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관중 시대와 '자생 경영'의 시작 [취재파일]

KBO리그의 체질이 달라졌다


1. KBO리그 흥행 돌풍…매출도 역대 최다!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KBO리그는 지난해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습니다. 정규시즌 720경기에 1천231만 2천519명이 입장해 경기당 1만 7천 명이 넘는 관중을 동원한 겁니다. 2024년 처음으로 1천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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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자연히 돈도 모이는 법입니다. 2024년 이미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린 KBO리그 10개 구단 총 매출도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LG스포츠와 KT스포츠에 다른 종목 스포츠단의 매출 지분이 일부 녹아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10개 야구단의 순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7천억 원대를 돌파한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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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단별 매출도 크게 늘었습니다. 농구단 등 다른 스포츠단 매출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LG와 KT는 거의 1천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고, 신구장 개장 효과를 톡톡히 누린 한화가 전년도 대비 25.6%의 매출 신장을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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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적 성장에 동반된 질적 변화…줄어든 모기업 지원금

KBO리그는 사실 태생부터 '대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단 매출의 상당수를 모기업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천200만 시대'는 이런 오랜 인식마저 바꿔놓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모기업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 매출의 40%대를 기록하던 모기업 지원금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입장 수입 감소 등으로 50%대로 치솟았다가, 최근 4년 동안 계속 하락해 지난해 25%까지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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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별로 상황을 들여다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를 제외한 9개 구단 전부가 2024년에 비해 전체 매출 대비 모기업 지원금 비중이 하락했고, 특히 KIA는 모기업 지원금 비중이 6%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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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구단 시대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연간 모기업 지원금이 100억 원을 하회했던 구단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한화와 NC, KIA 등 무려 세 개 구단의 모기업 지원금이 수십억 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가 연간 110억 원인데, 키움 증권보다 돈을 덜 쓰는 모기업이 세 곳이나 생겨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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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불과 몇 년 만에 이런 변화가 있을 수 있었을까요? KBO리그 흥행 돌풍으로 인한 자체 매출의 증가가 그 원인으로 보입니다.

3. 팬들의 지갑이 열렸다…폭증한 자체 매출

지난해 KBO리그 정규시즌 입장 수입은 2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사상 첫 1천만 관중을 찍었던 2024년보다 28% 성장한 역대 최고치입니다. 홈 73경기 중 62경기를 매진시키며 흥행 돌풍을 이끌었던 한화가 251억 원으로 1위를 달성했고, 롯데와 LG, 삼성과 두산까지 입장 수익 200억 원을 넘었습니다. 한화와 삼성, NC와 키움은 전체 매출의 30%를 정규시즌 입장 수익만으로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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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매출도 급증했습니다. KIA는 지난해 유니폼 등 굿즈 판매 매출로만 368억 원을 벌어들였고, 상품 매출 원가를 뺀 순매출만 해도 모기업 지원금의 3배가 넘는 147억 원이었습니다.

상품 매출 계정을 꾸준히 분리해서 공시해온 롯데, 한화, NC의 상품 매출 합계를 2015년과 비교해보면 10년 새 매출이 6.8배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팬들이 야구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자 모기업 지원금에 의존하던 구단들의 체질이 자연스럽게 변화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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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속적인 산업 경쟁력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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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KBO리그에서 '자생 경영'의 싹이 트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특히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자생 야구단' 히어로즈의 소극적 투자의 경우가 그랬습니다. 히어로즈의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은 2024년 56.8억 원, 지난해 44.0억 원으로 최하위였습니다.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허리띠를 졸라 맨 9위 NC와도 상당한 격차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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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히어로즈는 금융시장에선 아낌없이 돈을 푼 것으로 보입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히어로즈가 2024년 300억 원, 2025년 149억 원을 금융 상품에 투자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24년엔 선수단 연봉의 5배, 지난해에는 3배가 넘는 뭉칫돈을 금융 시장에서 운용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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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배경을 묻는 질의에 히어로즈 측은 "구단의 안정적 자금 관리 측면에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진행된 건"이라며 "자산 관리의 일환으로, 한국 금융시장의 신용등급 이상의 금융시장에 자산을 분산 관리하고 있"고, "달러 자산의 경우, 외국인 선수 급여 등 약 500만 달러 규모의 연간 지출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한 산업 생태계는 소비와 공급의 양대 축이 건재할 때 형성됩니다. 야구를 기꺼이 '소비'하기 위해 점점 더 지갑을 여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요.

※ 출처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BO

※ 기사에 쓰인 그래픽은 구글 제미나이를 활용해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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