이앤 크루거가 연기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보수 성향 평론가 맷 월시는 13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루피타 뇽오를 최고 미녀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 역할을 백인 여성에게 줬다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릴 것을 알았기에, 이런 선택을 내렸다. 놀란은 기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지만, 동시에 겁쟁이다"라고 비난했다.
일론 머스크는 "옳은 이야기"라는 답글을 남기며 비판에 가세했다. 머스크는 "놀란 감독은 상을 받기 위해 유색 인종을 캐스팅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개봉한 영화 '트로이'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머스크의 놀란 저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루피타 뇽오가 '오디세이'에서 헬렌 역을 맡았다는 추측이 나오자 "놀란이 진정성을 잃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오디세이'의 캐스팅은 지적할만한 하다. 특히 인종을 바꾸는 다양성 캐스팅은 원작 훼손에 대한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 디즈니가 '인어공주'를 흑인 배우로, '백설공주'를 라틴계 배우로 캐스팅한 PC(정치적 올바름) 집착은 관객의 냉담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놀란의 선택을 두고 오스카를 타기 위한 캐스팅이라는 머스크의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지적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디세이': 왜 일론 머스크와 그의 트롤 군단의 공격이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수준을 넘어, 심각하게 부정확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일론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버라이어티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의 오랜 팬인 일론 머스크가 '트로이'를 찬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로이'는 개봉 당시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왜곡해 평단과 관객의 혹평을 받았다.
또한 "놀란이 오스카를 받기 위해 다양성 캐스팅을 했다"는 머스크의 주장 역시 반박하며 아카데미 규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카 후보 자격을 위한 아카데미의 대표성 및 포용성 기준은 ▲ 스크린 내 대표성, 주제 및 서사 ▲ 창작 리더십 및 제작진 ▲ 산업 접근 및 기회 ▲ 관객 개발이라는 네 가지 중 최소 두 가지를 충족하면 된다.
'오디세이'는 기준 B를 의상, 프로덕션 디자인, 편집, 메이크업 책임자가 여성이라는 점으로 충족했고, 기준 C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충족했으며, 기준 D는 유니버설이 여성 사장(도나 랭글리), 국제 배급 부문 여성 사장(베로니카 콴 반덴버그), 국내 마케팅 부문 흑인 사장(드와이트 케인스)을 포함한 다양한 경영진을 두고 있다는 점으로 충족했다.
버라이어티는 "다른 기준을 충족한다면 전원 백인 캐스팅으로도 오스카 수상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와 그의 지지자들이 참고할 만한 것은 놀란의 전작 '오펜하이머'(2024)다. 이 영화는 전원 백인 캐스팅이었음에도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7개의 오스카를 수상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계정으로 유입되는 관심을 늘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다양성을 공격하는 '백인 피해자 서사' 캠페인을 자주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디세이'는 트로이 목마를 이끈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의 10년에 걸친 여정을 그린 작품. 20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다. 맷 데이먼을 비롯해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패틴슨, 샤를리즈 테론과 루피타 뇽오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이 작품은 전편이 IMAX 카메라로 촬영된 최초의 장편 영화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상 미학의 정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는 오는 7월 17일 북미, 8월 5일 국내에 개봉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