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떠돌다 '지옥'…511억 판결에도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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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거 부산의 대표적 부랑인 수용 시설 '영화숙' 피해자들이 최근 국가 배상이 확정됐는데도 배상금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가 배상금 예산이 다 소진됐다는 이유입니다. 국가 폭력에 인생이 무너졌지만, 배상금 지급마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피해자들은 또 한번 울고 있습니다.

원종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964년, 당시 9살이던 김종택 씨는 먹을 것이 없어 부산 거리를 떠돌다 아동보호시설 '영화숙'에 끌려갔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매일 구타와 기합을 받았던 김 씨는 폭행 피해 후유증으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김종택/영화숙 피해자 (72세) : 목을 많이 맞았어요. 후유증이 울대를 많이 맞고 기합도 많이 받고 '원산폭격', '나룻배', '히로시마'….]

비슷한 시기, 가난한 집안 살림에 보태겠다고 역 앞에서 껌과 신문을 팔다가 영화숙으로 잡혀갔던 박영길 씨는 그곳을 '지옥'으로 회상합니다.

[박영길/영화숙 피해자 (71세) : 맞아 가지고 밤새 한 이삼일 앓다가 죽으면 그 시체를 가마니에 둘둘 말아서 지고 올라가 저 뒷산에 땅 파서 파묻고 그런 것도 우리가 다 많이 보고 듣고 그랬습니다.]

당시 처참한 인권유린을 당했던 피해자 180여 명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법원은 국가 책임을 인정하며 511억여 원의 배상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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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도 상소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빼앗긴 인생 대신 받게 된 배상금은 언제 지급될지 기약이 없습니다.

올해 배정된 국가배상금 예산이 벌써 다 소진됐다는 게 이유입니다.

[손석주/영화숙 피해자 협의회 대표 : '좀 기다려 달라' 이 소리만 그냥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 피해자분들은 하루가 1년 같은데….]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을 배상금 예산 편성에 지나치게 인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류제성/영화숙 피해자 변호인 (법무법인 진심) : 언제 지급할지 기약도 없이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로서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신속히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예비비를 편성한 뒤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설치환, 영상편집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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