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다 불이 났습니다. 법상 학교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 불이 난 곳이 사실상의 교내 흡연 구역이었다는 겁니다. 이걸 누가 허락한 걸까요.
조민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불길에 벽면은 검게 그을렸고, 에어컨 실외기 전선 피복도 녹았습니다.
지난 23일 점심시간, 충북 제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다 불이 난 겁니다.
문제는 교내 창고 옆 해당 공간이 평소에 흡연구역처럼 이용됐다는 점입니다.
이 학교 교장이 지난해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담배꽁초를 잘 처리하라'고 말하는 등 해당 공간에서의 흡연을 사실상 허락했다고 학생들은 말했습니다.
[A학교 학생 : 그쪽(창고 옆)에서만 피우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담배를 피우되 그 쓰레기만 잘 처리해라' 이렇게 얘기하니까 애들은 더 피웠던 것 같아요.]
[A학교 교장 : 제가 무슨 뭐 못할 말을 한 게 아닌 거고 그걸 가지고 '흡연을 묵인했다, 조장했다'로 연결하는 건 정말 보시기에도 비약이죠?]
화재가 난 학교 정문입니다.
출입문 50m 이내는 금연 구역이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교내에서는 공공연하게 흡연이 이뤄졌습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모든 초중고교 교내가 금연 구역이지만, 학교장 본인도 불이 난 공간에서 평소 담배를 피워왔던 걸로 전해졌습니다.
[A학교 교장 : 창고 쪽에서 (담배를) 태운 적이 있는데요. 수업할 때 가끔 이제 하곤 했었죠.]
이번 화재 당시 외부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건 우려했는지 교장이 불이 난 모습을 촬영한 학생을 윽박지르기도 했고,
[A학교 학생 : 순간적으로 무서워서 저는 촬영한 거죠.]
[A학교 교장 : 무섭다고 촬영을 하진 않지. 가 있어 볼래! 교장실에 가 있어!]
이 내용을 SBS에 제보한 해당 학생 부모에게도 '학교가 좋은 일도 아닌데 홍보되고 있다',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A학교 학생 : (친구들이 문을) 발로 팍 차면서 '너희 때문에 이제 우리 담배 못 핀다'고. 학교 다니기가 좀 무서웠어요.]
SBS 취재 결과, 해당 학교는 지난해부터 교내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이 흡연한다는 민원이 최소 네 차례 교육청에 접수됐는데 현장 조사 등은 없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충북 교육청은 내일(27일) 해당 학교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신세은, 디자인 : 김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