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토핑 한 번 추가하고, 만두랑 주먹밥도 시킬까요?"
일요일인 26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의 한 떡볶이 전문점.
20∼30대 손님 세 명이 떡볶이 토핑과 사이드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나오자 이들은 함께 먹는 대신 각자 준비해온 용기를 꺼내 숟가락으로 떡볶이를 퍼 담았습니다.
▲ 음식 소분하는 모습
이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 올라온 '엽떡 팟 구하는 모임'을 통해 만난 사이입니다.
엽떡은 매운맛으로 유명한 엽기떡볶이를 뜻하고, 팟은 파티(party), 즉 모임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 모임을 운영 중인 20대 여성은 어제 오후 260여 명이 모인 동네 채팅방에 "내일 점심 떡볶이 소분하실 분"을 모집했습니다.
이날 나온 음식값은 약 2만 3천 원입니다.
1인 가구 청년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세 명이 나누자 1인당 7천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비싼 가격과 많은 양이 부담돼 모임을 만들었다는 이 여성은 "떡볶이만 2만 원 가까이 나오는데 만두, 주먹밥까지 7천 원 정도에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근 등 지역 기반 커뮤니티에는 올해 초부터 '엽떡 소분·매장에서 먹는 모임', '엽떡팸', '마라탕 먹는 모임' 등 다양한 음식 나눔 모임이 잇따라 개설되고 있습니다.
이들 모임 소개 글에는 "밥값 아끼면서 잘 먹고 싶은 사람들 모여라", "버려지는 음식과 통장 잔고를 구출하자"는 문구가 등장하며 지출을 줄이려는 의지가 드러납니다.
그동안에도 창고형 마트의 대용량 물품을 나누는 '코스트코 모임'이나 친목을 목적으로 한 '감자튀김 모임'이 유행한 바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한 고물가 장기화 기조와 맞물리면서 지갑이 얇아진 청년들의 식비 절약 모임으로 확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창고형 마트 소분 모임에는 살림하는 주부가 주로 참여했다면 음식 소분 모임 참여자는 비싸진 식비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청년들의 목적 지향적이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특징이 드러난다"고 평가했습니다.
배달 음식 대신 더 저렴한 집밥을 선택하며 'N분의 1'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퍼지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식재료를 구매한 뒤 공유 주방 등에서 반찬을 만들어 나누는 '반찬 모임'이 대표적입니다.
모든 비용은 구성원 수대로 1원 단위까지 나눠 부담합니다.
▲ 밀프렙 영상들
식비를 아끼기 위해 주말에 대량으로 요리한 뒤 1인분씩 냉동 보관하는 '밀프렙(meal prep)'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볶음밥부터 파스타, 찌개류까지 다양한 밀프렙 노하우를 공유하는 콘텐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