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선박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근 해상에 고립된 선원들이 6주째 이어지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정신적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발이 묶인 2만여 명의 선원 중 한 명인 유조선 노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처참한 상황을 보도했습니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 정박 중인 유조선에 있는 이 선원은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변에는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선 수십 척이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현장의 공포는 여전해, 선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직업을 포기하고 귀국하겠다는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의 선원들은 여전히 이란의 드론 공격과 기뢰 위협 속에 사실상의 '인질' 상태로 방치돼 있어 국제적인 인도주의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습니다.
특히 2주 전 인근의 쿠웨이트 유조선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목격하면서 선원들의 공포감은 극대화했습니다.
휴전 합의 직후에도 상공에 미사일 요격 흔적이 나타나는 등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선원 대부분은 항행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선원은 "이미 한 달 전 선장에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라며 "동료 선원 중 90%가 항행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동료 한 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붕괴 증세를 보여 동료들의 상시 감시를 받는 실정입니다.
국제 운수 노조 연맹(ITF)에 따르면 전쟁 발생 이후 300여 척의 선박에서 1천여 건의 상담 문의가 접수됐습니다.
상담 선원 가운데 20%는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립이 장기화하면서 식량과 식수, 연료 부족 문제까지 겹쳐 고통은 배가 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의 정신적 외상을 방치할 수 없다며 대체 인력 투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해상 규정상 위험 지역에서 근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전쟁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선원 등 생계가 절박한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체 인력으로 자원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인터뷰에 응한 한 선원은 "평생 유조선에서 일하며 이룬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라며 "일단 집으로 돌아가 몇 달은 쉬어야 다시 바다고 나갈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