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정보회사 '듀오'
"내 얼굴 사진과 프로필이 AI 딥페이크 합성물이나 로맨스 스캠 사기에 무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결혼정보회사 듀오 회원인 30대 A 씨는 이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A 씨는 지난 24~25일 SNS 채팅을 통한 인터뷰에서 "단순한 연락처 유출을 넘어 저의 직업, 자산 규모, 사진은 물론 부모님의 정보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개인의 신상 정보가 이토록 상세하게 노출되면 단순 스팸을 넘어 지인이나 가족을 겨냥한 정교한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대표 결혼정보회사 듀오정보에서 정회원 42만 7천464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지난 23일 뒤늦게 알려지면서 차원이 다른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입력한 키와 몸무게, 가족관계, 직업, 혈액형, 종교, 초혼·재혼 여부, 장남·장녀 여부, 학력, 직장명, 소득, 재산 등 사실상 개인의 모든 정보가 통째로 외부에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결혼정보회사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를 통해 듀오 사태 관련 인터뷰이 모집 글을 올리자 A 씨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2020년 듀오에 가입했다는 김 모(39) 씨는 "쿠팡·SKT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인생 정보가 몽땅 털린 게 가장 우려됐다"며 "차원이 다른 개인 정보가 적나라하게 털린 만큼 로맨스 스캠 같은 범죄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이 정도 정보라면 가족뿐만 아니라 적당한 지인과 동창까지 속아 넘어갈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2021년 듀오에 가입한 박 모(38) 씨도 "일반 개인정보보다 훨씬 자세한 개인 사항이 입력돼 있어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어떻게 악용될지 걱정된다"며 "상담 때 상대방이 어떤 성향이고 어떤 말을 했는지도 기록된 듯했고, 매니저가 그런 내용을 제게 이야기해준 적도 있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결정사(결혼정보회사)라는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보안이 담보되지 않는 시스템에 나의 모든 정보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듀오로부터 '작년 1월 말 데이터가 유출된 것은 맞지만 개인식별정보는 암호화돼 접근이 안 됐고 전문기관 협조로 유포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받았다"며 "그러나 과연 유포가 안 되었을까 의문스럽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건 보도가 나온 후) 석 달이 걸린다던 서비스 환불이 한 달 앞당겨 처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피해자 C 씨는 "부모님, 형제와 가족 정보까지 유출됐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며 "지방에 살다 보니 (소개 상대의) 풀이 적은 편이라 잘 성사가 되지도 않는데, 이번 사건 이후로 더 많은 사람이 이탈할 경우 탈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듀오 사태는 결혼정보회사 이용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발생했습니다.
'조건'을 미리 살피고 만나는 것이 효율성을 따지는 젊은 층의 니즈(요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성평등가족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국내 및 국제결혼중개업체 공시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 기준 국내 결혼중개업체 수는 789개로 집계됐습니다.
2024년 3월 749개, 2025년 3월 760개에서 계속해 늘어난 수치입니다.
또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발표한 '2025 서울가족보고서'에서 20∼64세 비혼 서울 시민의 '결혼정보회사를 이용해 결혼 상대를 찾을 의향' 평균은 5점 만점에 2점이었지만, 20대와 30대는 각각 2.1점으로 40대(1.8점), 50대 이상(1.7점)보다 높았습니다.
B 씨는 "내 돈을 내고 손해를 보는 구조인 건 알지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없으니 (결혼정보) 업체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듀오 측은 홈페이지 안내문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지난해 2025년 1월 28일에 일어난 일로, 당사는 정보 유출 인지 후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수사기관에 신고해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 시점까지 2차 피해 발생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개별 공지가 없거나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A 씨는 "사건 발생 이후 업체로부터 진정성 있는 사과나 구제책에 대해 안내받은 바가 전혀 없다"며 "유출 사실이 알려지기 전후의 행보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밝혔습니다.
A 씨에 따르면 듀오는 개인 정보 유출 관련 기사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22~23일에 1년 뒤 서비스가 종료되는 '기간형 상품'을 급하게 출시했습니다.
이용 기간 제한이 없는 기존 서비스와 달리, 해당 상품은 1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1년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되는 구조입니다.
A 씨는 "정보 유출로 인한 파장을 미리 인지하고, 기존의 무제한 (매칭) 이용 회원들을 기간이 정해진 상품으로 전환해 책임 범위를 줄이려는 사전 조치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씨도 "듀오 측이 작년 초 유출 시점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개별적으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공지조차 없었다"며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웠다고 하지만 듀오는 가입 초반 정보 확인 때를 빼면 홈페이지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어 회원 입장에서는 기만으로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 씨는 "지난 24일 담당 매니저에게 사건 관련해 물어보니 '유출된 게 없다', '아무 문제 없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며 "일단 새로운 프로모션 상품으로 기존 회원의 횟수를 차감해야 하니 그것부터 빨리 하자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는 '결혼정보회사 듀오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됐습니다.
A 씨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가입비를 지불하며 믿고 맡긴 소중한 개인정보를 소홀히 관리한 점, 이후 보여준 무책임한 대응에 대해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집단소송을 준비 중인 정태원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집단소송센터장은 "이번 사건은 결혼정보회사라는 서비스 특성상 일반적인 플랫폼의 개인정보 유출보다 더 심각하게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체 조건, 종교, 혼인경력, 학력, 직장 등은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평가에 직접 연결되는 '프로파일링' 정보로,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 침해로 확대될 수 있으며 법원 역시 위자료 산정 시 이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변호사는 "기존 개인정보 유출 판례에서는 1인당 10만 원 정도가 인정된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사건은 쿠팡 사건보다도 민감한 정보가 유출됐고 관리 부실까지 확인된 점을 고려하면 위자료 수준이 상향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법무법인에서도 최소 50만 원 이상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선 자신의 정보가 실제로 유출됐는지 확인하고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한다"며 "유출 통지 내용, 서비스 이용 내역, 관련 공지사항을 캡처하거나 보관하고, 정보 범위가 넓은 만큼 스미싱이나 사칭 등 2차 피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