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메인주 배스 아이언 웍스 조선소.
이지스 구축함의 산실로 불리는 이 조선소에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최대치로 발주하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2027년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장착한 알리버크급 구축함이 단 1척만 담겼다는 사실이 미국 상원 청문회장에서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3척, 올해 2척, 내년에는 1척으로 초라하게 줄어든 겁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이 생산하는 호위함 등 수상전투함 설계 검토에 18억 5천만 달러가 배정된 걸로 확인됐습니다.
수전 콜린스 / 미 상원 세출위원장
미국산 구축함은 한 척으로 줄이면서 외국산 수상전투함에 18억 달러를 배정한 결정에 당혹스럽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의 조선소 건조 역량이 안된다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 미국 전쟁부 :
답은 조선소 건조 역량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선소에 65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구축함 발주를 늘리기를 고대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미국의 해상 패권 한계를 전 세계에 노출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미국 해군정보국이 추산한 미국과 중국의 조선소 건조 역량 격차는 230배.
구축함을 놓고 보면 한해 중국은 6척에서 10척을 찍어내지만, 미국은 1척을 겨우 만드는 수준입니다.
미국 조선소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며 현재 건조 중인 11척의 구축함도 인도 일정을 맞추기 버거운 상태입니다.
부족한 능력을 메우기 위해 미국은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 셈입니다.
미 전쟁부는 해군에 내년도 배정된 18억 5천만 달러로 한국의 대구급과 일본의 모가미급 설계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태입니다.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해군 함정을 반드시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선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대통령의 특별 면제 조치가 필수적입니다.
미국 전쟁부 장관의 이번 '역량 부족' 시인은,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한국 조선업계에 강력한 명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김수형, 영상편집: 이의선, 디자인: 이정주, 제작: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