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건 사건 도금업체
외국인 노동자의 신체에 에어건을 분사해 장기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사업주 측이 사건 당일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허위의 진술을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간 사업주 부부가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이 필요한 상황이 되자 119에 신고하면서 환자에 대해 "동료와 에어건을 쏘면서 장난을 치다가 다친 것"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입니다.
이 사건 당일인 지난 2월 20일 오후 8시 9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병원 앞에서 "외국인 환자인데 장 파열이 됐다. 아주대병원에 왔지만, 진료가 되지 않는다. 다른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아주대병원에서는 당시로선 신원이 불분명한 환자 40대 태국인 A 씨에 대해 진료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고를 받은 수원소방서 구급대원들은 즉시 현장에 출동해 A 씨의 건강상태 및 신원 확인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당시 A 씨와 동행했던 화성시 소재 도금업체 사업주 60대 B 씨 부부는 사고 경위에 대해 "(환자가) 동료와 에어건으로 장난을 친 뒤 복통이 생기고 복부에 불편감이 시작됐다고 한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진술을 청취한 구급대원들은 이어 A 씨의 외국인 등록카드를 통해 그의 체류 기간이 경과한 것을 확인하고, 매뉴얼에 따라 경찰에 공동 대응을 요청했습니다.
경찰 역시 현장에서 동일한 절차를 밟았습니다.
수원영통경찰서 지구대 경찰관들은 119 신고 당사자인 B 씨 아내로부터 "(환자가) 지인들과 장난을 치다가 다쳤다"는 진술을 듣고, 단순 사고로 인한 부상자로 추정했다고 합니다.
A 씨의 경우 구급차에 실려 누워있는 상태여서 직접 진술을 받을 수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또 경찰은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 A 씨의 신원 조회를 요청한 결과 불법체류자인 것을 파악했지만, "긴급한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통보 면제 대상에 해당해 우선 치료받아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 별도의 조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B 씨 부부는 "환자를 알아서 병원에 데려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병원 이송이나 추가 조사를 더 이상 하지 못한 채 현장에서 상황을 종결했습니다.
그러나 B 씨 부부의 말과는 달리 A 씨는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이튿날 새벽부터 심한 복통을 느낀 A 씨는 119를 불러 오산한국병원을 찾아 수술받았습니다.
A 씨는 외상성 직장천공 등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치료 중입니다.
A 씨를 돕고 있는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당시 A 씨는 배에 10㎝ 크기의 구멍이 뚫려 출혈이 발생해 당장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태였다"며 "그러나 A 씨는 수술 전날 방문했던 병원에서 비용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등 올바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상해 혐의로 B 씨를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습니다.
경찰은 A 씨의 파견업체 대표 및 그의 동료인 외국인 노동자를 참고인으로 잇달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출동한 경찰관과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도 사실관계를 조사할 방침입니다.
(사진=연합뉴스 TV 제공, 연합뉴스)