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조용한 중재국'이었는데 피해 막심..오만 상황은?
00:47 선박들의 '휴게소' 시나스항, 지금 상황은?
02:39 중재국이었는데 공격까지..착잡한 오만
1. '조용한 중재국'이었는데 피해 막심..오만 상황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발표한 지 하루도 채 안 돼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닫혔습니다. 강경파인 이란 군부가 온건파의 협상 의지를 꺾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을 향해서 공격을 퍼붓기도 했습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 (국영TV 앵커 대독) : 용맹한 해군 역시 적들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를 안길 준비가 돼 있습니다.]
해협이 재봉쇄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 양국이 통행을 막던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렸을 땐 최소 배 12척이 해협을 지나가는 등 통행량이 좀 늘었었는데 하루 만에 분위기가 뒤바뀐 겁니다.
2. 선박들의 '휴게소' 시나스항, 지금 상황은?
취재진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봉쇄하겠다고 밝힌 직후 호르무즈 해협 가장 가까운 오만의 시나스항을 찾았습니다. 제가 있는 오만 무스카트에서 차로 3시간 정도 이동해서 도착했는데요. 시나스항은 오만의 가장 북쪽 항구이자 아랍에미리트 접경지와 가까운 곳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들은 통상 시나스항이나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항에 들릅니다. 선박들이 걸프만에 진입해서 본격적으로 큰 바다를 항해하기 전에, 마치 휴게소 들르듯이 이곳에 오는 건데요. 시나스항에서 물도 받고 식료품도 받고 선박 수리 서비스도 받아서 좀 만반의 준비를 한 뒤에 긴 항해에 나섭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시나스항 역시 모든 게 멈췄습니다. 오는 배도 없고 가는 배도 없으니 항구에 일감도 없고 오는 사람조차 줄어든 겁니다. 실제로 항구 너머 바다엔 선박 수십 척이 이동하지 않고 가만히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꽤 많네요. 마린트래픽(선박 추적 서비스)상으로도 많이 보이긴 했었거든요.]
모두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배들입니다. 해협이 뚫려야 배들도 정상적으로 이동하고 할 텐데 해협이 아예 막혀 버리니까 움직이질 못하는 거죠.
['시나스항' 인근 주민 : (바다에) 배가 많이 보일 텐데, 이전에는 배가 저렇게 많이 보이진 않았어요. 저 배들은 바다 위에 머물면서 허가가 나올 때까지 그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시 역시 분위기가 좀 침체돼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노선 중에 하나가 폐쇄되면 그 도로를 오가는 차가 없어지고 그럼 당연히 휴게소가 어려워지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시나스항의 한 상인 역시 “과거와 비교하면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 전반적으로 시나스 지역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좀 돌아다녀 보니까 식당, 카페 이런 데 사람이 많지도 않고 인근 몰도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3. 중재국이었는데 공격까지..착잡한 오만
오만은 이번 전쟁 직전까지 미국과 이란 사이에 중재국이었습니다. 미국과 이란 양국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립 외교를 펼치면서 중동의 ‘스위스’로도 불렸는데요. 지금 전쟁 발발 이후 이런 중재 역할을 하는 국가는 파키스탄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2주 동안 휴전할 수 있도록 중재한 국가도 바로 파키스탄이고 곧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2차 회담도 파키스탄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걸 바라보는 오만은 좀 착잡해졌습니다. 실제로 오만은 이번 전쟁에서 물리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죠. 지난달 초 오만의 물류 요충지인 두쿰 항구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취재진이 방문했던 시나스항 상황처럼 전쟁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오만은 중재국이어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좀 안전하고 피해가 크지 않을 거란 인식이 많았는데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전면에서 중재에 나서긴 좀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중재국 역할도 파키스탄한테 내어줬죠. ‘조용한 중재자’였던 오만조차도 피해를 입는 등 걸프 국가들의 피해가 심화되고 있지만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의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전쟁이 지금보다 더 길어진다면 인근 걸프 국가들의 피해 역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 : 조윤하,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흥기, 김승태, 영상편집 : 장유진,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