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막으려고 산속에 쳐 놓은 울타리 때문에 다른 동물들도 길이 막혀 굶어 죽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는데요. 정부가 8년 만에 단계적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이용식 기자입니다.
<기자>
숲을 가로질러 1.5m 높이의 울타리가 길게 쳐져 있습니다.
덩치 큰 멧돼지가 울타리를 빠져나가려 해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 산양 가족도 울타리에 길이 막혀 통과하지 못합니다.
노루는 철망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돌아섭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매개체인 멧돼지를 차단하려고 쳐 놓은 것인데 다른 야생동물의 길도 막은 것입니다.
울타리 설치 1년 뒤인 2020년에만 강원 화천과 양구에서 산양 19마리가 서식지가 단절돼 굶거나 탈진해 죽었습니다.
[한상훈/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 산양이라든지, 사향노루라든지 이런 귀중한 동물들까지도 차단하고 있고….]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2022년 5월 광역 울타리 추가 설치를 중단했고, 올부터 단계적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황의정/기후부 야생동물질병관리팀장 : 생태 단절도 되고 ASF(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울타리 관리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고요.]
경기, 강원 등 4개 자치단체에 설치된 광역 울타리는 1천630km, 이 가운데 62%인 1천8km를 단계적으로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철거할 울타리 규모는 이곳 설악산을 비롯해 소백산 국립공원 지역 136.6km에 이릅니다.
나머지 621km는 그대로 두기로 했는데, 올해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경로가 야생 멧돼지보다 사료나 축산 차량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또, 양돈농장 중심으로 방역이 강화되면서 그대로 두기로 한 울타리의 추가 철거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화면제공 :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