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종손'은 신분적 지위…'사적 합의'로 타인에게 못 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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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한 가문의 종손은 친족 관계에 따른 '신분적 지위'라 종손이 아닌 사람에게 사적 합의로 종손의 지위를 양도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 씨의 종중 이사 지위를 인정한 가처분 결정에 종중이 불복해 낸 이의 신청 재항고심에서 파기자판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재판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재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건의 발단은 1992년 2월 종중의 종손이던 B 씨가 숨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B 씨의 장손으로 본래 종손 지위를 이어받아야 했던 C 씨는 임야와 묘지, 제사 주재 등에 대해 종손으로서의 책무를 자기 숙부이자 B 씨의 차남인 A 씨에게 승계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받았습니다.

종중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A 씨는 '종손은 당연직 이사로 간주한다'는 종중회 규약에 따라 당연직 이사로 재직하면서 30년 넘게 종손 역할을 하며 제사를 주재해왔습니다.

갈등은 2024년 3월 종중 회장이 A 씨에게 '이사 임기가 만료됐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불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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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음 달 종중 정기총회에서 '종손을 종회의 족보에 기재된 기준에 따라 정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가결됐습니다.

A 씨는 그해 8월 총회 결의가 무효라며 종중을 상대로 이사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를 인용했지만, 종중이 이의 신청과 항고, 재항고로 다투면서 사건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은 "종손은 일정한 친족 관계의 존재에 의해 당연히 인정되는 신분적 지위로서 양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승계 합의에 따라 종손 지위를 적법하게 이어받았다고 판단한 원심(항고심)을 뒤집은 겁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종손이란 '장자계의 남자손으로서 적장자손'을 말한다"며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에 의해 정할 수 있는 제사 주재자와는 달리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종손의 일신전속적(一身專屬·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성질) 성격에 비춰 종중에서 실제 종손이 아닌 사람에 대해 종손의 지위에 있음을 인정했더라도, 곧바로 그 사람이 종손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채권자(A 씨)는 승계 합의에도 불구하고 종손 지위를 양도받지 못했고, 규약에 따라 당연직 이사의 지위를 취득하지도 못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는 종중이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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