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초 백악관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전쟁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주독 미군 철수와 자동차 관세 인상이라는 후폭풍에 휘말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 독일에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고 강조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메르츠 총리는 3일(현지시간) 밤 전파를 탈 현지 공영 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은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내 확신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란 전쟁 비판에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감축과 유럽연합(EU)산 자동차 관세 인상으로 응수, 양국 관계가 전례 없이 얼어붙은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메르츠 총리는 미국의 독일 주둔 병력 감축 계획이 두 정상 간 갈등과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파열음을 애써 봉합하려는 듯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독일 서부의 한 김나지움(중·고등학교)을 방문해 학생들과 토론 도중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분명한 전략 없이 임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과 에너지 문제를 포함해 망가진 자신의 국가를 고치는 데 더 집중하라", "독일 총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그는 그 문제에서 완전히 무능했다!)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메르츠 총리를 연일 저격하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주독 미군 중 약 5천명을 6∼12개월 안에 철수 조치한다는 지시를 내리고, EU에서 생산된 승용차와 트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10%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해 이란전에 비협조적이었던 유럽 동맹국을 향한 보복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주력 산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인상 역시 메르츠 총리와의 갈등이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독일 각료들도 정상들의 날 선 공방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와 핵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하며 독일이 미국의 긴밀한 우방국임을 강조했습니다.
바데풀 장관은 통화 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라그치 장관에게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히면서 "독일은 협상에 의한 해결책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긴밀한 우방으로서, 우리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요구한 것처럼 이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즉각 열어야 한다는 동일한 목표를 공유한다"고 덧붙여 미국을 의식적으로 부각했습니다.
AFP는 바데풀 장관을 비롯한 독일 각료들이 최근 며칠간 양국 정상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애써왔다며 바데풀 장관의 이날 발언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