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누가 경제 고통 더 오래 버티나' 싸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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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이란 국기

지난 주말 파키스탄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일단 불발됐습니다.

양측 모두 대면 협상을 더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하기 위한 치열한 장외 다툼을 벌인 끝에 결국 판을 깬 모습입니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에 유가 급등이라는 큰 고통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이에 맞서 이란 해상 전면 봉쇄라는 강경 카드로 맞불을 놓은 상황입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시간은 내 편'이라는 인식 속에서 '누가 더 경제적 고통을 오래 버티느냐' 싸움에 들어감에 따라 전쟁도 평화도 아닌 현재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27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추진된 2차 종전 협상은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발했습니다.

미국의 요구안에 이란이 여러 핵심 조건에서 조금도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로 나오면서 협상이 무산됐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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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파견을 공식 발표할 만큼 합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도 24일 파키스탄에 도착해 협상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이란 내 의사결정을 지배하는 강경파는 핵 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 등에 대한 기존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이 같은 협상의 교착에서는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채 휴전에 들어갔다는 이란과 미국의 공통된 인식이 관측됩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미국은 휴전 후 이뤄진 전격적인 이란 해안 전면 봉쇄로 서로 상대에 경제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여깁니다.

시간이 갈수록 상대가 점점 더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동상이몽 때문에 상대의 양보를 기대하는 교착이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협상 교착 국면 분석 기사에서 "세계 경제에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린 대치 상황 속에서 이란과 미국은 상대방보다 더 오래 버티기를 바라면서 평화도 전쟁도 아닌 어색한 교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란 내 의사 결정을 장악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강경파가 현재와 같은 상호파괴적 교착 상태가 자국보다는 미국에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도 상호 접점 찾기를 통한 대화 진전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런던의 연구기관인 부르스 앤 바자 재단의 에스판디아르 바트망겔리드 최고경영자는 NYT에 "이란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소 몇주 동안에는 트럼프보다 더 오래 기다릴 수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며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의 혼란은 이란인들보다는 트럼프에게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25일 이란 전쟁 관련 특별보고서에서 강경파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사실상 이란 내 의사결정 과정을 장악해 종전 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란의 이런 상황 판단처럼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장기화 속에서 큰 정치적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고, 금융·자본 시장이 출렁이는 등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에 노출됐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유가 등 물가 급등으로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임계치를 넘으면서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게다가 '전쟁 시한'의 압박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상 전쟁 선포권을 가진 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이란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오는 5월 1일이면 의회의 승인 없이 미 대통령이 전쟁을 할 수 있는 '60일'의 시한이 만료됩니다.

이란 정권도 현재와 같은 대치가 길어질 경우 자국에도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장기간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버텨낸 자국이 미국보다는 더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강할 것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이란 해상 봉쇄가 길어지면 이란도 원유 수출이 불가능해져 장기간에 걸친 이란의 원유 생산 차질로 이어져 이란에 큰 경제적 압박이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박 추적 데이터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약 3천만 배럴 규모 여유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원유 저장 한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몇 주가량 여유가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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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해상 봉쇄를 먼저 풀지 않으면 협상장에 앉지도 않겠다는 이란의 강경한 태도는 이 같은 상황 인식에 바탕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작년 경제난이 촉발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사태가 보여줬듯이 이란 역시 이미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경제 생명줄인 원유 수출 차질은 물론 식량과 생필품 수입 차질로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해상 봉쇄가 길어질 경우 이란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되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란 유력 경제지 도냐-에-에게테사드는 자국과 미국이 종전 합의를 이뤄내는 가장 낙관적 경우에도 연간 인플레이션이 49%에 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전쟁도 평화도 없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120% 이상의 초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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